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 '레드슈즈' 안방 1열 관람기!

시민기자 정혜임

발행일 2020.09.07 11:36

수정일 2020.09.07 16:46

조회 211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연ㆍ문화계에도 ‘비대면 공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5일 국립오페라단이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를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했다. 공연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렸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본래 이 작품은 4일, 5일 양일간 공연하기로 예정되어있었으나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실시간 상영으로 변경됐다. 사전에 티켓을 예매한 사람들은 모두 환불받았다.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 상연예고 화면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 상연예고 화면 ⓒ국립오페라단

'레드 슈즈'는 동화 작가의 대가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빨간 구두를 얻게 된 소녀가 구두를 신고 멈출 수 없는 춤을 추다가 절대 벗겨지지 않는 구두로 인해 결국 다리를 잘라내고 경건한 삶을 살 게 된다는 내용이다.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는 여기에 작곡가의 상상력이 더해졌다. 마녀로 몰려 마을에서 쫓겨났던 마담 슈즈라는 인물이 자신을 버린 목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딸 카렌에게 접근하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5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가량 공연한 '레드 슈즈'는 이 날 세계 최초로 관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국립오페라단의 수준 높은 공연을 안방 1열에서 보게 되다니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일상의 모습에 실로 놀라웠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가 채팅으로 남은 공연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가 채팅으로 남은 공연 시간을 안내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공연화면 아래에 자막이 함께 제공되어 배우들의 대사와 노랫말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120분 동안 국립오페라단 관계자가 채팅방에 상주하며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공연내용에 대해 안내하기도 했다. 1부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마이크 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시간 중계였기에 온라인으로 관람하는 관객들이 소리가 너무 작다는 의견을 냈고, 2부에서는 이 의견이 반영되어 배우들의 목소리가 더욱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실시간 채팅을 통해 공연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마담 슈즈와 목사가 재회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채팅으로 ‘변명 타임’이냐며 화를 내기도 했고, 채팅이 재미있어서 채팅을 보느라 공연을 놓칠 뻔했다는 관객도 있었다.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겼으나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었기에 같은 공간에서 단체관람을 하는 기분이었다.

‘방타 타악기 앙상블’의 연주 모습

‘방타 타악기 앙상블’의 연주 모습 ⓒ국립오페라단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연주자도 49인조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7인의 앙상블 편성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타악기 파트 연주자 4명과 피아니스트 2명, 하피스트 1명의 노력으로 공연 사운드가 가득 채워졌다. 연주자들은 공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연주했는데, 이는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또 다른 모습이었다.

보통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은 해당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프로그램 북’을 판매한다. '레드 슈즈'의 경우 국립오페라단에서 디지털 프로그램 북을 무료로 제공했다. 프로그램 북은 국립오페라단 블로그 (https://blog.naver.com/knocaster/222066850813)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레드 슈즈' 프로그램 북 목차

'레드 슈즈' 프로그램 북 목차 ⓒ국립오페라단

작품의 곡을 쓰고 대본까지 직접 쓴 전예은 작곡가는 프로그램 북에서 “이 작품이 어른들을 위한,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한편의 음악 동화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작곡가가 잔혹 동화라고 언급할 만큼 작품에서 다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기에 본 작품의 관람 연령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로 정해졌다.

공연을 마친 출연자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를 때는 어디선가 큰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텅 빈 관객석을 보며 공연을 진행한 출연진과 연주자들을 위해 제작진이 준비한 음향효과였다. 이에 온라인으로 함께한 관객들도 손뼉 치는 모양의 이모티콘으로 채팅창을 가득 채우며 고마움을 표했다. 실시간 온라인 공연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한 온라인 관객은 “너무너무 잘 봤습니다. 제주에서 이런 공연 보기 힘든데 카페에 앉아 이런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라며 감상평을 남겼고, 또 다른 관객은 “현장이었으면 기립박수!!”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공연을 마치고 출연자들이 인사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필자도 어려운 상황에서 관객과 출연진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최선을 다한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 팀에 감사한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오페라’라는 장르가 낯설기도 하고, 한국의 오페라는 주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다소 무거운 느낌의 작품이 대부분이라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우리에게 친근한 안데르센의 동화를 소재로 다룬 '레드 슈즈' 덕분에 장르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

비대면 공연이라는 방식이 공연·문화계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 체험해보니 이것도 하나의 공연문화로 자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실제 공연장에서처럼 연주자의 혼이 담긴 연주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를 통해 얻는 울림을 느끼긴 힘들겠지만, ‘다른 관객과의 실시간 소통’이라는 새로운 매력 포인트가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레드 슈즈'는 10월 15일(목) 새벽 1시 KBS 1TV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또한, 국립오페라단 유튜브에서는 1주일마다 1편씩 오페라 공연 실황 전막을 상영하는 ‘집콕! 오페라 챌린지 시즌2’를 진행하고 있다. 9월 7일부터 13일까지는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이 공개되며 14일부터 20일까지는 ‘로엔그린’이 공개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수준 높은 오페라를 안방 1열에서 즐기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슬기롭게 보내길 바란다.

국립오페라단 관련 사이트
○ 홈페이지 : http://www.nationalopera.org/
○ 블로그 : https://blog.naver.com/knocaster
○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koreanationalop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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