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저널 ‘청계천 복원’ 소개

내손안에서울

발행일 2003.07.15. 00:00

수정일 2003.07.15. 00:00

조회 2,976

→ 7월 12일자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에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이 소개되었다.
바야흐로 인간중심의 친환경적 청계천 복원이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
현재 하와이 대학 세계사 지도강사이자, Time지 등 각종 시사주간지에 한국 관련 기사를 다수 기고해온 다니엘 케인(35)씨는 ‘잊혀진 과거를 찾아서 (Unburying The Past)’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 저널 아시아판에 기고하였다.
케인씨는 이번 칼럼을 통해 ‘청계천 복원’은 잃어버린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고,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과거 청계천의 역사와 오늘의 모습을 소개하고, 청계천 복원이 새로운 세기의 친화경적 ‘녹색 도시’를 만들려는 서울의 웅대한 계획이라고 언급하였다.
다니엘 케인씨는 지난 달 16일부터 22일까지 6박 7일 동안 해외 언론인을 초청하는 ‘미디어 투어’ 행사의 일환으로 서울을 방문해 이명박 서울시장과 문화일보 도올 김용옥 기자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잊혀진 과거를 찾아서

DANIEL KANE




서울의 지하철역 출입구 뿐만 아니라 지하철역사내에는 다음과 같은 홍보문구가 써있다. “2003년 7월1일 서울의 미래가 시작됩니다.” 이는 바로 청계천 복원사업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의 "녹색의 도시 만들기"계획 중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뜻밖의 인물인 이명박 서울시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올해 61세인 이명박 시장은 이제까지 자신의 경력에 모순되는 일을 추진하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 사실 이 시장은 지난 60,70년대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빨리 승진, 불과 35세의 나이에 현대건설의 전문경영인이 되었다. 그러다가 지난 91년 보수여당인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됨으로써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후 그의 정치활동은 그 자신을 대기업의 최일선 산업전사에서 급진적 환경운동가로 탈바꿈시켰다.

이 시장은 새로운 세기 서울의 생명력은 과거의 산업도시에서 역사와 문화에 민감한 생태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는데 달려있다고 확신한다. 작년 민선 서울시장에 선출됨으로써 이 시장은 마침내 자신의 비전을 진취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했던 선거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해 7월 취임하자마자 청계천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에 청계천은 서울의 수로였다. 성벽으로 둘러 쌓인 서울은 사면이 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였고, 청계천은 도시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지르는 11㎞길이의 하천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청계천의 모습은 현재 서울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복원 조감도의 유속이 느린 평화로운 하천과는 거리가 멀었다. 청계천은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하천이었다. 평소에는 힘없이 졸졸 흐르다가도 비가 많이 오면 비로 인해 불어난 급류는 청계천 둑에서 거주하는 불쌍하고 절망적인 사람들에게 위협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은 평민이나 귀족 모두에게 소중한 강이었다. 그들은 청계천을 정기적으로 준설하고 둑을 따라서 제방을 쌓고 일련의 아름다운 돌다리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친 서울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청계천은 심하게 오염되었고, 부랑자들이 뚝방에 집단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동안 청계천주변의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덮어버리려는 수많은 계획들이 세워졌었지만 전쟁중의 긴축예산으로는 청계천의 일부분만 복개할 수 있었다.

1945년 한국이 해방을 맞으면서 경제성장과 산업화가 정치가와 기업가들의 최대 명제로 떠오르면서 청계천은 도시의 경제발전에 방해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58년, 결국 청계천은 복개되기로 결정되었고, 그 후 20여 년 동안 복개공사가 이루어졌다. 1968년 부터는 6Km 길이의 4차선 삼일 고가도로가 옛 하천 물길을 따라 건설되었다.

