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미술관' 예술과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0.01.08. 09:31

수정일 2020.01.08. 15:33

조회 1,875

서울에서 예술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공간은 단연 '서울시립미술관'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다양한 기획전과 교육 강좌를 진행하며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구 벨기에 영사관을 공공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당동 내의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은 기품있는 건축양식 자체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외경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외경 ⓒ박은영

서울시립미술관은 노원구에도 존재한다. 동북권의 시민들에게 미술관을 친숙하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공원 내에 조성한 '북서울시립미술관'이다. 노원구 하계역에 위치한 북서울시립미술관은 개방형 미술관으로 규모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에 적합하며,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갤러리도 마련되어 있다.
바로, 그곳!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반갑고 이색적인 전시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지난 12월 17일 개막해 독특한 대형 설치 미술 여덟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전을 관람했다.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에서 이색적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설치미술을 만나볼 수 있는 이색전시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전 ⓒ박은영

전시는 2층 프로젝트 갤러리(2)에서 시작해 1층으로 이어진다. 전시관에 들어서니 탁 트인 전시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탈의실과 엘리베이터, 블라인드 등으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예술작품이 되어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작년 도쿄, 모로 미술관을 찾았을 때 보았던 작가의 전시였기에 더 반갑고 친숙했다.

탈의실, 엘리베이터, 블라인드 등 친숙해보이는 일상 환경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탈의실, 엘리베이터, 블라인드 등 친숙해 보이는 환경이 예술작품이 되어 있다 ⓒ박은영

처음 에를리치 작가의 작품을 접했을 때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익숙한 공간들 속 작가의 상상력의 세계가 펼쳐졌고, 그것은 예술이 일상과 만나는 특별한 지점과도 같았다. 북서울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에를리치의 작품은 ‘엘리베이터 미로’와 ‘탈의실’, ‘잃어버린 정원’ 등의 기존작품에 더불어 우리나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탑의 그림자’도 볼 수 있었다. 탑의 그림자는 석가탑의 또 다른 이름인 무영탑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이다.

에를리치의 기본작품 전시와 더불어 우리나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탑의 그림자' 작품 사진

우리나라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탑의 그림자' ⓒ박은영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인기작인 ‘수영장’의 구조를 발전시킨 ‘탑의 그림자’는 2층과 1층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2층에서 무영탑이 우뚝 솟은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림자와 같은 반영 이미지는 지하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시선이 투영돼 드러난 세계를 온전히 실제라 믿어버리는 인식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3대의 자동차를 모래로 만들어낸 설치미술 작품, 실제로는 달릴 수 없는 모래자동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래로 만든 13대의 자동차, 모래 자동차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보여준다 ⓒ박은영

모래로 만든 13대의 자동차를 볼 수 있는 ‘자동차 극장’도 있다. 실제 자동차 극장처럼 꾸민 공간에서 보이는 화면은 실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소리가 들리며 모래 자동차들의 이룰 수 없는 꿈을 보여준다. 바위가 쪼개지고 잘게 부서지며 결국에는 모래가 되지만, 이 모래가 다시 생성의 재료가 되어 현대 사회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내는 순환을 통해 작가는 생성과 소멸이 별개가 아님을 보여준다.

'구름' 처럼 보이는 작품, 작가가 남과 북의 지도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9장의 유리판으로 제작된 '구름' 형태의 작품 ⓒ박은영

유리 상자에 구름이 들어있는 것과 같이 보이는 ‘구름’은 옆쪽에서 자세히 보면 각각 9장의 유리판이 겹쳐져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남과 북의 지도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구름’은 실체의 경계 없음 혹은 무상을 나타낸다.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작품 사진

실제 작품을 체험하고 있는 시민들 ⓒ박은영

이밖에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작품, ‘탈의실’, ‘잃어버린 정원’, ‘엘리베이터 미로’는 각각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신기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단언컨대 정말 신기하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더 뷰’는 설치된 블라인드 틈으로 관람해야 한다. 다른 집을 몰래 보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마치 여러 개의 TV화면을 보는 것 같다. 블라인드 틈으로 보이는 세상은 결국 우리와 닮아 있는 이웃의 모습임을 확인할 수 있다.

블라인드를 이용한 미술작품 '더 뷰' 블라인드 틈으로 보이는 세상은 결국 우리와 닮아 있는 이웃의 모습이다

설치된 블라인드 틈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작품 '더 뷰' ⓒ박은영

거울과 유리를 다양하게 활용한 레안드로 에를리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거울과 유리를 다양하게 활용한 레안드로 에를리치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시민 ⓒ박은영

레안드로 에를리치 작가의 작품 대부분은 거울과 유리, 그림자 등의 이미지를 이용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흥미로운 세계 안에 빠지다 보니 잠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든다. 인식의 고정관념을 유쾌하게 깨뜨리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은 매우 흥미롭다. 때문에 예술을 어렵다고 인식하는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특히 학생들과 함께 찾아도 좋다.

13개의 다양한 영화포스터들이 전시되어 있고 이를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13점의 다양한 영화 포스터들, 이는 곧 예술작품이 된다 ⓒ박은영

미술관 내,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의 모습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 ⓒ박은영

이밖에도 작가가 어린 시절 본인의 상상력과 영감을 키워주었던 영화들을 떠올리며 만들어낸 공간인 ‘커밍 순’은, 대표작품들의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포스터 13점으로 구성된다. 자유롭게 이름 붙여진 영화포스터들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지하 1층 어린이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사각 생각 삼각'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어린이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사각 생각 삼각' ⓒ박은영

지하 공간에 조성된 어린이 갤러리에서는 2020년 3월10일까지 '사각 생각 삼각' 이 전시된다. 중견 작가를 초청해 현대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13번째 전시로, 전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지금 자신이 서서 바라보는 것들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기획되었다.

북서울미술관은 12개월 이하의 영아를 동반한 관람객이나 장애인 관람객의 편안한 관람을 돕기 위하여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유모차와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다. 또한, 어린이 공간을 따로 마련하여 아이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는 나들이로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예술작품과 대중을 연결하는 것은 물론 현대인의 세련된 문화생활을 위해 존재하는 북서울미술관. 그곳에 가면 예술작품을 통해 색다른 정서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 위치 :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 홈페아지 : https://sema.seoul.go.kr/it/artinfo/northart/get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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