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후회하는 ‘한양도성 백악구간’ 포인트 10

시민기자 최용수

Visit1,642 Date2018.09.07 13:38

한양도성 중 가장 높은 구간으로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하는 백악구간

한양도성 중 가장 높은 구간으로 탁 트인 경관을 자랑하는 백악구간

‘가심비(價心比)’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2018년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시함을 일컫는다. 사계절 중 가장 짧은 가을이기에 가심비 높은 여가활동이야말로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지난주에 썼던 ‘한양도성 낙산구간’ 소개 기사를 읽은 독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들을 듣고보니 다시 ‘백악구간’을 소개할 용기가 생겼다. 백악구간을 가을의 초입에서 특별히 추천하는 까닭은 한양도성 18.6km 중 가장 높은 구간으로서 청명하고 탁 트인 시정의 가을하늘과 천생궁합이기 때문이다.

이번 탐방은 혜화문에서 시작하여 백악을 넘어 창의문까지 약 4.7km 구간이다. 조망을 즐기며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이면 넉넉했다. ‘백악(白岳)’이란 말은 북악산(342m)의 옛 이름으로 인왕, 목면, 낙산 등 내사산(內四山) 중 제일 높고 조선의 수도 한양의 주산(主山)이 되었다. 특히 산세가 ‘반쯤 핀 모란꽃’에 비유될 만큼 아름답다.

1395년 9월 한양도성 축조도 백악을 기점으로 시작했다. 1968년 1·21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경호 목적으로 출입이 제한되다가 40여 년만인 2007년에야 개방되었다. 지금도 말바위 안내소에서 창의문 안내소까지 탐방하려는 신분증 확인과 출입허가가 필요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진촬영이 제한된다.

한양도성 백악구간의 혜화문에서 와룡공원에 이르는 성곽, 도성의 웅장함과 호젓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한양도성 백악구간의 혜화문에서 와룡공원에 이르는 성곽, 도성의 웅장함과 호젓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토요일 이른 아침,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를 나오니 도보 5분 거리에 혜화문이 있다. 백악구간 탐방을 시작점이다. 서울을 떠나 멀리 가는 탐방이 아니어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탐방 정보만 챙기면 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놓치고 지나치면 후회할 탐방 포인트를 기자의 발걸음에 따라 소개하니 향후 백악구간 탐방을 계획하는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① 홍화문이었던 혜화문(惠化門) 

한양도성의 북동쪽에 있는 문이다. 창건 당시에는 홍화문이었으나 창경궁의 정문 이름을 홍화문으로 지음에 따라 중종 6년(1511) 혜화문으로 개칭하였다. 애초 문루가 없던 것을 영조 때에 지어 올렸다. 문루는 1928년에, 홍예는 1938년에 헐렸는데 1994년 원래 자리보다 북쪽으로 옮겨 새로 지은 것이 지금의 혜화문이다.

혜화동 옛 시장공관

혜화동 옛 시장공관

②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가 된 옛 시장공관 

혜화동 옛 시장공관은 다양한 서울시의 정책이 논의되는 일터이자 국내외의 손님을 초대하던 행사장이었다. 1981년 박영수 시장부터 2013년까지 역대 서울시장이 거주했다. 한양도성의 성벽을 담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철거 논란이 있었으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하기로 결정했고, 지금은 한양도성 순성길의 쉼터이자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전시실에는 순성놀이 기록, 혜화동 주변 모형지도, 지도로 보는 한양도성과 역대 시장의 영상 및 기증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③ 훼손된 한양도성의 흔적들 

혜화문에서 경신고등학교 뒷길로 이어지는 골목길. 성벽이 심하게 훼손되었고, 군데군데 흔적만 남아있는 길이다. 구 서울시장 공관에서 빌라와 교회를 지나는 골목에서는 성돌이 주택의 축대가 되었고, 경신고등학교 담장으로 쓰이는 성곽을 볼 수 있다. 끊어지고 이어지기를 반복하면서 100m 정도 흔적 없이 사라진 한양도성은 경신고등학교를 지나면서 다시 모습을 찾는다. 주변 환경으로 보아 끓어진 한양도성이 온전한 제 모습을 찾으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안타까웠다.

④ 궁중 메주콩 쑤던 북정마을 

와룡공원을 향하여 걸음을 계속하면 웅장한 성벽이 나온다. 우거진 숲과 성곽 아래 순성길은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 호젓함이다. 굽이도는 성곽을 따라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은 ‘북정마을’이다. 조선시대 궁중에 바칠 메주를 만드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다는 데서 유래한 북정마을,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던 ‘심우장’과 ‘성북동 비둘기’를 지은 시인 김광섭의 집이 있다. 5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1960~70년대 서울의 옛 정취가 남아있어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세를 탄 곳이다.

말바위 안내소로 오르는 탐방길 조망명소

말바위 안내소로 오르는 탐방길 조망명소

⑤ 말바위 안내소와 우수조망명소 

말바위 안내소로 오르는 탐방길에는 우수조망명소가 두 곳이나 있다. 한 곳에서는 성북구 방향을, 다른 한 곳은 종로구 일대를 훤히 볼 수 있다. 조망명소의 안내판을 참고하면 초행자라도 경관을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다. 조망명소에 조금 더 오르면 말바위 안내소가 있다. 말바위란 백악의 끝자락에 있는 바위여서 말(末)바위라 하였다는 설과 산에 오르기 전 말을 매어 두어 말(馬)바위가 되었다는 설이 전해온다. 백악에 오르려면 깔딱 고개 경사를 올라야했으니 말 매던 바위라는 설이 유력한 듯하다.