오늘날 청계천에 남은 것은 복개도로 아래로 흐르는 썩은 하수, 진흙, 쓰레기뿐이다. 현재 복개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청계천은 여전히 범람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삼일 고가도로와 이를 지탱하는 구조물의 노후에 있다. 작년에 실시된 고가도로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삼일고가도로의 구조물은 심각할 정도로 낡아있다. 이에 대해 이명박 시장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와 있다. 이제 선택해야만 된다. 고가도로를 재건축 하던지 아니면 청계천을 복원하든지.” 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선택은 자명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청계천복원사업에 대해 고가도로의 안전상의 이유 외에 또 다른 커다란 야심을 가지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를 홍보하는 홍보관에는 복원된 이후의 청계천 주변을 만들어놓은 미니어처가 있는데, 이 미니어처는 서울시의 이런 야심을 잘 보여준다. 미니어처를 보면 복원 후 청계천 주변지역은 강철과 유리로 된 현대적인 고층빌딩과 녹지공간, 그리고 강변을 따라서 세워진 휘황찬란한 쇼핑센터가 줄지어있다. 이 시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 청계천이 일단 복원되면 우리는 이 일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심지가 되길 바란다. 청계천 복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울을 매력있는 국제금융 중심지로서 상하이, 동경. 북경과 경쟁 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데 있다.”

비록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기초해서 많은 이들이 복원공사에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2주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85%가 청계천복원에 찬성한다.),모든 이들이 청계천 복원 사업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삼일고가도로 밑에 위치한 동대문시장 상인들에게 청계천 복원은 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업이다. 지난 6개월 동안 힘없는 상인연합에서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중지시킬 노력의 일환으로 거의 5만 불(약 65백만원)에 가까운 돈을 써가며 복원을 제지하는 활동을 벌였다.

상인들의 주된 불평은 청계천 복원이 자신들의 생계터전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단계의 사업이 될 거라는 점이다. 한국의 다소 복잡한 임대차 체제에 따르면, 청계천이 복원이 되면 현재의 세입자가 뒤에 오는 세입자에게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건물주는 자신이 건물을 소유하면서 세입자들에게 월세만을 받고, 보증금은 전후 세입자들 사이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보증금은 물가상승에 앞서 꾸준히 상승하고, 액수가 커져서 결국에는 목돈이 든다.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 청계천복원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유명한 철학자이자 풍수지리에 조예가 있는 도올 김용옥이다. 그는 이 계획을 시의 입장과는 다른 이유에서 청계천복원을 지지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9세기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일제강점기로 인한 역사적인 단절과 수치심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것을 사장시키기 시작했다. 오늘 날 생태학적인 측면에서는 중요하게 여기는 전통 문화를 말이다. 이는 한 나라의 물질적인 풍요가 더 이상 그 나라의 가치측정 기준이 되던 시대가 지났음을 의미한다.

“자, 잘 들어봐요” 냅킨에다 무엇인가를 적으며 도울 김용욱은 나와 식사 중에 말했다.
“서울은 산들로 둘러 쌓여 있습니다. 남쪽의 남산은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고 북쪽의 북한산 세 봉우리는 불꽃이 타는 형상입니다.”라고 말한 후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힐긋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서울은 너무 뜨거워요. 서울은 심장에 물이 부족해서 우리는 청계천이 다시 물과 조화를 서울에 되돌려 주기를 바라고 있소.”
나는 서울사람들의 급한 성질을 서울의 인구과밀이나 강한 술을 좋아하는 습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도울 선생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사람들은 항상 긴장해 있고, 화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요. 그들은 물이 필요하고, 그래야지만 느긋하게 살 수 있소”

청계천을 복원하려는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청계천 복원계획은 멈추기 힘든 대세이다. 서울에서 가장 복잡한 교차로 중 하나인 도심의 조흥은행 빌딩으로부터 20m가 채 안되는 지점에 청계천 복원 계획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곳에는 1958년 청계천이 복개될 당시 묻힌 15세기의 다리 광교가 곰팡이 핀 채로 있다. 광교는 청계천 복원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문화유산을 되살리려는 의지를 상징한다. 대부분의 역사적인 유적들이 전쟁과 경제성장이라는 쌍둥이 악마에게 희생된 도시에서, 광교는 단순히 청계천에 걸쳐있는 다리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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