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10만개 연등행렬 장관 '2018 연등회'

시민기자 김진흥

발행일 2018.05.15. 14:31

수정일 2018.05.15. 14:31

조회 2,307

조계사 일대에서 열린 연등행렬

조계사 일대에서 열린 연등행렬

지난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일대에서 ‘2018 연등회’가 열렸다. 연등회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행사로 불교의 대표적인 축제다. 불을 밝힌 연등과 함께 행사, 법회, 행진, 문화체험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2012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에 지정됐다. 단순히 종교행사가 아닌 한국문화를 알리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연등회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석가탄신일 표어에 맞춰 진행됐다.

우리나라 연등회는 신라시대부터 시작됐다. 삼국사기에서 “통일신라시대 경문왕 6년 정월 보름에 왕이 황룡사로 행차해 등불을 구경하고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후 여러 시대를 거쳐 각 사찰에서 연등회는 꾸준히 행하였다.

100여 년 전에도 서울에서 연등회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1907년에는 명진학교(現 동국대)에서 연등회를 했고, 일제강점기 때는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에 꽃으로 장식한 탄생불을 모셔놓고 관불의식을 행했다. 또한 저녁에는 흰코끼리상을 앞세워 등을 들고 종로, 을지로, 광화문을 지나는 제등행진을 벌였다.

청계천에서 열린 전통 등 전시회

청계천에서 열린 전통 등 전시회

2018 연등회를 알리는 ‘제11회 청계천 전통 등 전시회’도 청계천에서 열렸다. 청계광장부터 물줄기를 따라 수많은 연등들이 청계천의 밤을 밝혔다. 올해 전통 등 전시의 주제는 부처님의 전생이야기를 통한 생명과 관계의 존중이다. 그리고 순수한 동자의 모습들도 표현해 인간의 순수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시민들은 다양한 등불들을 보며 놀라워했다. 휴대폰을 통해 이 멋진 순간을 담으려 했고 등 전시에 대한 글을 읽으며 작품들의 의미를 되새겼다. 또한, 청계천이 흐르는 물가 근처에 앉아 등불 아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청계천 전통 등 전시회와 함께 열린 밤도깨비야시장

청계천 전통 등 전시회와 함께 열린 밤도깨비야시장

한편, 청계광장에서 밤도깨비야시장도 진행돼 축제의 흥을 돋웠다. 야식을 먹으면서 여유롭게 등을 바라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청계천을 찾은 이대영 씨는 “밤도깨비 야시장 때문에 이곳을 방문했는데 등 전시까지 하니 분위기가 매우 좋다. 날씨까지 선선해 친구들과 즐거운 불금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음날 밤, 종로 거리 일대가 휑했다. 넓은 자동차 도로에 차는 보이지 않고 양 옆 인도 사이로 등불만이 환히 거리를 비췄다. 그리고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이더니 금세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로 연등회의 백미, ‘연등행렬’이 시작된 것이다.

서울 종로에서 진행되는 연등행렬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1975년 4월 초파일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1976년부터 연등행사가 서울에서 다시 시작됐다. 이때는 여의도광장에서 조계사까지 불교신자들의 제등행진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1996년부터 조계종을 중심으로 동대문운동장에서 조계사까지 제등행진을 펼쳐 현재 행진 코스를 이루었다.

2018 연등회의 백미, 연등행렬. 비가 오는 가운데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2018 연등회의 백미, 연등행렬. 비가 오는 가운데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올해 제등행렬은 10만여 개 이상의 다양한 연등들이 행진했다. 행진은 각 사찰마다 특색에 맞는 등불들을 꾸며 거리를 다녔다. 불상, 용, 공작 등 대형 등불들이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지나가면 뒤에서 신자들이 직접 만든 등을 들고 거리를 누볐다. 신자들은 연등행렬을 관람하는 시민들을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장애인 신자들도 함께 행진에 참여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박수 치는 광경도 보였다.

여러 해외 국가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태국, 일본, 스리랑카 등 그들의 불교문화를 등불로 보이며 행진에 참가했다. 등불, 복장 등 여러 모습들이 우리나라와 달랐지만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같았다. 우리나라만의 축제가 아닌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는 모습이었다.

가족들과 연등행렬을 구경 온 김연주 씨는 “TV로만 봤던 연등행진을 직접 보게 되니 신기하고 재밌어요.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함께 축제 분위기를 느끼는 것 같아 즐거워요”라고 전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있던 버스정류장들은 거리 양 옆으로 옮겨져 관람석이 되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있던 버스정류장들은 거리 양 옆으로 옮겨져 관람석이 되었다.

올해 연등회에서 눈에 띈 것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있던 버스정류장들을 거리 양 옆으로 옮겨 관람석 역할을 했던 점이다. 작년 연말, 종로 거리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기면서 버스 정류장들이 중앙에 배치됐다. 연등행렬이 지나가는 구간에 있는 중앙버스정류장은 총 10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이후 첫 연등회 행사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시민들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이 분리와 조립이 가능한 이동식 정류장이어서 행사를 펼치는 데 큰 지장이 없었다.

시민들은 중앙버스전용차로에 있던 정류장의 비밀(?)을 알고 나니 매우 신기해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연등행렬을 관람한 이혜란 씨는 “중앙에 있던 정류장이 도로변으로 이동되는 게 신기했다. 덕분에 여기서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연등회를 보기 위해 서울 종로를 찾았다. 영상 녹화로 연등행렬을 담고자 했던 James 씨는 “우연히 이런 축제를 보게 됐다. 크고 작은 등불들이 거리를 아름답게 비추고 있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시민들도 함께 즐거워하는 축제 속에 있게 돼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종로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

종로 거리를 행진하는 시민들

종로 밤하늘을 비춘 10만 등불의 물결이 150분 넘게 진행됐다. 이후 조계사 앞 사거리에서 회향 한마당을 통해 연등행렬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다.

마지막 날에는 종로 거리 일대가 행진 대신 차 없는 거리로 변신했다. 전통문화마당, 공연마당, 연등놀이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진행됐다. 국내외 70여 개 단체들이 130개가 넘는 부스들을 마련해 사찰음식, 명상, 세계불교문화, 힐링아트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더구나 대만,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등 다른 나라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들도 있었다. 멸종위기종 종이모형 만들기, 청소년 표현명상 상담 등 좀 더 다양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장에는 먹거리 마당, 청춘 마당, NGO 마당 등 6개의 마당이 진행됐다. 안국동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는 플래시 몹, 북청사자놀이, 승무, 민속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펼쳐졌다.

평소 자동차들로 가득 메운 종로 거리가 사람들과 연등으로 채워져 있으니 신기한 광경이었다. 수많은 빌딩들 사이로 드넓은 차도를 걷는 느낌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내·외국인들이 모두 어우러져 종로 거리를 누비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다음 연등회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10만여 개의 연등이 불을 밝힌 2018 연등행렬

10만여 개의 연등이 불을 밝힌 2018 연등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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