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오로라가 눈앞에 '핀란드 디자인 10 000년'전

시민기자 민정기

발행일 2020.02.06. 13:27

수정일 2020.03.04. 12:26

조회 200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북유럽’은 어떤 이미지일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진 여행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배경, 바이킹의 땅 등 많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낯선 듯 친숙한 북유럽 문화는 우리나라에 ‘북유럽 디자인(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열풍이 불면서 일상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인테리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선도하는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은 간결하고 기능적이며, 트렌디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북유럽 디자인의 발생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핀란드’가 북유럽 대표로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산타클로스의 나라이자 ‘휘바휘바’라는 유행어를 남긴 자일리톨 광고로 친숙한 핀란드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보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전의 전시실 입구 모습

'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전의 전시실 입구 모습 ©민정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 – 핀란드 디자인 10 000년'전은 지난 2018년 말부터 2019년 2월까지 핀란드 국립박물관이 개최했던 '디자인 만 년'전의 세계 첫 순회전이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초로 열리는 북유럽 문화 역사 전시이다. 핀란드 국립박물관의 협업으로 전시 내용을 재구성했다고 한다.

전시실 입구에 위치한 '프롤로드 디지털 존'의 모습

전시실 입구에 위치한 '프롤로드 디지털 존'의 모습 ©민정기

전시실 입구로 들어서면 숫자 0과 1이 가득한 벽면과 사이사이에 위치한 다양한 도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 입구의 프롤로그 디지털 존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도구들을 보여주며 시간과 물질의 연속성을 나타낸다. 숫자 0과 1은 무작위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시작의 이야기’를 이진법으로 변환한 것이다. 천장에 달려 있는 64개의 스피커를 통해 다양한 도구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각각의 소리를 들으며 인간이 만든 도구들, 도구를 통한 인간 발전의 과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

'핀란드 라이프' 전시실의 영상 전시, 유리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핀란드 라이프' 전시실의 영상 전시, 유리 공예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민정기

디지털 존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면 주한 핀란드 대사관과 함께한 연계 체험 공간인 ‘핀란드 라이프’를 만나볼 수 있다. 핀란드 가구와 공예품을 통해 핀란드인의 일상과 핀란드 디자인을 마주할 수 있으며, 영상을 통해 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실 내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의 ‘스툴 60’이 배치되어 있다. 동그란 받침대에 거꾸로 된 L자형 다리가 붙어있는 스툴 60은 핀란드의 가구 브랜드 아르텍을 대표하는 의자이다. 쌓아서 보관하기도 쉬워 공간 효율성을 높여주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도 높인 스툴 60은 간결하고 기능적인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알바 알토의 '스툴 60'의 모습

다양한 색깔을 가진 알바 알토의 '스툴 60'의 모습 ©민정기

주요 전시는 크게 여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으며, ‘과거-현재-미래’라는 연대기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고고학적 관점에서 연도별로 소개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사물에 초점을 맞춰 자유롭게 그 기원에 대해 상상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위해 과거의 유물과 비슷한 형태의 제품을 함께 배치하거나 형태는 다르더라도 비슷한 맥락으로 만들어진 사물을 함께 배치해 과거와 미래가 얼마나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1부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든다'에 전시되어 있는 철도끼와 노키아폰의 모습

1부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든다'에 전시되어 있는 철도끼와 노키아폰의 모습 ©민정기

1부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든다’에서는 과거 핀란드인이 쓴 주먹도끼와 철도끼가 노키아폰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고대와 현대의 기술혁명을 동시에 읽어낼 수 있다. 도끼를 통해 바뀌었을 핀란드인의 삶과 스마트폰이 바꾼 현대인의 삶을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1부 전시의 주제에 공감할 수 있다.

