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체육공원 재개장…‘러닝러닝센터’서 영웅을 기리다!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20.11.06. 13:15

수정일 2020.11.06. 17:55

조회 2,987

손기정 체육공원이 지난달 28일 재개장했다.

손기정 체육공원이 리뉴얼을 마치고 10월 28일 재개장했다. ©김진흥

지난 10월 28일 손기정 체육공원이 재개장했다. 2년이 넘는 공사 끝에 문을 연 체육공원에 새롭게 '러닝러닝센터' 가 생겼다.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 유니폼 전시'도 만나볼 수 있다.

손기정 체육공원은 1990년 우리나라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故 손기정 선수(1912~2002)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지어졌다. 1997년에 체육공원으로 개명된 이곳은 그동안 근린공원 정도로 운영돼 왔다. 올해 5월, 서울시는 러닝트랙, 다목적운동장, 어린이 도서관, 놀이터 등을 부분 개장했다. 그리고 이번에 러닝러닝센터와 손기정기념관을 새롭게 조성하고 손기정 체육공원 정식 재개장을 선언했다.

손기정 체육공원 재개장 소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러닝러닝센터’다. 공원 후문에 위치한 이곳은 늘 시민들의 궁금증 속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분 개방 때만 해도 건물에 대해 아는 시민은 없었다. 당시 관계자에게 물어보았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손기정 체육공원 후문에 위치한 러닝러닝센터가 베일을 벗었다.

손기정 체육공원 후문에 위치한 러닝러닝센터가 베일을 벗었다. ©김진흥

새롭게 공개한 러닝러닝센터는 ‘달리다’라는 뜻의 러닝(running)과 ‘배우다’라는 뜻의 러닝(learning)이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손기정 체육공원의 총괄 디자이너이자 개관전시 총감독 오준식 디자이너는 “달리기와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마라톤 영웅들과 이야기를 배운다는 의미로 이름지었다”고 말했다.

러닝러닝센터는 개관 기념으로 4가지 테마를 전시 중이다. 손기정 선수와 함께 출전해 3위를 차지했던 故 남승룡 선수(1912~2001), 태극기를 달고 최초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故 서윤복 선수(1923~2017) 등 숨은 마라톤 영웅들의 값진 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손기정과 남승룡의 여정을 그린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헌정의 공간

손기정과 남승룡의 여정을 그린 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헌정의 공간 ©김진흥

입구에 들어서자 장엄한 클래식 음악이 건물 안을 휘감았다. '헌정의 공간'으로 불리는 이 공간은 서울, 베를린, 보스턴에 거주하는 연주자들이 협업해 한국인 최초 메달리스트 손기정과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 남승룡에게 헌정하는 연주 공연을 상영했다. 러닝러닝센터 개관에 맞춰 완성한 헌정음악이었다.

약 14분 정도 연주되는 헌정음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때 손기정과 남승룡의 여정을 그리면서 당시 올림픽과 관련된 경기장, 종, 경기 모습 등을 비추었다. 그곳에서 음악가들이 곡을 연주하며 과거 일본 제국주의와 독일 파시스트 속에서도 불굴의 투지로 이겨낸 두 영웅들을 찬사했다. 2부는 두 개의 피아노 연주로 1947년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뛴 남승룡과 서윤복을 형상화했다.

음악을 감상한 한 시민은 “영상과 함께 곡을 들으니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의 남승룡 선수 유니폼. 서윤복 선수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 유니폼으로 기록됐다.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의 남승룡 선수 유니폼 재현 모습 (좌)과 서윤복 선수 유니폼 재현 모습(우) ©김진흥

헌정의 공간 맞은편에는 세월이 깃든 태극기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이것이 최초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이다. 전통복식 전문가 김정아 박사의 참여로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유니폼을 복원한 것이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들이 출전한 국제 대회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세계가 보는 앞에서 경기를 치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남승룡과 서윤복은 모금을 통해 여비를 마련한 후 대회를 출전하기 위해 한 명의 감독과 함께 미국 보스턴으로 떠났다. 5일간 여정 끝에 도착한 보스턴에서 서윤복은 2시간 25분 39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936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35세라는 많은 나이에 출전한 남승룡은 2시간 40분 10초의 기록으로 12위를 차지하며 서윤복의 우승을 도왔다.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 유니폼과 함께 마라톤 영웅인 남승룡과 서윤복에 대한 전기가 간략히 적혀 있었다. 지금은 촌스럽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유니폼을 기점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국가대표 유니폼들이 탄생했다. 모두 한결같이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채 말이다.

기억의 공간에 있는 로봇 팔

'기억의 공간'에 있는 로봇 팔 ©김진흥

유니폼 전시 옆에는 '기억의 공간'이 존재한다.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황영조, 이봉주 등 우리나라 마라톤 영웅 이름들이 새겨진 깃발을 로봇 팔이 흔드는 미디어아트 전시다. 잊혀진 대한민국 최초 국가대표와 그 이후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달렸던 많은 마라토너들을 기리고 응원하고자 만들었다. 작품을 만든 디자이너는 움직이는 로봇 팔을 통해 “지속적이고 다양한 동작을 통해 멈추지 않는 마라토너들의 끈기를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기념비인 ‘영웅의 벽’

기념비인 ‘영웅의 벽’ ©김진흥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영웅의 벽’을 만날 수 있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시작 전, 남승룡과 서윤복이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조성한 기념비다. “네가 기권하지 않고 뛴다고 약속하면 내가 뛰어주마”라는 말 속에서 금메달을 따낸 서윤복 뒤에는 남승룡이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2층 규모의 러닝러닝센터

연말까지 '러닝러닝센터'에선 개관 기념 전시를 진행한다. ©김진흥

'러닝러닝센터'는 연말까지 개관 기념 전시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러닝 트랙과 연계한 라운지, 카페, 라커룸, 샤워실 등을 갖추어 달리기를 활용한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11월 8일까지 예약 없이 개방하고 11월 10일부터 네이버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객을 받을 예정이다. 예약 상황에 따라 현장 입장도 허용할 방침이다.

한편, 손기정 체육공원의 핵심시설인 손기정 기념관은 임시 휴관 상태라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손기정 기념관은 체육공원 재개장과 함께 2년여 만에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문을 열었지만, 방역 시스템을 비롯해 안전상의 문제가 우려되어 부족한 점들을 보완한 후에 재개관한다고 한다. 손기정 기념관은 바닥에 표시된 트랙을 따라 2개 전시실을 걸으며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수상 때 썼던 월계관부터 다큐 영상을 비롯해 손기정 선수와 관련된 각종 기록물을 볼 수 있을 예정이다.  

■ 손기정 체육공원 안내
○ 위치: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 (만리동2가)
○ 교통: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3번 출구 → 약 700m (도보 약 10분) → 손기정 체육공원 정문
○ 운영: 실외 24시간 / 러닝러닝센터 개장, 손기정 기념관 휴관 등
○ 입장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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