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누리는 복지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4.08.27. 00:00

수정일 2004.08.27. 00:00

조회 1,654



시민기자 명호숙

우리 동네와 가까운 하계1동(노원구) 9단지에는 근 20여 년간 소외 계층을 돌보는 착한 사람이 살고 있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한 둘은 아닐 테지만 봉사가 직업(?)이 된 이를 찾아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물며 스스로도 장애를 진 불편한 몸으로 다른 사람을 챙기고 있으니 그가 더욱 커 보일 수밖에..

그가 바로 홍철호씨(53세)이다.
짙은 녹음이 우거진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그의 집은 12평 남짓한 영구 임대 주택이다. 1985년, 30대 중반에 당한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친 그에게 정부가 마련해준 보금자리이다.
거기서 아직 공부를 하는 아들과 공장에서 일하다 넘어져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그의 아내가 살고 있다.
30대 중반이면 빳빳한 나이. 인생의 푸른 꿈을 펼쳐야 할 때 지체 장애자가 된 그는 몹시 절망했다. 하지만 3년 동안 국립 재활원 치료를 받는 과정이 봉사 인생의 모태가 되었다. 그곳에서 숟가락질조차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남의 불행을 보고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탈출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타인의 암울한 처지를 보면 긴장이 스르르 풀어지기도 한다. 홍철호씨가 그런 경우지만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자신을 추스린 후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용기를 주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1992년 지금의 거주지로 입주한 뒤에는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직책도 생겼다. 5년 동안 장애인 노원구 지회 하계1동 분회의 사무장겸 총무였고, 현재는 홍보부장직을 맡고 있다. 그리고 통장의 임기(4년)가 끝난 후에는 동대표를 맡았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실태를 파악, 관공서에 알려 정부 보조금을 지급받게 하거나 이들의 연대를 강화하여 서로에게 힘을 실어준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불의의 사고나 산업 재해를 당한 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공백을 따듯하게 보듬어준다.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갖도록 찾아가서 독려하고, 보험금이나 연금을 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1995년부터는 노인 복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독거노인의 생활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말동무가 되어 준다. 자신도 불편한 몸이지만, 거동을 아예 못하는 분들을 병원에 모셔간다거나 동사무소에서 서류를 떼어 오는 등 잔심부름도 한다.

한편 그는 노원구 게이트볼 연합회에 소속된 강사이다. 주 3회씩 각 지역의 복지관과 노인정을 돌며 게이트볼을 가르치고 있다. 노인들은 화합하면서 나름대로 웃음을 되찾았고, 더불어 어른들과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사실, 그의 가정 형편만으로 따지자면 도저히 남을 돌볼 처지가 못 된다. 월 65만원 정부에서 나오는 생계비가 전부다. 그의 화려한 이력 중 게이트볼 강사가 돈이 되기는 한다. 상반기 30만원, 하반기 30만원이 연합회측에서 나온다. 외로운 이웃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아니면 그렇게 오래 남을 보듬는 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터.

그가 사는 동네에는 시립노인노원종합 복지관과 근처에 지체장애인협회분회 사무실이 있다. 장애인이 컨테이너 박스 2개가 전부인 사무실에서 나와 번듯한 3층 건물 복지관에 들어가 바둑이라도 두려면 만 60세가 되어야만 가능하단다. 복지관에서조차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잠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럽다.
긴 세월, 봉사로 일관된 생활을 하면서 그는 한 가지 간절한 소망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장애인 공동 자립장, 즉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하루빨리 그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