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이 꽃으로 피어나다…우이신설선 '만개'
발행일 2020.05.15. 17:55
사방에 꽃이 피어나는 5월, 우이신설역 11개 역사에도 꽃이 피었다. 지난 6일부터 코로나19 상황으로 침체된 시민들의 일상에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만개:UI Blossom' 전이 열린 것이다. 8월 3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의 부제에 서울시의 바람이 담겼다. 바로 '꽃,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다’이다.
우이신설선 11개 역사에서 '만개:UI Blossom' (부제: ‘꽃,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다’) 전이 열리고 있다.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특별히 우이신설선 중 신설동역, 보문역, 성신여대역에서는 ‘기원-HOPE’, ‘영원-ETERNITY’, ‘환희-JUBILIANCE’ 3부작이 펼쳐지고 있다.
1. 신설동역 '기원 - HOPE'
한 시민이 2017년 신설동역에 설치된 이강화 작가의 작품 '생명-리듬' 을 지나고 있다. ⓒ이선미
현대사진의 거장 구본창 작가와 그래픽 디자인을 선보여온 채병록 디자이너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신설동역은 ‘기원-HOPE’를 주제로 한 갤러리였다. 구 작가는 자신이 직접 씨를 뿌리고 키운 아마릴리스와 심비디움 등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씨를 뿌리고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구본창 작가의 작품, 직접 씨를 뿌리고 키워 피운 꽃을 찍은 사진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선미
신설동역에서 특히 눈에 띈 건 ‘버즈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펼쳐진 아트캔버스였다. 태국 작가 퐁 분로드와 벨라루스의 엘레나 바르카트코바, 우리나라 이예진 등 9인의 작가가 시민들에게 전하는 꽃들의 이야기가 시민들의 발길을 사로잡곤 했다. 워낙 규모가 큰 캔버스인데다 작품들이 무척이나 화사하고 강렬했다. 작가소개와 작품의 간략한 설명까지 덧붙여져 잠시 관람을 하는 시민들도 더 친밀하게 머무는 것 같았다.
신설동역에 설치된 아트캔버스에 버즈아트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태국 작가 퐁 분로드의 매혹적인 꽃그림들 ⓒ이선미
아트캔버스에서는 작가와 작품 설명이 간략하게 제공된다. 사진은 벨라루스 작가 엘레나 바르카트코바의 정물화들 ⓒ이선미
2. 보문역 '영원-ETERNITY'
보문역에서 만날 수 있는 ‘영원-ETERNITY’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다는 전설의 꽃 아마란스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에서 온 서로 다른 두 개의 작품이 잠시나마 영원의 한순간을 생각하게 했다. 이탈리아 패션 포토그래퍼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는 전 국민이 가택 격리된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꽃 이미지를 찾아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약 한 달간의 고뇌가 배어 있는 작품은 일상이 완전히 멈춰버린 이탈리아 사회의 고통과 두려움을 넘어 마치 극락조처럼 부활하고 영원한 꿈에 이르려는 의지가 타오르는 느낌이다.
‘영원'을 주제로 한 보문역 전시는 이탈리아 포토그래퍼가 코로나19로 가택 격리 중에 그린 작품들이 소개된다. 사진은 미켈레 데 안드레이스의 ‘극락조화’ ⓒ이선미
그의 작품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의 실시간이라면, 네덜란드에서 온 작품들은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의 산물이다.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유럽사회에서는 식물세밀화가 유행했다. 과학적 탐험과 성찰의 결과, 아름다운 생명체인 꽃을 세계의 원리가 담긴 소우주로 묘사해낸 것이다. 네덜란드 라익스 미술관에서 온 17-19세기 식물화 24점이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따라 설치되어 있다.
사실 이 작품들을 놓칠 뻔했다. 따로 가이드가 없다보니 작품이 설치된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벽에 액자들이 붙어 있어서 그러려니 하다가 어느 순간 알아차린 것이다. ‘영원’을 상기시키는 작품들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 설치된 건 꽤 적절한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의 한순간을 스치고 있다는 건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잠언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 설치된 보문역의 세밀화 ‘영원’ ⓒ이선미
3. 성신대역 '환희 'JUBLIANCE'
청년들의 이동이 많은 성신여대역에서는 ‘환희-JUBILIANCE’를 만날 수 있다. 아이슬란드 출신 작가 크리스트자나 윌리암스는 자연을 상징하는 동식물, 모험과 여행을 상징하는 지도, 열기구 등의 이미지를 결합해 호기심과 경이가 넘치는 환상적인 신세계를 표현해 왔는데, 이 전시를 위해서도 특별한 작업을 했다. 바로 자신의 스튜디오 스텝인 우리나라 청년 디자이너 김수형을 모델로 한 ‘서쪽의 미스김’, ’동쪽의 미스김’이다. 작가는 개찰구 앞에서 만나게 되는 이 작품에 한국 사회의 청춘들이 동서양을 넘어 마음껏 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청년들이 많이 왕래하는 성신여대역의 경쾌하고 기발한 작품 ‘서쪽의 미스김’, ’동쪽의 미스김’. 손세정제와 예방수칙과 함께 배치돼 코로나19 상황이 여실히 드러나는 전시공간이다. ⓒ이선미
성신여대역 환승엘리베이터 구간에서는 강은혜 작가의 ‘커넥션’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작가는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선들과 전면 거울 안에 관람자가 함께 존재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이선미
이밖에도 솔밭공원역 청년작가들의 ‘고요한 도시의 봄’과 정릉역 작가초청전 ‘아다지에토’를 비롯해 11개 역사에서 총 289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 가운데 일부는 ‘우이신설문화예술철도’ 홈페이지(http://www.uiartline.com/)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컴퓨터와 모바일 바탕화면 이미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우이신설예술철도’에서는 아마추어 작가부터 신진작가들, 전시 연출을 원하는 기획자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전시’의 기회도 제공한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솔샘공원역에 설치된 작가 빠키의 ‘연속적인 원형의 교류’ ⓒ이선미
우이신설선 13개 역사에서는 상업 광고를 배제하고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를 통해 전시되는 좋은 예술 작품들이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
봄이 오자 겨울을 이겨낸 꽃들이 피어난다. ‘꽃, 피어나는 희망을 말하다’ 전시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자연은 묵묵히 할 일을 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들 역시 ‘사람, 피어나는 희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가진 힘을 믿듯이 우리도 서로가 가진 힘을 기억해내고 희망을 독려하는 봄이고 싶다.
우이신설 문화예술철도 : http://www.uiartline.com/
문의 : 02-6958-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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