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를 기억하는 특별한 전시
발행일 2020.05.29. 16:23
청계천에서 바라본 전태일기념관, 외벽글씨는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 내용이다. ©이영남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올해 개관 1주년이자 전태일 분신항거 50주기를 맞아 2개의 특별전시를 열고 있다. 바로 기획전 '함께하는, 길'과 이한열기념관 초대전 '보고 싶은 얼굴-기억 속의 노동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휴관했던 전태일기념관은 지난 6일부터 사전 예약제로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29~6.14 임시휴관) 코로나19에 관한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필자도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한 후 방문해보았다.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기념관에 도착하니 발열체크와 손소독제 사용 등 생활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사전예약자 명단 확인 후, 손 소독 및 발열 체크한 다음 입장한다 ©이영남
전태일 분신항거 50주기 '함께하는, 길' 기획전
전태일기념관 1층에서 진행되는 '함께하는, 길'은 전태일 분신항거 50주기를 기념하는 두 번째 특별기획전으로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섬유·봉제노동자로 전태일의 길을 따라 걸은 권미경, 김경숙, 김진수, 박복실 노동자를 다룬다. 네 명의 만화가 마영신, 심우도, 박건웅, 김성희가 네 노동자의 이야기를 만화로 재구성했다. 전시는 오는 8월16일까지 계속된다.
함께하는, 길 포토존에서 네 명의 열사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다. ©이영남
전태일기념관 1층 기획전시실에 전시되고 있는 함께하는, 길 안내판 ©이영남
전시는 노동자이자 시민이었던 네 명의 청년이 지금 우리 시대 청년들처럼 행복한 삶을 꿈꾸었으며, 그들의 행동이 분노로 표출된 희망이었음을 보여준다.
김성희 만화가가 재구성한 그리워라, 박복실 전시 ©이영남
전시 가운데 '그리워라 박복실'은 가톨릭 노동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81년 태앙메리야스 노조위원장을 지낸 박복실 열사가 함께하고자 하였던 동료들과의 마지막 모습을 김성희 만화가가 재구성하여 그리운 마음을 표현했다. 서랍을 열자 박복실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만화가 나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심우도 만화가는 가발업체인 YH무역 노동자로 신민당사 농성 중 경찰의 강제해산 과정에서 운명한 김경숙 열사의 마지막 하루 이야기와 열사가 꿈꾸었던 세상을 재구성해 표현하였다.
김진수 열사가 전태일 열사를 만난 상상 속 따뜻한 장면을 박건웅 만화가가 표현했다. ©이영남
또한 한영섬우(주) 노동자로 강제퇴사 후 복직하였으나 구사대에게 폭행당한 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운명한 김진수 열사가 전태일 열사와 만나는 장면을 박건웅 만화가의 상상력으로 노동의 가치와 연속성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마영신 만화가는 신발업체인 대봉(주)미싱공으로 근무하고 어용노조의 노동통제강화에 항거하여 투신한 권미경 열사가 공장에서의 부당한 노동현실을 직시하면서 겪었을 삶과 죽음에 대한 마음을 표현했다.
'보고 싶은 얼굴-기억 속의 노동자' 이한열기념관 초대전
전태일기념관 2~3층에서는 '보고 싶은 얼굴-기억 속의 노동자' 초대전이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2015년부터 매년 열린 이한열기념관의 보고 싶은 얼굴 전시 출품작으로, 지난 5년간 다룬 30명의 열사 중 노동 열사 13명의 얼굴을 13명의 시각예술가가 표현한 작품이 소개하고 있다.
TV 화면을 통해 산업선교 선구자 조지송 목사의 오래된 얼굴과 옥화리 강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이영남
특히 노동 관련 열사 13명의 이야기를 시대별 구분하여 노동운동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1970~80년대는 기독교와 여성 노동자 중심의 노동조합운동, 1980~90년대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투신, 대기업 사업장 노조와 전교조 운동,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여성,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움직임을 다룬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전태일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죽음은 대학생의 죽음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죽어서도 이들은 기억되지 않고 있다. 시각예술 작가들은 여기에 있는 한분 한분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형상화하였다.
성효숙, 김경숙을 그리다, 모음(母音) 상자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그림 ©이영남
2000년대 이후 수많은 희생과 헌신이 있었지만 노동자들은 지금도 50년 전 전태일이 분신항거한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늘어났고, 여성과 청년, 소규모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산재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중소병원에서 노동조합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이정미 간호사, 삼성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최종범,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기본소득 운동을 벌인 시민활동가 권문석, 계약직 방송노동자의 살인적인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이한빛PD 등이 이 시대 노동자들의 얼굴을 대변하고 있다.
김경화 작가의 박승희 열사 작품은 최대한 밝고 예쁘게 표현하고 싶어서 한복천으로 화려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영남
이우광, 이한빛을 그리다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노동착취 피해자였던 고 이한빛 PD와 전태일 동상을 합성했다. ©이영남
한편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2019년 4월 전태일과 노동의 참된 의미 및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설립했다. 시민을 대상으로 상설전시 및 기획 전시, 노동인권 체험교육, 문화공연, 인문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종로구에 위치한 기념관은 바로 앞에 청계천이 있어 꽃, 나무, 물고기, 새 등 자연을 만나며 광화문까지 적당한 걷기를 즐기기에 좋다.
3층 상설전시관에는 전태일의 어린시절, 전태일의 눈, 전태일의 실천, 전태일의 꿈 등의 전시가 있다. ©이영남
전태일 50주기 두 번째 기획전으로 열리는 '함께하는, 길' 전시와 '보고 싶은 얼굴-기억 속의 노동' 이한열 초대전은 열사라고 불리던 이들이 사실은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노동자였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시민이자 노동자인 우리가 함께 걸을 때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도 전해준다. 전태일기념관을 관람후 청계천을 따라 걸으면서 2020년대 노동자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건 어떨까.
■ 전태일기념관 안내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05
○ 관람시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5.29~6.14 임시휴관)
– 하절기 (3월~10월) / 10:00~18:00
– 동절기 (11월~2월) / 10:00~17:30 (종료 30분 전 입장 마감)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당일), 추석(당일)
○ 관람료: 무료
○ 사전예약: https://www.taeil.org/exhibition/reservation
○ 예약 유의사항 : 1인 최대 2명까지, 마스크 필수 착용, 해설 및 노동인권체험교육은 잠정 중단.
○ 문의: 02-3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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