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문화는,‘서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촉매제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9.20. 00:00

수정일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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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발전과 문화공간

문화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촉매제

도시에서 문화예술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다. 풍부한 문화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도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에 대해, 정체감(identity)이라 불리는 특유의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
문화예술이란 도시가 갖는 이미지이자 매력 그 자체인 것이다. 문화예술은 도시민의 여가와 자기개발 의지, 가족주의적인 소비문화의 정착에 크게 기여하며, 도시를 안정적인 삶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어 낸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의 수준이 높은 도시는 '삶의 질'이 높으며, 더불어 활력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도시에 대한 투자와 소비를 촉진시킨다.

아직 ‘문화도시’로 불리기엔 아쉬운 6백년 고도 ‘서울’

그간 서울시는 이런 점에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지방자치제 3기에 들어 선 지금, 서울은 환경을 복원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제고하며,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청계천 복원이나 시청 앞을 포함한 도심광장 조성, 4대문 안 문화관광벨트 조성 및 뉴타운을 포함 한 낙후공간의 문화적 개발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것이다.
산업주의적인 '성장' 위주의 발전으로 인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편하고, 교통중심의 도시에서 사람과 환경을 중시하는 문화중심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지금까지 앓아왔던 서울의 문제점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낙후된 점은 문화활동 자체를 창출하려는 노력이다. 문화를 중시하는 21세기 도시환경에서 서울은 문화 '행사'가 있을지언정, 문화도시라고 불리기는 어려운 여건에 있다.
세계 도시는 창조적 경제(creative economy)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문화예술을 육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인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서울은 그간 6백년 고도를 갖춘 역사문화도시로서 '명목'차원에서 보존을 위한 노력만 하고 있을 뿐,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서는 노력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팔 길이 원칙'하에 문예진흥 도모하는 선진국

이런 상황에서<서울문화재단>의 설립은 줄곧 얘기되어왔던 것이다. 문화예술인들의 평균임금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문화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적어도 서울의 위상에 맞는 문예진흥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서울을 문화적으로 풍족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전개되었다.
정책의 전문성과 종합적인 비전과 철학, 지원의 형평성과 적소성(適所性)에 있어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그 결과 보다 전문적인 능력이 필요로 하는 문화예술인을 통해 문화예술지원체계를 확립하고, 서울시 문화행정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문화정책 전반에 필요한 것이다. 선진국의 주요 도시의 경우 이미 전문적인 문화예술진흥기구를 통해 문예지원의 보편적 원칙인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al) 하에 문예진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국가 중 대부분의 국가나 도시가 별도의 문화부나 문화행정기관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전통적인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문화예술의 모든 부분을 관장하였고, 그 결과 지방분권화도, 문화정책의 '팔 길이 원칙'도 준수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여 문화재단을 설립할 필요성이 있다.


문화구축을 위한 방법은

시민과 문화예술인 상태에 걸맞는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

왜 문화재단을 설립하려 하는가 문화재단을 별도로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예지원의 지역적 밀착성과 지역적 차원에서 문화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의 문예진흥시스템은 중앙정부의 문화관광부와 문예진흥기구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으로 되어 있다. 그 결과 지원의 서비스는 전국적인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지역의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앙정부의 문예진흥기금은 전국적인 균형성과 형평성, 예술지원이라는 보편주의 원칙 하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균형분배가 우선이며, 특화된 전략이나 전략적 발전을 위한 지원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서울의 문화적 발전단계, 전국과 세계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 시민과 문화예술인의 상태에 걸맞게 지원을 이루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설립을 위해서는 우선 재원이 필요하다. 문화재단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성격이 재단인 만큼 사업에 필요한 안정적인 기금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산과 기금운용의 방법은 우선 시에서 문예지원 사업비의 일부를 일반회계예산에서 지원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 예산지원에 따른 간섭의 발생, 즉 '팔 길이 원칙'에 위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예산에서 지원할 경우 재단의 설립이유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예산지원을 통한 사업비 지원은 바람직한 방법은 되지 못한다.
다른 가능한 방안은 '수익사업체'를 통해 지원사업비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 방안의 경우 안정적인 사업비를 조성하는 동시에 '팔 길이 원칙'에 준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시에서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예정인 시설 중 문화예술 관련시설이 지나치게 많은 수익을 발생하여 행정기관이 수익사업체 역할을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사업 등의 수익을 문화재단에 이관, 사업의 공공성 도모와 시민적 환원이란 차원에서 큰 장점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풀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방법을 조합할 필요가 있으며, 이 조합을 통해 문화재단의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지원사업비 중심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간접적이고 촉매 적인 활동지원을 통해 문예활동 및 지역문화활동을 촉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사업하고 있는 지원사업 중 가장 평가가 높은 것은 예술가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닌, 관객을 지원하는 '사랑티켓'사업이다. 또한 서울시 문화정책 중 가장 평가가 높은 것은 지원사업이 아닌 '지하철 문화공간 조성사업'이다.
이처럼 문예활동 지원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지원보다 간접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은 직접적인 사업비 지원보다는 기업의 메세나와 문예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즉 기업에 문예정보를 제공하거나 공공적으로 후원, 협찬해야 할 작품 등을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 메세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으며, 문예활동에 필요한 '창작연습공간', '무대 혹은 전시공간 및 시설', '행정적인 지원금의 처리', '세제문제 및 행정업무' 등을 도와줌으로써 예술인이 작품만 있으면 언제든 작품의 제작에 나설 수 있도록 문예창작 환경 자체를 개선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다른 한편 '문화카드제'를 도입한다던가, 장애인이나 청소년 등을 중심으로 '문화체험학교' 등을 열어준다던가, 지역문화복지시설 프로그램 정보를 모은 정보지 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한다던가 하는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예정보를 제공하고 문화참여에 대한 메리트를 제공함으로써 문예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재단이 할 일이자, 서울시 문화발전을 위해 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인프라 구축의 새로운 출발