숙정문

숙정문

⑥ 숙청문이었던 숙정문(肅靖門) 

숙정문은 한양도성의 북대문이다. 처음에는 숙청문(肅淸門)이었으나 숙정문(肅靖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존 도성의 문 중 좌우 양쪽으로 성벽이 연결된 대문은 숙정문이 유일하다. 1976년에 문루를 새로 지었다. 말바위 안내소·숙정문·창의문 구간을 탐방하려면 반드시 신분증을 있어야 한다. 깜박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았다면 숙정문 밖의 삼청각이나 북악하늘길(스카이웨이) 팔각정 아니면 일명 ‘김신조 루트’를 따라 하늘마루, 북한산 형제봉으로 등산하는 방법도 있다. 조선 초기 세시풍속 중 부녀자들이 숙정문을 세 번만 다녀오면 그 해의 액운이 없어진다 하여 장안 부녀자들의 숙정문 나들이가 빈번 하였다고 한다.

백악곡성과 암문 밖 순성길

조선시대 도성 순찰을 돌던 군사들의 순성길

⑦ 백악곡성과 암문 밖 순성길 

곡성(曲城)은 주요 지점이나 시설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방어하기 위해 성벽의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것을 말한다. 한양도성에는 인왕산과 백악에 각 하나씩 있다. 백악곡성은 현재 개방되어 도성의 산세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곡성 인근의 성곽 바깥에는 조선시대 도성 순찰을 돌던 군사들의 순성길이 남아있다. 조선후기 어영청, 금위영, 훈련도감의 세 군문이 각각 8패씩을 내어 도성 주변을 순찰했다고 한다.

청와대 습격기도 1·21 사태 소나무

청와대 습격기도 1·21 사태 소나무

⑧ 청와대 습격기도 1·21 사태 소나무 

청운대(靑雲臺)에서 백악마루로 오르는 길에 1·21 사태 소나무가 있다. 수령이 200년 정도 된 나무인데 15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총탄 자국은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 침투한 북한 특수부대원들과 우리 군경이 교전한 흔적이다. 이곳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북한산과 백악 사이에 자리 잡은 평창동이 눈 안에 들어온다. 알프스 마을 같은 목가적 분위기의 평창동, 선혜청의 부속 창고인 평창(平倉)이 있었던 데에서 동명이 유래했다고 전해온다.

⑨ 한양도성 최고봉 백악마루 

한양도성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白岳山 海拔 342m’라는 표석이 서 있다. 이곳에 오른 탐방객들은 인증샷으로 늘 바쁘다. 바위 꼭대기에 올라서니 경복궁과 세종로는 물론 한강 건너 63빌딩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한양도성은 축조 당시 공사구간을 총 97개로 나누고, 각 구간별 이름을 천자문 순서에 따라 붙였었다. 시작구간은 천(天), 끝나는 구간은 조(弔)였으니 이곳 백악이 바로 시작점인 천(天) 구간에 해당한다.

창의문

창의문

⑩ 인조반정군이 넘은 창의문(彰義門) 

백악마루에서 창의문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가파른 경사면을 따라 쌓은 성곽이다. 깎아지른 절벽이라 한양도성 전체 구간 중 으뜸가는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안전을 위해 계단을 조성해 놓았지만 특별한 조심을 주문한다. 계단길 끝 백악과 인왕산이 만나는 곳에 창의문이 있다. 로서 사소문(四小門) 중 유일하게 조선시대 문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인조반정 때 반정군이 들어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공신들의 이름 현판이 창의문에 걸려있다. 창의문 주변 경치가 개경(開京)의 ‘자하동’과 비슷하여 ‘자하문’이란 별칭을 얻었다고 한다. 현재의 문루는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던 것을 영조 17년(1741) 다시 세운 것이다.

최근 K대학의 모 교수는 신문칼럼에서 “내공을 쌓은 방법에는 독서와 여행이란 두 길이 있다”고 말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돌아다니며 하는 독서’라는 부연 설명이다. 힘들게 찜통더위에 고생한 탓일까. 아침공기가 서늘해지니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나들이와 등산의 맛까지 느끼게 해주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한양도성 백악구간’이다. 고풍스런 성곽(城郭)을 거닐던 베토벤 마냥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켜켜이 새겨진 한양도성 탐방이야말로 현장에서 읽는 독서여행 아닐까.

■ 백악구간 관련 정보
○ 한양도성 홈페이지 : http://seoulcitywall.seoul.go.kr/
○ 순성구간 및 프로그램 문의 : 02-2133-2657
○ 교통편
– 혜화문 : 지하철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 도보 5분 → 혜화문
– 창의문 : 경복궁역(3호선) 3번 출구 → 7212, 1020, 7022번 버스 (자하문고개. 윤동주시인의언덕) → 도보 2분 → 창의문
○ 참고사항 :
– 창의문을 시작점으로 하는 탐방코스는 초입이 깔딱 고개 급경사여서 힘들 수 있다. 자신이 없는 사람은 혜화문을 출발하여 창의문으로 향하는 탐방코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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