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의 휴식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7.31. 00:00

수정일 2004.07.31. 00:00

조회 1,611



시민기자 전흥진


옛골 종점에 내려 절이 있는 곳으로 갔더니, 극락전 앞마당에 요염하게 핀 주황색 능소화 꽃과 파란 연잎들이 우리를 반긴다.
인파가 많이 몰리지 않는 미군부대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울창한 숲 사이로 귀를 따갑게 할 정도로 요란한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온갖 야생화들이 즐비하여, 새삼 이곳이 예전에 왔었던 청계산이 맞나 싶다.
산을 좋아하여 전국에 있는 많은 산을 돌아다니지만, 오늘 걷고 있는 청계산의 느낌은 사람이 별로 없는 오지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에 좋은 산을 두고도 먼 곳만 찾아 다녔나 보다.

일행 중 한사람이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아래쪽으로 계곡이 있다며 잠깐 쉬었다 가자고 했다. 차갑고 맑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고개를 드니, 아주 멋진 폭포까지 눈앞에 나타났다. 무더운 날씨라 초장부터 무진장 쏟은 땀방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이수봉까지 오르기로 했다.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 들어서니 밀림에 들어선 것처럼 하늘도 땅도 모두 초록에 빠져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몸도 마음도 깨끗이 정화되는 것만 같다.

이수봉 근처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영화에서 봤던 해먹이잖아?”
커다란 나무 사이에 메어있는 해먹마다 사람들이 세상근심을 잊고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빈자리가 있다면 나도 꼭 한번 누워보고 싶다는 아쉬움을 갖고 이수봉 꼭대기에 올랐다.
시원한 정상주를 한 모금 마시니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애를 못 낳는 사람들이 마시면 금방 애가 들어선다는 신비의 동자샘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얀 개망초 사이로 끊임없이 날아드는 벌과 나비들이 평화를 전해 준다. 텃밭에 열린 토마토, 가지, 호박들이 잃어버렸던 일상의 여유를 되찾아 준 것 같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휴가철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다면, 가까이 있는 청계산을 산책하면서 편안한 휴식과 여유를 맛보는 것이 어떨지?

<교통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 시티극장 건너편 정류장이나 지하철 3호선 양재역 5번 출구로 나와 서초구민회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4312번 버스이용 옛골종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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