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숲길 간다면 쇼핑은 '공릉동 도깨비시장'에서
발행일 2020.06.24. 15:47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 숲길 끝부분에 '공릉동 도깨비시장'이 있다. 약 40년 된 노원구에서 유일하게 현대화된 시설의 전통시장으로 도깨비 방망이처럼 없는 게 없고, 못 만드 게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붕이 투명하게 만들어져 햇빛이 들어와 조명이 없어도 시장이 환하다. 공릉동 도깨비 시장에는 어떤 가게들이 있을지 찾아가 보았다.
경춘선 숲길 옆 공릉동 도깨비시장 입구 ⓒ최병용
어릴 적 오일장 근처에 살았다. 오일장이 열린 다음날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찍 일어나 장으로 향했다. 장을 보는 사람들이 흘리고 간 동전을 흙 속에서 찾아 과자나 사탕을 사먹기 위해서였다. 그런 추억 탓인지 전통시장에 들어서면 늘 마음이 푸근해진다.
착한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한 공릉동 도깨비시장 건물주에 대한 감사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공릉동 도깨비시장 중간중간에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최병용
입구에 있는 떡집에서 갓 만들어져 나온 떡이 먹음직스럽게 전시되어 있다. 전통시장에서 떡집이 빠지면 시장 답지 않다고 할 정도로 한국인에게 떡집은 곧 시장이다. 사장님의 표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전통시장에서 떡집이 빠질 수 없다. ⓒ최병용
떡집 옆에 빵집! 떡과 빵은 호불호가 갈리니 두 집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괜찮을 거 같다. 맛있는 빵들이 진열돼 빵집 안으로 유혹한다. 전통시장 빵집은 동네 체인점 빵집보다 훨씬 싸고 빵이 맛있게 느껴진다. 매장에서 빵을 직접 굽는데 정말 빵 종류가 다양해 놀랍다.
빵을 매장에서 직접 굽는 도깨비시장 빵집 ⓒ최병용
한우를 매일 매일 세일 한다는 정육점도 보인다. 온누리상품권, 제로페이, 노원사랑상품권 등을 모두 취급한다고 하니, 할인된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을 구매해서 사용하면 훨씬 이득이다.
온누리상품권, 제로페이, 노원사랑상품권 모두 사용이 가능한 정육점 ⓒ최병용
도깨비시장 안에는 '공릉 쇼핑'이라는 실내 쇼핑센터도 자리잡고 있다. 백화점이 많이 없던 30~40여 년 전에 시장 안의 이런 쇼핑센터가 동네 백화점 역할을 했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굳이 백화점 옷을 입지 않아도 주눅들지 않던 시절이 좋았다.
도깨비시장 내 실내 쇼핑센터도 자리하고 있다. ⓒ최병용
부부가 운영하는 신발가게에서는 구두, 장화, 슬리퍼, 샌들까지 없는 신발이 없다. 가격도 저렴하다. 경춘선 숲길에 주민들에게 분양한 주말농장이 있어서인지 장화도 많이 보인다.
공릉동 도깨비시장 신발가게 ⓒ최병용
공릉동 도깨비 시장 안에는 족발 가게가 많다. 오동통한 다리 살을 잘 삶아 만든 족발을 보니 저절로 식욕이 마구 올라온다.
공릉동 전통시장의 족발 가게 ⓒ최병용
청년 둘이서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한참을 지켜보고 간 생선가게다. 수산물이 정말 하나같이 모두 싱싱하다. 전복, 낙지는 살아 있는 생물로 판매한다.
신선한 수산물이 가득한 총각네 생선가게 ⓒ최병용
닭강정 가게의 사장님도 청년이다. 요즘은 자신만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려는 젊은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보기 좋다. 모두 다 대학을 가고 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게 인생이다.
청년 사장님이 운영하는 닭강정 가게 ⓒ최병용
계란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이곳에서 처음 알았다. 곡식 가게인데 왕란, 특란, 미란, 초란, 구운계란까지 마트보다 저렴하게 박리다매로 판매한다.
