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먹는 은근한 감칠맛의 서서갈비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7.01. 00:00
![]() 직원들 사이에서 ‘죽여주게 감칠맛 나는 갈비’ 라고 화제에 올랐던 신촌의 서서갈비로 회식을 가게 되었을 때, “도대체 맛이 얼마나 대단하기에?”하며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소문이 자자하다는 갈비집에 기대를 품고 따라갔다. 그런데 45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유명한 집이라는 서서 갈비집을 보는 순간 , 나는 45년 이전의 음식점으로 돌아간 듯한 초라함과 실망감으로 당황했다. 출입문도 없는 창고 같은 건물 안에는 군데군데 커다란 드럼통이 놓여 있었고, 요즈음 보기 어려운 연탄불이 타고 있었다. 가게 안은 온통 연탄불 위의 석쇠에서 구워지는 먹음직스런 갈비냄새와 연기로 차 있어서 눈이 매울 지경이었다. 실내장식이라고는 시원한 에어콘 대신 벽에 달려있는 오래된 선풍기가 전부인 듯 싶었는데, 갈비를 편안히 앉아서 먹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서서 고행하듯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갈비 1인분에 7,000원이라고 적혀있는데, 더더욱 기가 막힌 것은 더운 날씨에 그 갈비를 먹겠다고 길거리에 줄선 사람들이 자그만치 20명은 됨직한데, 우리도 그 줄의 뒤에 서서 언제 올지 모르는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더럽고 치사한 기분이 들어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기회라면 기회 일 수도 있는 서서갈비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볼 양으로, 1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입구 쪽 자리를 얻었다. 이 집은 그 긴 세월동안 돈을 벌었음직도 하건만 몇 십 년째 똑같이 하루에 00Kg의 일정량 외에는 고기를 팔지 않는단다.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몇 십 명이 되었든 간에 고기가 떨어지면 가차없이 돌려보낸다는 것이다. 진한 양념맛과 단맛으로 버무린 다른 갈비집의 갈비와는 다르게 이 집의 갈비는 달지 않고 담백하게 느껴졌고, 고행(?)끝에 먹는 갈비라 그런지 흉내 내지 못할 노하우가 있는 특별한 갈비 맛처럼 느껴졌다. 확 달은 불판에서 획일적으로 재빨리 구워지는 갈비가 아닌, 은근한 연탄불에서 천천히 구워지는 갈비가 감질이 날 정도로 답답하면서도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주변에는 멋진 현대식 건물의 시원한 에어콘 아래 편안히 앉아서 먹는 갈비집들이 눈이 빠지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건만, 그 갈비집들을 외면하고 낡은 간판에 전화번호조차 없는 초라한 갈비집 앞에서 민망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위치 : 2호선 신촌역 7번출구 나와서 서강대교 방면으로 100m 오다가 노고산파출소 앞 *전화번호 : 간판에도 적혀 있지 않고 114에도 안 나와서 나도 모름. *메뉴 : 소갈비 한대 7.000원이 유일한 메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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