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인왕산구간 구석구석 탐방 포인트 10
발행일 2018.10.05. 14:06

정상에서 내려본 인왕곡성(오늘쪽 돌출부 성곽)과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 성곽 모습
국보 216호인 ‘인왕제색도’는 조선 영조 때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다. 한여름 소나기에 젖은 인왕산 바위의 모습을 묵중한 필체와 대담한 배치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 겸재의 대표적 수작이란 평가이다. 조선 개국 초기까지 서산(西山)이라 불리다가 세종 때부터 인왕산이라 불렀다. 인왕(仁王)이란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신(金剛神)의 이름인데, 조선왕조를 수호하려는 뜻에서 서산을 개칭했다고 한다. 일제는 인왕산의 표기를 인왕산(仁旺山)으로 바꿨으나, 1995년 본래 지명인 인왕산(仁王山)으로 환원했다.
인왕산은 한양도성 18.6km 중 풍수지리상 경복궁의 우백호(右白虎)에 해당하는 진산이다.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특수요원들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경비 강화를 위해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다가 1993년에야 재개방되었다. 앞서 소개했던 한양도성 낙산구간과 백악구간에 이어 세 번째로 인왕산구간을 소개한다.
특히 탐방로 곳곳에는 역사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고 능선마다에는 도심조망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탐방의 시작점은 ‘돈의문터’에서부터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5분이면 ‘돈의문 터’에 도착한다. 인왕산 구간으로 진입하면 화장실이 없으므로 출발 전 미리 다녀오는 것이 좋다. 쉬엄쉬엄 걸으며 살펴볼 인왕산구간 탐방 포인트 10개를 모아본다.
① 보이지 않은 문 ‘돈의문 터(敦義門)’
돈의문 터는 강북삼성병원 입구 정동사거리에 표지석으로 남아 있다. 태조 때 만든 돈의문은 도성의 서쪽 대문(大門) 역할을 하다가 태종 13년(1413)에 세운 서전문(西箭門)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1422년 세종(4년)이 대대적인 도성 수축(修築)을 하면서 새로운 돈의문을 세웠는데 그 위치가 바로 지금의 ‘돈의문 터’이다. 새 돈의문은 신문(新門)이라 불리면서 우리가 부르고 있는 도로명 ‘신문로’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1915년 일제가 서대문 전차노선을 개통하면서 돈의문을 해체하였다. 공공미술품 ‘보이지 않는 문’만이 암울했던 역사를 간직하고 돈의문 터를 지키고 서있다.

강북삼성병원 입구에는 해방 후 임시정부청사로 사용되었던 ‘경교장’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② 환국한 임시정부 청사 ‘경교장(京橋莊)’과 김구
강북삼성병원 입구에는 신식 병원건물과 다른 고풍스런 건물이 하나 있다. 중국에 있던 대한민국임시정부가 1945년 11월 환국 후 1946년까지 사실상 임시정부 청사로 쓰였던 ‘경교장’이다. 국무위원회와 신탁통치 반대운동의 주 무대였고, 김구 주석이 4년간(1945~1949) 거주하다 서거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후 60년간 중화민국 대사관저, 월남대사관, 병원시설 등으로 사용되다가 2013년 3월 김구 거주 당시의 임시정부 활동 공간으로 복원해 놓은 것이 사적 제465호, 현재의 ‘경교장’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친절한 해설까지 들을 수 있다.

월암근린공원, 산책로 옆에는 외국인 독립운동가 베델의 집터 표석이 설치되어있다.
③ 영국인 독립운동가 베델의 집터 ‘월암근린공원’
경교장에서 서울교육청 앞 송월길을 따라 오르면 달빛 머무는 교남동 월암근린공원이 나타난다. 웅장한 성벽이 위용을 드러내고 서울시복지재단(구 기상청 건물)의 축대는 옛 성곽의 일부를 볼 수 있다. 공원 산책길 중간쯤에는 쉼터용 원형 의자가 하나 있다. 꼭대기를 보면 조선의 독립에 큰 공을 세운 ‘어니스트 베델(한국명 배설)의 집터‘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헤이그특사파견, 국채보상운동 등 일제의 만행을 영문판 보도를 통해 용감히 맞서 싸웠던 영국인 독립운동가이다. 1968년 정부가 ‘건국훈장’을 추서했지만 시민들이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포상 아닐까 싶다.

작곡가 난파 홍영후의 가옥, 현재 등록문화재제90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④ 봉선화 작곡가 ‘홍난파 가옥’
월암근린공원 북쪽 하단에 담쟁이가 곱게 벽을 덮은 옛 집이 있다. 앞마당에 서 있는 흉상을 보니 작곡가 난파 홍영후(1898~1941)가 살던 집이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즐겨 불렀던 ‘봉선화’ ‘고향의 봄’ 등을 이곳에서 작곡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1930년대의 서양식 주택 양식을 그대로 간직하여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90호)으로 지정되었다. 매일 11시~17시까지 개방되며, 내부로 들어가면 다양한 유품을 둘러볼 수 있다.