3부 '사물의 생태학'에 전시되어 있는 하얀색 스티커의 핀란드와 빨간색 스티커의 한국 빗살무늬토기의 모습

3부 '사물의 생태학'에 전시되어 있는 하얀색 스티커의 핀란드와 빨간색 스티커의 한국 빗살무늬토기의 모습 ©민정기

핀란드의 문화와 디자인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 전시실 곳곳에는 한국의 유물 20여 점도 전시되어 있다. 핀란드의 전시품은 하얀색 스티커로, 한국의 유물은 빨간색 스티커로 표시해놨는데 이를 같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령, 3부 ‘사물의 생태학’에서는 정착과 유목 사이의 선택에서 생겨난 유물로 해석되는 핀란드의 빗살무늬토기 옆에 우리의 빗살무늬토기를 배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생활환경이 다른 우리나라와 핀란드가 생존을 위해 비슷한 발전 과정을 겪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류 문화의 보편성까지 살펴볼 수 있다.

'스툴'의 원형이 된 나무의자의 모습과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곡물 저장용기의 모습

'스툴'의 원형이 된 나무의자의 모습과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곡물 저장용기의 모습 ©민정기

전시실에서는 ‘나무’로 만든 전시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물질(matter)’이라는 용어는 라틴어로 ‘나무(wood)’를 뜻하는 ‘재료(material)’라는 말에서 나왔다. 핀란드는 삼림 생태계를 완전하게 활용하는 나라다. 나무는 생필품, 연료, 건축물, 심지어 영양 보조제의 기본 자원의 역할까지 한다. 생활에 사용되는 접시와 사발, 사다리와 의자는 모두 단일 재료로서 나무의 사용을 보여준다. 총 220억 그루의 나무가 있다고 추정되는 핀란드는 시대를 구분하는 '석기-청동기-철기' 이외에 언제나 ‘나무 시대’였다.

나무향이 인상적인 핀란드식 사우나의 모습

나무 향이 인상적인 핀란드식 사우나의 모습 ©민정기

전시장 곳곳에는 핀란드에 온 듯한 몰입의 공간들이 펼쳐져 있다. 눈 내리는 헬싱키 거리를 상상하며, 핀란드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듣는 여유를 제공하는 오디오 부스도 준비되어 있다. 핀란드는 ‘사우나’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다. 사우나는 핀란드어로 목욕을 뜻하는데, 핀란드에는 약 250만 개의 사우나가 있다고 한다. 이를 상징하듯 전시장에는 핀란드식 사우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실제 사우나처럼 열기가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향긋한 나무 향과 함께 핀란드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전시가 함께하고 있다.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 속에서 오로라가 펼쳐져 있는 모습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 속에서 오로라가 펼쳐져 있는 모습 ©민정기

전시장의 마지막에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도 말할 수 있는 ‘오로라’가 펼쳐진 공간이 있다. 넓은 스크린에 아름다운 핀란드의 자연환경과 오로라가 펼쳐지는데, 실제 핀란드의 밤하늘에서 오로라를 보는 듯한 황홀한 느낌을 준다.

각 세션 안내판 아래에 있는 전시설명서와 안내데스크에서 받을 수 있는 안내 책자 바인더

각 세션 안내판 아래에 있는 전시 설명서와 안내 데스크에서 받을 수 있는 안내 책자 바인더  ©민정기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전시를 보면서 직접 안내 책자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 책자 바인더를 받은 후, 각 섹션의 안내판 아래에 있는 전시설명서를 통하면 된다.

색다른 관점에서 핀란드와 그들의 역사와 문화, 디자인까지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올해 4월 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다. 그 후 국립김해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의 순회전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겨울, 서울에서 북유럽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세련된 디자인 감성까지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

■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 전시 정보
○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
○ 전시기간 : 2019년 12월 21일(토)~2020년 4월 5일(일)
○ 관람료 :  [개인] 성인 30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2000원 [단체] 성인 2500원, 어린이 및 청소년 1500원 ※ 만 7세 미만, 만 65세 이상 무료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종료 후 국립김해박물관(2020년 4월 21일~2020년 8월 9일), 국립청주박물관(2020년 8월 25일~2020년 10월 4일) 순회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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