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지키던 초소, 전망 좋은 '책방' 되었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11.18. 15:00

수정일 2020.11.18. 17:11

조회 18,479

인왕산 자락에 책방이 생겼다. 윤동주문학관이나 수성동 계곡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이곳의 이름은 ‘초소책방’이다.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 김신조 침투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설치했던 경찰초소(인왕CP)가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왕산 자락에 ‘초소책방’이 문을 열었다.

인왕산 자락에 ‘초소책방’이 문을 열었다. ©이선미

2017년 청와대 앞길 개방에 이어 2018년에는 인왕산길이 오랜 통제를 벗어나 시민들에게 열렸다. 이후 인왕산 일대에선 기존 경계초소를 철거한 부지에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도록 탐방로도 만들고 생태 복원에 힘썼다. 

'초소책방'은 50년 동안 인왕산 지역을 부분 통제해온 경찰초소를 서울시와 종로구가 뜻을 모아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건축과 조경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설계했다고 한다.

50년 동안 경찰초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서울시와 종로구가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과 전망데크로 리모델링하였다.

50년 동안 경찰초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서울시와 종로구가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과 전망데크로 리모델링하였다. ©이선미

무엇보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옛 건물의 철근콘크리트 골조를 살려 ‘초소’의 흔적을 남겼다. 1층에는 책방과 카페가 들어섰다. 환히 트인 유리창으로 창밖 풍경을 내다보며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멋진 공간이다.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온다면 더욱 기가 막힌 독서가 될 것이다.

1층은 책방과 카페로 운영된다.
1층은 책방과 카페로 운영된다.

1층은 책방과 카페로 운영된다. ©이선미

2층으로 오르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다. 차나 음식을 먹을 수도 있지만 세미나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계단식으로 만든 좌석을 보니 작은 무대가 되기에도 충분해 보였다.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2층 공간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2층 공간 ©이선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환히 열린 전망 데크다. 서울 도심이 상쾌하게 눈에 들어온다. 초소책방은 이미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가치를 담은 품격 높은 건축물’로 인정받아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가 기우는 시간, 멀리 남산이 아련하게 바라보였다.

2층 외부의 데크에 나서면 서울 도심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2층 외부 데크에 나서면 서울 도심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이선미

책방 바로 곁에는 오래전 모습 그대로인 작은 초소가 보인다. 이제 사용하지 않지만 50년 동안 인왕산을 지켜온 긴장이 느껴진다. 그 아래로 기름탱크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인왕산 경찰초소의 난방용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한 철제 탱크였다고 한다. 원래 인공 축대 위에 있었던 것을 축대를 철거하고 바위와 주변 자연을 복원하면서 이 자리에 남겨두었다.

난방용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해 사용하던 철제 탱크 옆에 한 시민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난방용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해 사용하던  옛 철제 탱크 옆에 한 시민이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이선미

바로 옆 비탈에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작은 초소가 남아 있다.

바로 옆 비탈에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작은 초소가 남아 있다. ©이선미

책방의 철제 출입문들은 기존 경찰초소 건물 외벽에 있던 문들이다. 주변 외벽을 철거하고 쉼터를 조성하면서 원래 위치에 있던 출입문을 활용했다.

“이 문은 기존 경찰초소 건물의 서측 외벽에 있었던 철제 출입문이다. 주변 외벽을 철거하고 시민 쉼터를 조성하면서 원래 위치에 있던 출입문을 존치하여 이 건물에 대한 기억의 장치로 활용하였다.” 초소책방 곳곳에는 이런 표지가 붙어 있다. ‘기억의 장치’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경찰초소의 외벽과 문들을 활용해 기억을 잇고 있다.
경찰초소의 외벽과 문들을 활용해 기억을 잇고 있다.

옛 경찰초소 외벽과 문들을 활용해 기억을 잇고 있다. ©이선미

초소책방에서 인왕산 호랑이 조형물 쪽으로 조금만 가면 무무대 전망대에 닿는다. 힘들게 등산하지 않아도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어서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이다.

책방에서 조금 가면 '무무대전망대'에 닿는다
책방에서 조금 가면 '무무대전망대'에 닿는다
책방에서 조금 가면 '무무대전망대'에 닿는다

책방에서 조금 가면 '무무대전망대'에 닿는다. ©이선미

길을 건너면 석굴암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곳곳에 군사시설들의 자취가 남아 있다. 청와대 외곽 및 인왕산, 북악산 경비를 담당하던 백호부대 소초 자리도 있고, 장병들이 수영장으로 사용하던 터와 휴식을 위한 장소인 수호신 쉼터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제1경비단 백호부대 소초가 있던 자리

제1경비단 백호부대 소초가 있던 자리 ©이선미

없었으면 더 좋았을 역사가 인왕산 자락에도 드리워져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일상의 고마움을 새삼 발견한 것처럼 아프게 겪은 역사의 자취로부터 평화의 고마움을 확인한다. 군사시설 초소가 책방이 되었다. 11월 첫날에는 52년 만에 북악산 북쪽 지역도 개방되었다. 이제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까지 중단 없이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아픈 역사는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다만 다시는 분열과 폭력이 반복되지 않고 평화와 공존이 우리 미래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는 인왕산 초소책방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서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오늘이 참 고맙고 좋다.

■ 인왕산 초소책방
○ 위치 : 서울 종로구 옥인동 산 3-1
○ 운영시간 : 매일 08:00 - 22:00
○ 문의 : 02-73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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