UPI특파원 앨버트 태일러가 살았던 '딜쿠샤(오른쪽 현수막 걸린 집)'와 권율장군 은행나무
⑤ UPI 서울특파원 테일러가 살던 ‘딜쿠샤’와 권율 장군 은행나무
홍난파 가옥에서 사직로2길을 따라 250여m 정도 올라오면 프랑스식 건물 ‘딜쿠샤(Dilkusha)'가 있다. 1923년 UPI 서울특파원으로서 3·1 운동을 세계에 널리 알린 앨버트 테일러(Albert W Taylor)가 1942년까지 살던 집이다. 힌디어로 ‘희망의 궁전’이라는 뜻의 딜쿠샤는 오랫동안 잊혀져오다가, 2006년 방한한 아들 브루스의 증언으로 세상에 알려졌고 원형복원을 위한 준비가 현재 진행 중이다. 딜쿠샤 앞에는 수령 460년의 은행나무 거목이 서있다.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의 집에 있던 나무란 설명이다. ‘행촌(杏村)동’이란 이곳 지명도 은행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⑥ 한양도성의 안과 밖을 모두 볼 수 있는 사직근린공원 부근 성곽
한양도성을 탐방하면서 도성의 안과 밖을 전부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낙산과 백악의 일부구간과 이곳 인왕산 사직근린공원 부근에서 볼 수 있다. 도성 안쪽으로 순성하면 서촌의 풍경과 도심 조망을 즐길 수 있고, 바깥쪽의 성곽길을 따르면 담쟁이넝쿨이 감싼 고풍스런 성벽 아래를 호젓이 산책할 수 있다. 특히 야간 성벽으로 조명이 비춰지면 성곽이 내뿜는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인왕곡성으로 오르는 사직근린공원 인근에서는 도성의 안과 밖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사진은 성곽 바깥 아래에 조성된 아름다운 탐방로 모습
⑦ 무악재를 내려 보는 인왕곡성(曲城)과 인왕산 정상
정상을 바라보고 발길을 옮긴다. 고개를 드니 한양도성에서 유난히 튀어나온 성곽(곡성)이 보인다. 도성으로 공격해 올 적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돌출되게 만든 인왕곡성(仁王曲城)이다. 인근에 올라서니 안산과 무악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범바위를 지나니 해발 338m 인왕산 정상이다. 북쪽으로는 평창동과 북한산이 연결되고 남으로 고개를 돌리니 굽이친 성곽 풍경과 멀리 남산타워 등 도심풍경이 파노라마가 된다.

한양도성 인왕산구간 북쪽 끝자락에 있는 시인의 언덕 모습, 윤동주의 서시가 새겨진 시비와 시인의 언덕표석이 설치되어 있고, 새벽 일출광경이 빼어난 곳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⑧ 시인의 언덕과 윤동주 문학관
정상에서 창의문을 향하다 보면 탕춘대성으로 연결되는 기차바위 능선이 있다. 이곳에서부터 창의문 방향으로는 성곽보수공사가 한창이다. 한양도성에 관한 모든 내용이 공사장 가림판으로 전시되었다. 한양도성의 역사와 뒷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설명되어 있어 야외 갤러리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진다. 언덕길을 다 내려가면 시인 윤동주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시인의 언덕’이 있다. 대표작 ‘서시’를 새긴 시비가 서있고, 시상(詩想)을 가다듬었던 특별한 언덕이다. 언덕 아래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도 둘러볼 수 있다. (관람 시간 : 10:00~18:00, 매주 월요일·명절연휴 휴관)
⑨ 1·21사태 당시 순직한 최규식 동상
윤동주 문학관 건너편에는 1·21 사태로 순직한 최규식 경무관 동상이 있다.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했던 북한의 특수부대 요원 31명과 교전 중 순직한 당시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동상이다. 이 사건 이후부터 한양도성 백악과 인왕산 구간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다가 1993년 인왕산이, 2007년에는 백악이 재개방되었다.

인왕산 기차바위 갈림길에서 창의문 방향 하산길에는 성곽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가림막에는 한양도성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⑩ 인조반정군이 넘어온 창의문(彰義門)
최규식 동상을 지나 순성길을 따르면 창의문이 나타난다.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은 창의문에서 끝나고 백악구간과 연결된다. 창의문은 로서 사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그대로 살아있다. 주변 경치가 개경(開京)의 ‘자하동’과 비슷하여 ‘자하문’이란 별칭을 얻은 창의문, 인조반정 당시 이 문을 통해 들어온 공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영조 17년(1741) 다시 세운 것이 현재의 문루이다.
계절이 바뀌는 가을의 초입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한양도성 인왕산 구간 탐방은 어떨까. 고풍스런 성곽(城郭)을 거닐면서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도 느껴보고 아름다운 서울의 조망까지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교통체증 걱정도 없고 이것저것 먹거리를 챙기지 않고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이니 좋다. 시간에 인색하지 말고 하루 정도 넉넉하게 계획한다면 인왕산 탐방은 오래도록 추억이 될 것이다.
■ 인왕산구간 관련 정보 ○ 탐방구간 : 돈의문터~경교장~월암근린공원~암문~국사당·선바위~인왕산곡성~범바위~인왕산 정상~시인의 언덕·윤동주문학관~최규식 동상~창의문까지 (5km, 4시간)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휴무,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화요일 휴무 ○ 시작점 돈의문터 길 안내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에서 도보 5분 → 돈의문터(강북삼성병원)-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2분 → 돈의문터(강북삼성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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