'책임운영제도'같은 평가제를 도입, 조직 스스로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민관협력과 전문 문화예술인의 참여, 민간영역으로 가능한 문예지원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때문에 문화재단은 독특한 위상과 역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직은 무엇보다도 예술가적 안목을 가지고 조직을 경영할 수 있는 인재들로 채워져야 하며, 관련 공무원의 파견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서울시 문화국, 즉 행정과 명백한 거리를 두는 사업으로 업무를 구성, 조직의 독립성과 위상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는 우선 문예진흥관련 사업과 예산을 재단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재단은 민관협력이 우선되는 사업, 전문예술인 참여가 우선되는 사업, 민간영역으로서만 가능한 사업 등을 개발,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한편 재단은 문화지원기관으로서 위상과 역할을 명확히 하여 시의 위탁기관으로 전락하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재단은 끊임없는 자기혁신구조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운영전반에 대해 '책임운영제도'와 지속적인 평가제도를 도입, 조직 스스로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견제와 비판, 경계를 통해 문예진흥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 전개해야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결의를 존중하고 모든 사업의 감사권을 갖고있는 서울시 의회의 자문과 행정 사무감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재단의 설립은 최종 결론이 아니라, 결론으로 나가가기 위한 첫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행정기관으로서 의무를 다했다거나 혹은 재단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식의 태도에 대해서는 부단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재단의 역할을 시의 위탁기관으로 만든다 거나 시설물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만든다거나, 귀찮고 말나올 사업들을 대행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견제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 같은 견제와 비판, 경계를 통해서 문화재단이 문예진흥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을 전개할 때 문화재단이란 의미가 있는 것이며, 그래야만 <서울문화재단>은 관료화 된 또 다른 기구가 아닌 문예진흥을 실질적으로 도모하는 지원기관이자 촉매기관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이다.
서울은 이미 세계적인 도시다. 세계적인 도시에 걸맞게 도시의 매력을 갖추어야 한다.
지방자치 3기에 들어선 지금, '복원'과 '회복','치유'를 통해 활성화 된 도시로서, 세계적인 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문화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도시의 이미지란 단지 환경적 복원이나 도시의 정비에서 나오지 않는다.
활력있는 삶과 다양한 문화, 볼거리와 즐길 거리, 인상깊은 추억과 명소,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을 다시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거리와 공간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런 활력이 느껴지는 문화의 장소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21세기 도시가 경쟁하는 지역국가(region state) 시대 서울이 살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서울문화재단』10월 출범
시민·기업·문화계가 함께하는 서울문화 네트워크

◈ 지난 8월 1일 설립 발기인 총회 열어 … 기금 3천억원 조성예정

시민과 기업, 문화예술인 등이 직접 참여하면서 서울문화네트워크의 허브(Hub)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8월 1일 재단설립 발기인 총회를 열고 창립을 선언했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진흥의 전담기구로써 민간자본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고 서울시 문화행정체계의 효율화를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펼칠 예정인데 3천억원의 기금조성을 목표로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을 시작했다.
발기인으로는 박성용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장, 김기성 서울시의회 문화교육위원장,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김문환 서울대 미학과 교수,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 윤석화 월간객석 대표, 유인촌 유시어터 대표 등 문화예술계와 학계인사 15명이 참여했다.

◈ 독립적이고 차별화된 지원방법 모색

서울문화재단 기금조성 목표액 3천억원은 지방문화재단으로서는 최대의 규모. 시민과 기업, 문화예술인의 문화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울문화재단만의 독립적이고 차별화된 방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포괄·배분형 지원, 선택·집중형 지원) ▶다년형태의 지원방식 도입 ▶네트워크화된 형태의 지원(사업비 지원, 기업후원, 문화시설 연결, 홍보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서울의 문화적 특성과 시장적 여건을 고려한 지원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 민간자본을 활용 … 새롭고 다양한 문화인프라 구축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의 부지에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을 5개권역으로 구분하여 10개소에 전용공연장을 건립함으로써 문화시설 소외지역 및 강남·북의 균형적인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공연시설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이동형 최첨단 공연장인 천막가설 극장(Big-Top Theatre)을 설치하여 다양한 공연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2004년에는 대학로 지역에 3개소의 공연연습장을 비롯 장기적으로 창작센터를 설립하여 다양한 작품창작실 및 연습공간, 무대 및 소품제작실, 전문예술인 연수실, 국제 문화예술 학술 세미나실 등의 사업도 추진한다.

◈ 창작단계부터 관객의 개발까지 토털서비스

서울문화재단은 각종 문화시설과 문화예술인 및 단체·시민과의 연결, 문화자본과 문화인력 등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문화예술단체의 활동에 필요한 홍보 및 마케팅을 대행해주고, 매칭그란트나 펀드를 통해 민간기업의 후원 및 협력 사업을 추진한다.
앞으로 서울문화재단은 좋은 작품만 들고 오면 언제든지 필요한 공연장과 전시장을 연결해주고 기업의 후원이나 협찬, 투자 등을 연결해 주는 창구로서 실질적인 문화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창작단계의 지원에서부터 필요한 관객의 개발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이서울뉴스 / 박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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