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라는 화두가 거론 될 때마다 찾아가는 곳이 있다. 그곳은 탑골 공원에 큰절이 있었기에
절을 표시하는 사(寺)를 넣어 인사동이라 불린다. 수정과 향이 코끝에 머물 것 같고 옛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질 것 같은
인사동이다. 지하철 3호선과 5호선이 만나고 사방(四方)에서 버스가 거쳐 간다. 교통의 중심지라 할 수 있고 역사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발길이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동을 찾는 이유는 교통이 편해서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볼거리들이
많아서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물론 옛 추억을 되씹어 보며 그 솔솔한 감흥에 젖어 보기 위에 찾는 이들이 많겠지만. 3호선
안국역에 내려 광화문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인사동 문화의 거리를 만날 수 있다. 관광 안내소가 설치되어 있어 길을 모르는 이는
안내지를 챙겨 보면서 다닐 수 있다. 각종 갤러리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고 옛적 선인들의 삶을 훔쳐보기 바쁘게 투박한 질감의
도자기들, 개량 한복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고 현대적인지 않지만 작은 것 하나도 소홀할 수 없는 인사동의 거리. 요즘 들어
상업주의가 되어가고 있는 점이 안타깝지만 상가 주인들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그런 와중에 몇 시간을 배회하며 찾아낸 추억의
물건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네오 앤티크란 한 세대전의 물건들을 말하는 용어라 한다. 오래된 듯 하지만 오래되지 않은 물건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형,딱지,구슬 등의 물건들을 보면 야릇한 감정의 물결이 흐른다. 하다못해 철수야 영희야 하던 교과서까지 네오 엔티크라
팔리고 있으니 사람들의 추억 찾기는 혼자만 가질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닌가 보다. 우리는 기억 속의 물건들을 찾거나 찾는 기쁨에
이곳을 오고 지나간 시간의 안타까움에 추억이라는 실체를 만지고자 인사동에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무엇인가 개인적
만족이 있기에 우리는 인사동에 오는 게 분명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해 있다 보면 배가 고파 올 것이다. 심심찮게 널려진 먹거리들 중에 무엇을 먹을 것인가? 아직 식사
때가 아니라면 인사동 문화의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수도약국 근처 노점에서 나무 젓가락에 끼워 파는 생강엿을 먹어보자. 단 치아가 좋지
못한 사람은 삼가 해주길… 딱딱하진 않지만 엿 특유에 질김을 가지고 있어 매콤한 것이 달달하니 예전 맛 그대로 이다.
대패(?)로 긁어 얇아진 엿을 젓가락에 끼워 주면 학창 시절에 군것질하던 재미와 함께 그 시절의 웃음까지 느껴진다. 먹어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맛, 요즘처럼 간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의 맛을 느껴보니 더 즐거운지 모른다.
학창시절의 군것질 하던 모습처럼 손에 나무 젓가락을 들고 인사동을 휘저어보자. 탑골공원에 절이 있어 사(寺)자를 넣어
인사동이라 했지만 인사동에는 또 다른 절이 있다. 조계사라 부르는 절에는 넓지 않은 마당에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굵은 회화나무가
버티고 있다. 그 근처에는 7층 석탑과 함께 누구나 향을 피울 수 있는 향초, 향로가 준비되어 있고 촛대도 마련되어 있다. 늘
사람들이 오며 가며 소원을 비는 곳으로 촛불과 향초는 꺼질 시간이 없다. 종교를 떠나 역사 적으로 오래된 만큼 인사동에 와서 조계사에
안 들리면 허전하다. 다른 사람들의 기도와 소망을 지켜보는 것도 일상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조계사 주변에 있는 상점들의 특색도 꼼꼼히 살펴보면 재미있다. 여러 표정의 동승 인형들, 연꽃, 의복들은 불교 상품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장소다. 친절한 상가주인들과 불교에 대해 대화를 해보면 색다른 걸 알게 되기도 한다.
조계사 둘러보고 큰 길을 건너면 인사동 피마길이라는 골목이 있다. 피맛골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한데 유례를 보면 이렇다.
조선시대 하급 관리가 상급 관리를 만나면 예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때마다 말에서 내리기 번거로워 뒷 골목길을 만들었다. 그 곳이
하급 관리들과 상인들 대상으로 목로주점, 장국집등이 형성되어 지금에 이른다 한다. 관리 상대라 나름대로 격조가 있었고 그때부터
피맛골이라 불렸다. 요즘에도 싸고 맛있는 음식점들이 즐비해서 젊은 이들이 많이 찾는다. 푸짐한 양과 다양한 메뉴,
값싸고 편한 장소로 동호회 정기모임 장소로 더욱 유명해졌다. 위 피맛골, 하 피맛골에서 저녁식사를 하거나 동동주에 큼직한 파전을
먹으며 잠시 세상이 각박함을 잊어보자.
저녁과 간단한 반주를 마쳤다면 다시 인사동 문화의 거리로 가보자. 수도약국 뒤쪽에 보면 경인미술관이 있는데 인사동에서 몇
안되는 자연과 운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미술관은 넓다란 마당에 작은 전시실, 미술관이 있어 향과 맛, 눈까지
만족시켜줄 수 있다. 그 안에 다원이라는 찻집에 제일 눈에 띄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마당을 둘러보자. 도심 속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포기가 귀하지만 이곳은 제자리를 잡고 있는 조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맛과 향이 뛰어난 수정과 한잔을 식혀놓고 창가를
바라보거나 탁자 안에 수북히 쌓여있는 쪽지들을 감상해보자. 인간은 태어나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자신의 흔적들을 빼곡히 적어 놓고
떠난 스쳐간 인연들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다. 사연도 많아 절로 웃음이 나온다.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의 장소로 사랑받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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