마트보다 저렴하게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계란 ⓒ최병용
먹음직스러운 싱싱한 과일이 참 많다. 여기 과일은 모두 설탕 스박, 설탕 자두, 설탕 살구 등등이다. 얼마나 맛있으면 모두 앞에 설탕을 붙였을지 궁금하다. 과일 장사 친구에게 들었더니 체리 통관이 늦어져 체리 가격이 비싸다던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온라인보다 가격이 더 싸다.
과일가게의 과일이 신선하다. ⓒ최병용
엄마들의 손을 덜어주는 반찬가게의 반찬이 맛있어 보인다. 마트 반찬은 보통 1팩에 4천원, 3팩에 만원인데 도깨비시장은 1팩에 3천원, 4팩에 만원이니 1팩을 더 주는 셈이다.
엄마들의 손을 덜어주는 반찬가게 ⓒ최병용
만두와 도너츠를 파는 가게다. 간판이며 사장님의 노란색 옷, 모자가 만두가 참 맛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손수 빚어 파는 만두나 도너츠 가격도 전통시장 답게 참 착하다.
착한 가격에 옛날꽈배기와 도너츠를 맛볼 수 있다. ⓒ최병용
전통시장도 원산지 표시가 철저하다. 깻잎, 시금치, 쪽파, 미나리, 얼갈이, 청경채, 양상추, 비트, 파트리카 등 모두가 국산이다. 채소 가게에서도 온누리상품권, 제로페이, 노원사랑상품권을 받는다니 시장도 많이 발전했다.
직접 재배한 채소가 싱싱하다. ⓒ최병용
공릉동 도깨비시장의 절반을 지나면 나머지 절반은 내리막길에 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길로 끝까지 가면 경춘선 숲길을 만난다. 경춘선 숲길과 공릉동 도깨비 시장 투어를 같이 하면 좋다.
공릉동 도깨비시장은 경춘선 숲길과 이어진다. ⓒ최병용
포천 맷돌 순두부 공릉점이 도깨비시장 안에 있다. 직접 손으로 빚은 손두부는 빛깔이나 생김새부터 다르다. 두부 요리가 있는 한국 음식이 정말 맛있다. 옆을 지나기만 해도 김이 모락모락나는 두부의 진한 콩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맷돌 순두부 가게 ⓒ최병용
호박죽, 팥죽, 전복죽 딱 3가지만 판매하는 동지팥죽이란 가게다. 사장님의 친절함에 끌려 들어가 팥죽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이 먹고 나왔더니 배가 부르다. 죽 가격이 소 3,500원, 대 5,500원이니 요기하기 좋다. 포장도 된다고 하니 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포장해 가져가기 좋다.
공릉동 도깨비시장 맛집 동지팥죽 ⓒ최병용
명동 홍두깨 손칼국수는 칼국수 한그릇이 시중의 절반 가격인 3,500원이다. 홀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도깨비시장에서 유명한 맛집이다. 여름에는 특별히 서리태 콩국수와 비빔칼국수를 판매한다. 비빔 칼국수의 맛이 궁금한데 자리가 없어 다음을 기약했다.
공릉동 도깨비시장의 맛집 명동홍두깨손칼국수 ⓒ최병용
황태, 미역, 다시마, 토란, 표고버섯, 쥐치뼈, 고추 등 안 튀겨진게 없을 정도다. 색감도 참 예쁘게 만드는 튀각집이다.
황태, 토란, 미역 등 바삭바삭한 튀각집 ⓒ최병용
코로나19 탓에 전통시장 방문을 꺼리는 손님들을 위해 공릉동 도깨비시장은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통시장만이 줄 수 있는 포근함과 시장 분위기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한국인의 정서다. 어릴 적 엄마 손잡고 시장에 가 국수 한그릇 사먹던 기억, 붕어빵을 사먹던 기억, 건빵을 사먹던 기억은 평생 뇌리에 남는다. 아이들 손잡고 가야 할 이유다.
■ 공릉동 도깨비시장
○ 위치 : 서울 노원구 공릉동 566-2
○ 교통 : 지하철 7호선 공릉역 2번 출구(도보 7분), 7,6호선 태릉입구역 3번 출구(도보 8분)
○ 개장시간 : 매일 8:00 - 22:00
○ 문의 : 02-97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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