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그 날… 임시정부 환국 74주년 행사
발행일 2019.11.27. 13:19
애니메이션 '11월에 온 비행기’ 포스터
영등포구에 위치한 여의도공원에 가면 C-47 수송기 한 대가 놓여 있다. 지난 11월 22일(금), 지금은 상설 전시관이기도 한 이 비행기 안에서 조그마한 행사가 있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공간인 비행기 타랍을 오르는 참가자들 Ⓒ박세호
1945년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해방된 정국에서 임시정부 요인들이 고국 땅을 밟으며 귀국한 날인 11월 23일을 기념하는 전야제 행사였다. 행사 참석자들이 기록영화 사진을 돌려보기도 하는 한편, ‘11월에 온 비행기’ 라는 제목의 신규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면서 토크행사를 가졌다.
대한민국 의정활동의 중심부에서 가까운 여의도공원 Ⓒ박세호
그러나 애석하게도 바로 그날 김구 주석을 비롯한 상해임시정부 요인들이 C-47 수송기에 타고 해방된 조국에 아무런 공식 환영 행사도 없이, 개인자격으로 돌아와야 했던 안타까운 장면들이 사진으로 남아 있었다. 행사 진행자의 설명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먹먹한 심정으로 각자의 생각한 바와 느낀 바를 발표하면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기념사업총감독이 해설을 하고 있다 Ⓒ박세호
이 자리에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서울시 청년위원들과 시민위원들도 많이 참석했다. 우연히 지나가다 관심이 생겨 온 행인도 있었고 초등학교 자녀를 데리고 온 가정주부도 있었다. 광장에 비행기가 있어서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다는 사람, 알고는 있지만 몇 번 오려다 이번에야 처음 발걸음을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설명을 듣고서는 너나없이 비장 마음으로 그날을 되새기는 듯 했다.
환영 인파 대신 미국 군인들이 임정 요인들을 맞고 있는 애니메이션 장면 캡처
전시 개막행사 전야인 11월 22일(금) 오후 5시에 진행된 이번 임시정부 환국 74주년 기념 토크행사는 서해성 총감독의 진행에 따라 이뤄졌다. 후반부에 가서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경위와 그 의미하는 바와 콘텐츠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잇었다.
임시정부 요인들의 11월 23일 환국보다 몇 달 먼저인 8월 18일에 대한민국 광복군 정진대 이범석, 김준엽, 노능서, 장준하 선생 등이 처음으로 경성비행장(옛 여의도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다. 이때는 8월 15일 광복 후 불과 3일 후였다. 이들 한국광복군 정진대원들이 미국 전략첩보국(OSS) 요원들과 함께 C-47기에 탑승, 착륙했던 경성비행장은 김포비행장이 아니었고 현재의 여의도공원 부근이었다. 이들은 미군 첩보기관인 OSS(오늘날의 CIA의 전신)에서 훈련받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일제에 대한 침공군의 일원으로 본토 수복작전에 참가할 준비와 훈련을 마치고 8월 말에 예정된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항복으로 전쟁이 끝나버렸다. 가슴에는 의욕이 넘쳤지만,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국제정세는 약소국 국민들에게 결코 유리하게만 돌아가지를 않았다.
미국 OSS 부대와 광복군 정진대원들 사진. 스크린 캡처
서울시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공간 C-47 비행기 전시관’을 상시 개방했다. 그런데 이 C-47 수송기는 1945년 11월 23일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상해 임시정부 15명이 환국할 때 탑승한 비행기와 동일기종으로, 우리나라 공군이 최초로 보유한 수송기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2015년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의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우리나라 독립운동 역사와 함께해온 C-47 비행기는 광복 70주년인 지난 2015년 8월 18일 복원되었고 수송기 바퀴가 처음 닿았던 자리에 설치돼, 일반에 공개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민들의 토크 Ⓒ박세호
영상 콘텐츠로 기획된 ‘11월에 온 비행기’는 지난 1945년 11월 23일 김포비행장(現 김포공항)으로 환국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을 목격한 조선인 소년의 이야기를 담아낸 감동적인 스토리의 애니메이션이다.
'11월의 비행기' 애니메이션 장면
여느 때와 다름없던 을유년(1945년) 11월 23일 오후 4시 왼쪽 어깨에 구두 통을 메고 바지런을 떨던 소년의 눈에 비행장 활주로 끝에 착륙한C-47 수송기가 보인다.
애니메이션 '11월의 비행기' 장면.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나오는 소년의 모습
김포비행장을 관리하던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는 막사 정리를 하면서 미군들이 주는 팁으로 생활을 한다. 수송기의 문이 열리고 중절모를 쓴 노인과 열다섯 명쯤 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중절모를 쓴 노인은 미군지휘관과 악수를 한다. “27년 만에 밟아보는 조국 땅이로군.” 그의 조선말 한마디는 소년의 귀를 타고 온 몸으로 타고 퍼져나간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환국 순간이었다.
C-47기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관람 중인 참여자들 ⓒ박세호
어찌 되었건 조선 민중 누구 하나 얼굴을 내밀지 않은 그 자리에 우연하게도 유일한 환영객이 된 소년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환국을 지켜본 목격자로서 대한민국임시정부요인들의 모습을 기억하겠다고 스스로 약속하며 가슴에 새긴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3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임시정부 요인들이 찍은 기념 사진
환영받지 못한 채 귀국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원들 중 3인이 3년 뒤 그 자리에 다시 찾아와 찍은 위의 기념사진 문구가 특이하다. ‘3년 전 그날... 8월 18일 우리 셋’이라고 자신들의 소회를 적어놓은 글귀가 눈에 띈다.
서해성 3·1운동 100주년 서울시 기념사업 총감독은 “3·1운동은 우리민족사의 거대한 생일이며, 민주공화정 수립의 중심에는 치열한 항일운동이 있었다. 그리고 C-47 수송기는 중심적인 역할을 이행해 온 의미 있는 공간이다”라고 말했다. ‘11월에 온 비행기’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그 구두닦이 소년의 약속을 우리가 지금 잘 지켜나가고 있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으며, 우리가 잊지 말자고 다짐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번 특별전시가 청소년과 시민 각계각층의 화합과 결심으로 애국심이 고취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념공간 안내문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