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지 못하는 지하철 차량기지 이전 해법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0.03.31. 17:00

수정일 2020.12.28. 16:01

조회 17,010

창동차량기지

도시가 확장되면서 지하철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 모습 ⓒ뉴스1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60) 이전, 지하화 등으로 저마다 활로 찾는 지하철 차량기지

도시의 혈관으로 불리는 지하철. 지하철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차량기지가 필수적이다. 차량기지의 역할은 크게 유치, 경정비, 중정비로 나뉜다. '유치'란 밤에 운행을 안 할 때 차량을 보관해 두는 것, '경정비'는 하루~몇 달 간격으로 차량을 점검하고 정비하는 것, '중정비'는 몇 년 간격으로 차량을 완전히 분해하여 정비, 부품 교체 후 재조립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서울지하철은 세계의 대도시들 중에서도 유독 폭이 넓고 편성량수가 많은 차량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기지 규모도 큰 편이다. 이렇게 땅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차량기지는 보통 도시 외곽에 설치되었다. 땅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가 점차 확장되다 보니 지금은 차량기지 주변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고 인구도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지하철 차량기지는 주변의 기피시설로 떠올랐다. 물론 전기로 운영되는 만큼 공장지대처럼 환경오염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크다. 또한 차량기지의 인구밀도와 유동인구는 극단적으로 낮은 만큼 넓은 도시의 땅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래서 지하철 차량기지는 지금 저마다의 활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1 차량기지 내 역사 설치

이 같은 차량기지 기피는 건설 당시부터 나타났는데, 특히 서울시에 땅이 없어 경기도로 넘어가는 경우에는 더 심했다. 대표적인 것이 7호선 북동쪽 끝에 있는 도봉기지다. 이름과 달리 실제로 도봉기지는 의정부시 장암동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건설 당시 의정부시에서 반발이 심했고, 이에 따라 보상차원에서 도봉차량기지 내에 장암역이 지어졌다. 

이 같은 차량기지 내 역사 설치는 차량기지 기피 심리를 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방식은 효과를 인정받아 전국적으로 많이 퍼져나갔으며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작년 말 개통한 6호선 신내역이 있다. 또한 9호선 김포차량기지는 개화역과 함께 본사와 사령실 건물 및 광역환승센터까지 통합적으로 설치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성남시에 위치한 8호선 모란기지에도 노선 연장에 맞추어 성남시청역을 추가하는 것을 구상 중에 있기도 하다.  

창동차량기지

현재 창동차량기지 모습 ⓒ서울역사편찬원

2 외곽으로 이전한 차량기지

한편, 차량기지를 아예 외곽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있다. 지금 차량기지도 외곽이라 선정된 것인데, 더 이상 외곽이 아니게 되었으니 또다시 외곽으로 옮긴다는 발상이다. 현재 이렇게 추진 중인 것이 4호선 창동기지다. 

건설 당시 이곳은 마들 평야라는 허허벌판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4-7호선 환승역인 노원역이 들어서고 노원구청이 세워지는 등 노원구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러다 보니 창동차량기지 이전은 정치인들의 단골 공약이 되었다. 

결국 4호선 전철이 당고개에서 남양주시 진접으로 연장되는 것에 맞추어 창동차량기지도 진접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다. 현재 진접읍 금곡리 철마산 중턱에 진접차량기지 신설 공사가 한창이며, 현 창동차량기지 부지에는 바이오산업단지가 들어올 예정이다. 

이전 계획하고 있는 창동차량기지 조감도

진접으로이전 계획하고 있는 창동차량기지 조감도 ⓒ서울시

이같이 창동기지가 좋은 모델을 제시하자, 5호선 방화기지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5호선의 김포, 검단 연장(일명 한강선)과 함께 이전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3호선 수서차량기지 이전설이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수서차량기지 역시 개통 당시에는 주변이 벌판이었지만, 지금은 바로 옆에 고속철도 수서역이 설치되고 수서역세권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등 급속히 도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정황상 현재보다 남쪽으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호선 진접 연장과 마찬가지로 지하철 연장이 실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지하화한 차량기지  

이밖에 처음 설치하는 차량기지라면 애초에 지하로 설치하기도 한다. 현재 운영 중인 우이신설선의 우이차량기지나 공사 중인 신림선 보라매공원 차량기지가 그 예이다. 다만 지하 차량기지는 건설비가 많이 들고, 공조나 조명, 환기, 배수 등의 운영비가 많이 들며, 공간이 좁아 확장도 힘든 등 어려운 점도 많다. 이에 따라 대부분 규모가 작은 경전철 차량기지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상과 지하의 절충형으로 지상 차량기지 상부에 데크를 덮어 인공대지를 조성하기도 한다. 2호선 신정차량기지가 대표적으로 이 위에는 16개동 약 3,000세대 규모의 신정양천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땅을 얻는데 좋은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지하철은 아니지만 수색철도차량기지 상부도 이런 식으로 덮어서 상암동과 수색동을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지하철망이 도심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차량기지 내에 물류센터를 설치하여 새로운 물류혁신을 추구하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서 보듯 도심 물류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물류 기반시설을 확보할 도시지역 땅으로는 차량기지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도시에 꼭 필요하지만, 정작 지하철 차량기지는 외면 받는다는 것은 도시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하철 차량기지는 이전, 지하화, 데크화, 복합시설 등등의 다양한 방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고에서 소개된 사업계획은 향후 변경될 수 있음) 

☞ 관련 기사 보기 : 경전철 차량기지, 어디어디에 생기나? http://mediahub.seoul.go.kr/archives/964757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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