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통 '수륙제' 보고 왔어요
발행일 2019.10.18. 15:27
가을이 익어간다. 북한산에도 능선 계곡 할 것 없이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산에는 등산객이 넘쳐난다. 다양한 북한산 등산로 중 진관사 코스도 대표적 산행 코스 중 하나이다. 지난 주말에는 유난히 많은 사람들로 진관사 계곡이 북적북적 했다. 일 년에 한 번 거행되는 '진관사 국행수륙재' 행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관사 국행수륙재를 알리는 현수막 ⓒ최용수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조선시대의 수륙재(水陸齋) 전통을 온전히 계승한 국가무형문화재 제 126호이다. '수륙재(水陸齋)'란 물과 육지에 떠도는 영혼을 모셔 올리는 재를 말한다. 생명 있는 존재는 물론 생명 없는 존재와 하늘과 땅,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영혼과 잡귀에게 법식(法食)을 베푸는 불교의식이다.
은평구 국행수륙재가 열린 진관사 입구 극락재 ⓒ최용수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선대 임금의 명복을 빌고, 중생을 복되게 하기 위해 나라에서 실행한 유일한 수륙재이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임금이 1397년 진관사에 거동(擧動)하면서 수륙사(水陸社)가 건립하여 재(齋, 불공)를 지낸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진 600여 년의 전통과 역사를 지닌 무형문화재이다.
국행수륙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최용수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조선시대 수륙재의 칠칠재(七七齋) 형식을 따른다. 7일마다 7번의 정성어린 기도로 천도의식을 행하는 것이다. 회향일로부터 49일 전 재(齋)를 시작하여 매주 일요일에 초재, 이재, 삼재, 사재, 오재, 육재를 지낸다. 10월 둘째 주 토·일요일에 칠재를 끝으로 수륙재는 마무리된다. 이는 '진관사 국행수륙재'에서만 볼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라 한다.
국행수륙재에는 신도는 물론 시민들도 많이 참석한다 ⓒ최용수
금년도 진관사 국행수륙재 칠재(七齋) 의식은 10월 12일 토요일 ‘낮재’를 시작으로 13일 일요일 ‘밤재’에서 마무리 되었다. 칠재 의식은 국왕을 비롯해 영가(영혼)를 맞이하는 ‘시련(侍輦, 손수레)’, 영가의 이름을 불러 차와 국수를 대접하는 ‘대령(對靈)’에서 부처 재를 모두 마치고 고혼(孤魂)들을 배웅하는 ‘봉송회향(奉送回向)’에 이르는 14단계로 진행되었다.
국행수륙재가 열리는 진관사에서는 다양한 차를 마실 수 있다 ⓒ최용수
수륙재의 동참은 돌아가신 조상도, 살아있는 자신도 부처의 설법을 들어 모두가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것 같았다. 모든 영혼·중생을 위해 베풀어준 부처의 장엄한 음식 나눔은 분열과 대립을 해소하고 소통 · 화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 단풍이 물들어가는 진관사 계곡 탐방로 ⓒ최용수
깊어가는 가을, 삶의 고통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조용한 산사(山寺)를 찾아보면 어떨까.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고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신앙이 무엇이든 흥미로운 점은 정성스런 마음으로 행하는 간절한 기도는 우리에게 평안을 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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