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색다른 볼거리, 힙하고 합한 '혼례 복식전'
발행일 2020.11.12. 17:06
깊어가는 가을, 덕수궁에서 2020 신여성 혼례 복식전 ‘혼례, 힙하고 합하다’가 열리고 있다. 고종황제가 고위 관료와 외국 사신들을 접견하던 덕홍전은 원래 명성황후의 빈전인 경효전이 있던 곳이었다. 이 자리에 1911년 세워졌는데, 덕수궁에서 가장 나중에 지은 목조 건물로 근대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관을 보면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내부는 양식 미닫이문과 샹들리에, 커튼 등을 달고 봉황과 금빛 오얏꽃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덕수궁 덕홍전에서 백 년 전 혼례 복식전 ‘혼례, 힙하고 합하다’가 열리고 있다. ⓒ이선미
전통과 외래 양식이 섞여 있는 덕홍전에서 만나는 ‘혼례, 힙하고 합하다’ 전시 역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서양의 형식이 혼재해 있다. 조금씩 또 다른 형태로 변화해온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혼례 복식을 고증했다.
덕수궁에서 가장 나중에 지어진 덕홍전에서는 근대적인 요소를 많이 만나게 된다. 전통적인 천장 문양에 샹들리에가 도드라진다. ⓒ이선미
먼저 여전히 한복 차림의 혼례식이 다. 전통혼례 복식과는 다르지만 신랑은 갓을 쓰고 신부는 머리장식과 꽃 장식으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혼례복은 간소해지고 일상적인 우리 옷이 예복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흰색을 입었지만 때로는 녹의홍상과 연분홍색, 연옥색을 입기도 했다고 한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화동들도 등장한다. 화동은 우리 전통혼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역할로 서양식 결혼의 영향을 받았다.
신랑신부가 한복+한복을 입은 차림이다. 색동저고리 차림의 화동도 등장했다. ⓒ이선미
두 번째는 신랑과 신부가 각각 양복과 한복을 입은 형태다. 남성복이 좀 더 빨리 현대적이 되어 신랑은 프록코트를 입었다. 이에 반해 신부는 웨딩드레스 형태를 빌어 흰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긴 베일과 티아라를 써 동서양 문화가 적절하게 뒤섞였다.
신랑신부가 양복+양장 차림을 했다. ⓒ이선미
좀 더 시간이 흘러 신랑신부가 모두 서양 복식을 했다. 신랑의 차림은 한결 대중적이 되어 일반 양복 형태가 되었고 긴 넥타이를 했다. 신부는 1900년대 서양에서 유행하던 로우웨스트 드레스를 입고 리본으로 장식한 부케를 들었다.
혼례복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 외에 왕가의 혼례복도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왕가의 혼례 역시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은 서구 문물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결혼식’을 올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친왕의 신부였던 이방자 여사의 혼례복이 재현되어 있다. 깃털을 이용한 헤드피스가 무척이나 독특한데 전체적으로 무척 고상한 품격이 드러나는 차림새다.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가 입었던 드레스는 당시 유럽의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이들이 드레스를 한참 바라보았다. ⓒ이선미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차남 이우와 박찬주, 그리고 덕혜옹주와 소 다케유키의 결혼 사진도 전시되어 있어서 당시 왕가 사람들의 혼례식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혼례복의 변화’와 ‘혼례에서 결혼까지’라는 제목의 영상이 나온다. 20세기 초에 신랑은 사모관대를 쓰고 신부는 원삼을 입은 우리 전통혼례의 복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서구문화와 종교의 유입으로 인한 변화였다. 1930년 중반에는 ‘혼례’라는 우리 표현이 일본에서 유래한 ‘결혼’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었다. 영상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이자 작가였던 나혜석과 소설가 박완서의 결혼식 사진들이 영화처럼 쏟아진다.
영상을 통해 소설가 박완서의 결혼식 사진도 볼 수 있다. ⓒ궁중문화축전
우리 문화를 제대로 살펴볼 겨를도 없이 서양문화가 쏟아져 들어오던 근대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혼례의 경우 복식만이 아니라 장소도 큰 변화를 겪었다. 전통적으로 신부집 앞마당에서 거행되던 혼례가 성당이나 교회, 불당 같은 종교적 장소, 혹은 YMCA 강당이나 명월관, 태화관 같은 유명 장소로 옮겨갔다.
옛 것과 새로움의 경계를 넘나들던 백 년 전 혼례식 풍경을 재현해놓은 전시를 통해 잊고 있던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21세기 덕수궁에서 만난 ‘힙하게 합’한 근대의 혼례식, 물밀 듯 밀려든 외래문화 속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혼례는 경건하고 아름다웠다.
개화기 복장을 한 시민들이 마치 ‘혼례식’의 하객처럼 덕수궁을 찾았다. ⓒ이선미
■ 2020 신여성 혼례 복식전 '혼례 힙하고 합하다'
○ 일시 : 2020. 10. 10.(토) ~ 2020. 11. 30.(월) 09:00~17:30
○ 장소 : 덕수궁 덕홍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99)
○ 관람 : 입장권 결제 후 무료 전시
○ 온라인 영상 : 궁중문화축전 유튜브
○ 문의 : 02-771-9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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