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은 지금 "수국수국해"

시민기자 박혜진

발행일 2020.06.26. 09:52

수정일 2020.06.26. 11:25

조회 2,581

‘서울로 7017’에 여름 꽃들이 활짝 피었다. 2017년 5월, 우리 곁을 찾아온 서울로가 맞는 세 번째 여름이다. 장미는 물론, 수국, 접시꽃, 수련과 연꽃이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가벼운 산책겸 마스크를 끼고 조심스레 서울로 7017을 걷다가 작은 포스터 하나를 발견했다. 소담한 글씨체로 ‘서울로 수국꽃길’이라고 적힌 포스터였다. 서울로에서 이달 18일부터 내달 3일까지 수국꽃길을 조성하고 시민들을 위한 포토존을 준비했다는 내용이었다. 근처를 지나던 서울로 보안관에게 물어보니 “저 쪽으로 쭉 가면 수국전망대가 나온다”며 흔쾌히 길을 일러줬다.

수국꽃길 포스터

서울로7017 곳곳에 붙은 '수국꽃길' 포스터 ©박혜진

고가 상부에 위치한 수국전망대에 다다르자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꽃 장관이 펼쳐졌다. 수국꽃길은 마치 수국전망대를 둘러싼 꽃목걸이 같은 모양이다. 물을 좋아해서 이름에 ‘수(水)’자가 들어간다는 수국. 30년 넘게 도시 생활을 하다보니 초록에 목마른 게 일상이다. 그래서 수국이 가득 핀 모습을 보자 갈증이 시원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6월말 서울로를 찾은 것이 새삼 감사한 순간이었다.

수국전망대를 둘러싼 알록달록한 수국꽃길이 펼쳐진다. ©박혜진

서울로의 설명에 따르면 수국(Hydrangea macrophylla)은 대표적인 여름꽃으로 개화시기가 6~7월이다. 토양의 산성에 따라 다양한 색의 꽃을 피운다. 처음에는 녹색이 약간 들어간 흰 꽃이었다가 점차 밝은 청색으로 변하고, 나중엔 붉은 기운이 도는 자색이 된다.

설명 중에서 ‘수국의 꽃말은 진심’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색깔이 변덕스럽게 바뀌는 와중에도 함박눈처럼 포실포실한 꽃의 실루엣은 변치 않아서일까? 정확한 사연은 모르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진심’이라는 단어는 왠지 마음을 뭉클하게 적셨다.

수국이 가득 피어있다.

수국은 6~7월 개화하며, 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박혜진

수국의 꽃말은 '진심'이라고 한다. ©박혜진

수국의 잎

수국의 잎은 마주보기로 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박혜진

수국꽃길 근처에는 다른 여름 꽃들도 한창이었다. 서울로 7017은 올해 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이 주의 식물’을 연재하고 있다. 지난 5월 4주차부터는 장미, 수련, 접시꽃, 수국 순으로 꽃을 소개했다. 간단한 읽을거리를 곁들여 소소한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모두 서울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식물들이다.

먼저 접시꽃을 보자. 수국꽃길 옆에서 고개만 돌리면 바로 키다리 접시꽃이 반긴다. 접시꽃의 키가 2m정도 자라기까지는 2년이 걸린다고 한다. 길쭉한 줄기에 동그란 꽃이 붙어있는 모습이 꼭 플루트 같다. 여름 길가에 핀 접시꽃을 보면 햇빛을 노래하는 관현악곡이 울려 퍼지는 상상이 들곤 한다. 곧게 솟아오른 서울로의 접시꽃들도 하늘로 신나는 음표들을 내뿜고 있는 듯 보였다.

여름의 플루트, 접시꽃

여름의 플루트, 접시꽃은 2m 자라는데 2년 여의 시간이 든다. ©박혜진

충정로역 쪽을 향해 조금 더 걸으면 수련과 연꽃이 나온다. 둘 다 대표적인 여름 꽃이지만 수련은 물에 딱 붙어있고, 연꽃은 꽃이 물 위로 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수련의 수(睡)자는 수국과 달리 ‘물’이 아니라 ‘잠’을 뜻한다는 것. 서울로 7017 이주의 식물 코너에서는 ‘수련은 우리와 같이 밤이 되면 잠을 자요’라고 설명한다. 낮엔 활짝 피었던 꽃이 저녁에는 오므라들어 ‘잠을 잔다’고 표현했다. 어느덧 저물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서울로의 수련들도 잠이 들어 있었다.

뒤에 있는 것이 연꽃, 앞이 수련이다.

뒤에 있는 것이 연꽃, 앞이 수련이다. ©박혜진

연꽃

연꽃은 꽃이 물에 닿지 않고 핀다. ©박혜진

수련의 '수'는 '물'이 아니라 '잠'을 의미하는 한자다. ©박혜진

여름꽃 산책은 코끝을 사로잡는 장미 향으로 마무리됐다. 서울로 장미마당에는 약 30종의 장미가 있다. 5월에 가장 아름답게 피는 꽃이지만 사계절 장미도 있어서인지 지금도 자태를 뽐내는 장미를 볼 수가 있다. 새하얀 작은 꽃이 쾌활하게 피어있는 장미를 발견해 이름을 봤더니 ‘스노우콘(snowcone)’이다. 

장미 '스노우콘'

장미 '스노우콘'. ©박혜진

사실 서울로에 이처럼 다채로운 여름꽃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만은 않다. 애초에 서울역 고가 시절의 서울로를 재설계할 때부터 ‘차량길’을 ‘사람길’로 바꿔 녹색 시민 보행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2만 4,000여 그루의 수목을 심고, 600여 개의 원형 화분을 설치하는 등 조경에 많은 노력을 들었다. 이제 계절 두 바퀴를 지나 세 번째 여름을 맞이하면서, 그 효과가 여실히 드러나는 듯하다.

수국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로

수국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울로 7017 전경. ©박혜진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어려워졌지만, 서울로 7017은 안전거리 유지하며 걸을 만한 공간이었다. 꽃과의 대화는 여럿이 아니라도 나눌 수 있으니, 한번쯤 조촐한 산책을 기획해보면 어떨까? 여름 공기에 한층 짙게 밴 꽃 향기는 당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길!

■ 서울로 수국꽃길
○ 일정 :2020. 6. 18 ~ 7.3 00:00- 24:00
○ 장소 :수국전망대 주변(서울로 고가구간)
○ 홈페이지 :http://seoullo7017.co.kr
○ 문의 : 02-313-7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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