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 되새기는 '민주인권기념관'

시민기자 김창일

발행일 2020.08.27. 10:58

수정일 2020.08.27. 10:58

조회 573

※ 이 기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이전에 작성되었습니다. 현재 민주인권기념관은 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휴관합니다. - 편집자주

지난 7월, 민주인권기념관이 재개관했을 당시 필자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보고자 방문했었다. 현재 기념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만큼 8월 16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 휴관 중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입장 시 발열 체크, 손소독, 전자출입명부,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관람해야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거리두기가 완화된 후 방문을 원한다면 ▲민주인권기념관 홈페이지(https://dhrm.or.kr/)를 통해 기념관 개관 여부를 확인해야겠다.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와 특이한 창문이 눈길을 끄는 민주인권기념관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와 특이한 창문이 눈길을 끄는 민주인권기념관 ⓒ 김창일

용산구 지하철 1호선 남영역 바로 옆에 자리한 민주인권기념관은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렸던 곳이다. 1976년 만들어진 이후 무고한 시민이 고문을 받았던 장소로, 2018년 12월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1976년 지어졌지만 사람들은 이 건물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건물 외관을 ‘00해양연구소’로 위장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대공분실은 신길산업, 경동실업, 충남기업 등의 명칭들로 위장간판을 달아 일반 사람들은 알 수가 없었다.

고 김근태 선생이 고문을 받았던 장소
고 김근태 선생이 고문을 받았던 장소 ⓒ 김창일

남영동 대공분실이 알려진 건, 1985년 고 김근태 당시 민주화운동쳥년연합의장 전기고문 실체가 세계 언론에 알려지게 되면서부터다. 건물 5층 15호는 김근태 선생이 1985년 9월 4일부터 26일까지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던 조사실이다. 아카이브 설치 작가 이부록이 김근태 선생의 서재를 상징적으로 복원해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는 김근태 선생이 수감되었을 때 읽었던 시집 25권이 전시돼 있다. 고문 후유증으로 걷고 먹지도 못하고, 두통으로 인해 읽고 쓰는 것조차도 어려워 호흡이 짧은 시 읽기만 가능했다고 한다. 관람객은 시집을 꺼내 원하는 구절을 낭독의 방에서 녹음할 수도 있다.

원래 모습을 복원해 전시해 놓은 고 박종철 열사 고문실
원래 모습을 복원해 전시해 놓은 고 박종철 열사 고문실 ⓒ김창일

남영동 대공분실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87년 1월 14일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서다. 고문으로 사망했으나 경찰과 검찰은 심장쇼크사로 은폐하려 했다. 이 사건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의 불씨가 됐다. 기념관 5층 9호에는 박종철 열사 조사실을 복원해 놨다. 조사실 안을 보면 세면대와 변기, 욕조, 침대 등이 있다. 고문이 상시적으로 자행됐고, 원하는 답을 하지 않으면 풀려날 수 없었다.

철저하게 고문을 위해 설치된 시설
고문을 위해 설치된 시설 ⓒ김창일

5층 창문은 가늘고 벽은 목재 타공판으로 돼 있으며, 형광등과 백열등은 철망으로 막아 놓았다. 창문이 특이한 것은 밖에서 안을 볼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고문을 받다 투신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목재 타공판은 저주파는 흡수하지만 고주파는 전달하게 된다. 이는 옆방에 비명소리를 들리게 해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또한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형광등과 백열등을 막아놓은 것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설계한 사람은 김수근이다. 우리나라 건축 1세대로 평가 받는 김수근은 올림픽 주경기장, 남산 자유센터, 워커힐 호텔, 세운상가, 서울지방법원청사, 경동교회, 옛 공간사옥 (현 아리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등을 건축했다.

공포감을 주는 나선형 계단
공포감을 주는 나선형 계단 ⓒ김창일

대공분실에 끌려온 사람들은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해 5층으로 이동했다. 5층으로 연결된 나선형 철제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면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철제 계단의 소리로 공포감이 극대화됐다고 한다.

박종철 기념전시실
박종철 기념전시실 ⓒ김창일

4층에는 박종철 기념전시실이 있다. 한창 대학을 다니며 꿈을 키워갈 청년이 국가권력 앞에 처참히 희생됐다. 이 사건은 영화 '1987'로도 제작되어 당시의 사실을 후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전시실에는 5.18 7주기 기념미사 때 김승훈 신부가 발표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은 조작되었다는 성명서도 전시돼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②모든 국민은 고문을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세계인권선언 "제5조 어느 누구도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모욕, 형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거를기억해야 하는 건 현재의 우리다.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건 현재의 우리다. ⓒ김창일

2020년,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기까지 국가권력에 대항한 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면 민주인권기념관을 방문해 멀지 않은 과거에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분들과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관람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민주인권기념관 홈페이지에서 가상체험으로도 기념관을 탐방할 수 있다.

민주인권기념관
○ 위치 : 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갈월동)
○ 운영시간 : 매주 화~일 09:30 - 17:30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dhrm.or.kr/
○ 문의 : 02-6918-0102
※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라 8.16.~별도 공지 시까지 임시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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