나 홀로 빗속 산책…선정릉 외곽 둘레길

시민기자 염승화

발행일 2020.12.01. 18:10

수정일 2020.12.01. 18:10

조회 1,111

추적추적 비가 내린 날 오후, 문득 조선 왕릉이 보고 싶어서 선릉과 정릉이 있는 강남구 삼성동으로 갔다. 그런데 아뿔싸! 운영하는 시간보다 5분이 늦어 들어가지를 못했다. 동절기 입장 마감 시간(오후 4시 30분)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필자는 능 입구에서 전경 사진을 한 장 찍은 뒤 도리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냥 돌아가기가 무척 아쉬웠다. 잠깐 고심하다가 이내 마음을 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쉬운 대로 능 둘레를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오각형 모양으로 생긴 능 외곽에 둘러쳐진 펜스나 담장에 바투 붙은 인도 겸 산책로가 2km쯤 나 있다.

둘레길을 걷다 말고 경내로 들여다 본 선릉과 정릉 재실
둘레길을 걷다 말고 경내로 들여다 본 선릉과 정릉 재실 ©염승화

오각형을 이루는 외곽둘레길의 남쪽 두면을 지나는 길
오각형을 이루는 외곽둘레길의 남쪽 두면을 지나는 길 ©염승화

정문 앞에서 시계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능 남쪽 길이다. 약 600m가 이어지는 도로 건너편으로는 크고 작은 빌딩들이 죽 늘어서있다. 걷는 동안 시선은 종종 철제 펜스 안 경내를 힐끔거렸다. 재실이 있는 지점에서는 잠시 행보를 멈추고 들여다보기도 했다.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축대 위에 지어진 재실이라 관심이 더 갔다.

밖에서 들여다본 선릉 선종 임금릉 전경
밖에서 들여다본 선릉 선종 임금릉 전경 ©염승화

큰길과 맞닿은 서쪽길에서 마주한 끝가을 풍광
큰길과 맞닿은 서쪽길에서 마주한 끝가을 풍광 ©염승화

곧 큰길인 선릉로와 연결되는 삼거리가 나타났다. 능 경계는 이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기다란 담장이 340m쯤 뻗어있는 대로변 서쪽 길이다. 담장은 야트막해 안으로 선릉의 주인공인 조선 제9대 임금 성종 능역이 눈에 들어와 찼다.

걸음을 옮겨갈 때마다 홍살문, 참도, 정자각, 비각 등이 서 있는 제례 공간과 정자각 뒤편으로 동산처럼 불룩 솟은 능침이 보였다. 담장 바깥으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올 끝 단풍이 비에 젖은 주변 운치를 더해 주는 듯싶었다.

북쪽길 경내 깊은 곳에 남아 있던 가을 흔적
북쪽길 경내 깊은 곳에 남아 있던 가을 흔적 ©염승화

펜스 안으로 들여다 본 경내 둘레길 주변 끝단풍 풍광
펜스 안으로 들여다 본 경내 둘레길 주변 끝단풍 풍광 ©염승화

능 북쪽을 지나는 길은 무덤이 모셔진 산 뒤편 능선과 붙어 있는 지점이다. 550m 가량인 이 구간에서는 초입부터 필자의 발을 꽉 붙든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경내 후미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안에서는 도저히 감상할 수 없는 늦가을 진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능 내를 지나는 산책로 역시 마지막 가을 흔적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능 밖에서 마주하는 풍광들도 안쪽 못지않게 아름다운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운치 좋은 북쪽 축대가 놓여진 구간
운치 좋은 북쪽 축대가 놓여진 구간 ©염승화

굴곡이 꽤 심한 언덕이 반복되는 좁은 길 양편으로 주택들과 능 영역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띄엄띄엄 만나게 되는 축대가 쌓인 곳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으로 여겨졌다.

상가와 주택이 이어지는 동쪽 외곽길을 저녁 무렵에 지났다
상가와 주택이 이어지는 동쪽 외곽길을 저녁 무렵에 지났다. ©염승화

마지막 코스인 동쪽 길로 접어들었다.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을 모신 정릉이 위치한 면이다. 능침 뒤편 산지부터 홍살문이 있는 제례공간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500m쯤 거리다. 길 맞은편으로는 주택과 상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오른편으로 능을 끼고 걸었다.

능침 아래 기슭에서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 나무들 사이사이로 봉분을 둘러싸고 있는 곡장과 문무인석의 머리 부분이 보였다. 능 옆을 지난다는 사실이 더 실감 났다.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인 정릉 제례 공간을 펜스 너머로 마주했다
아늑한 분위기가 돋보인 정릉 제례 공간을 펜스 너머로 마주했다. ©염승화

능침 아래 붉은 목책이 보이는 지점에 다다르자 날이 제법 어두워졌다. 경내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들이 능 안 사위를 더욱 고요하게 만들고 있었다.

선릉과 정릉은 능 바깥 테두리를 360도 막힘없이 지날 수 있는 유일한 조선왕릉이다. 비대면 시대를 맞아 홀로 걷기에 적절한 선릉, 정릉 외곽길은 지하철 수인분당선을 타고 선정릉역에서 내리면 된다. 능 안 관람과 함께 방문 일정을 잡으면 금상첨화다.

조선왕릉 선릉과 정릉 외곽둘레길 안내
○ 위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선릉 정릉 일대
○ 교통 : 지하철 수인분당선 선정릉역 3번 출구에서 도보 약 2분, 능 외곽 북쪽 길
- 지하철 2호선, 수인분당선 선릉역 8번 출구에서 도보 약 4분, 능 외곽 서쪽 담장길
○ 운영: 연중무휴
○ 입장료: 1,000원(만25세~만64세), 능 밖 둘레길은 입장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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