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통정책의 내일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7.12.26. 17:53

수정일 2020.12.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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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보행전용거리 시행 모습 ©뉴스1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보행전용거리 시행 준비 모습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00) - 서울교통정책의 어제, 오늘, 내일

시민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서울교통 이야기를 나누고자 출발했던 본 칼럼도 어느덧 100회를 맞이했다. 이번 호에서는 100회를 맞아 향후의 서울시 교통정책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교통계획의 위계질서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사람이 오고 가거나 짐을 실어 나르는 일이라는 뜻의 ‘교통(交通)’은 공공적, 사회적 특성으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적용되는 분야이다. 그리고 이 같은 정부 정책은 절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고도의 공학적, 행정적 연구가 이루어진 뒤 비로소 법정계획으로 발표된다.

교통과 관련된 법정계획은 대략 20년 단위의 장기계획, 10년 단위의 중기계획, 5년 단위의 단기계획으로 구분된다. 장기계획은 실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설 중심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단기계획은 저비용을 들여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영과 시스템 위주의 방향을 제시한다.

아울러 교통계획은 지역적 초점에 따라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 수도권 같은 대도시권을 대상으로 한 것, 서울시 같은 한 도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이를 조합하여 법정 교통계획의 위계질서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기간 및 대상에 따른 법정 교통계획

기간 및 대상에 따른 법정 교통계획


서울시 교통정책이 걸어온 길

서울의 교통정책은 말 그대로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모든 게 폐허가 되었던 서울시는 다시금 급속한 성장과 발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빠른 변화는 온갖 사회문제를 야기했으며 교통도 예외가 아니었다.

1950년대 초반 인구는 늘어나는데 교통수단 자체가 없던 시절부터 시작했다. 차량은 차츰 늘어났지만 연료가 없기도 했다. 당시는 유류를 마음대로 수입할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가 되자 사대문 안 도심의 교통 혼잡이 극심해졌다. 이에 따라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도 늘어났다. 청계고가차도, 서울역 고가차도 등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유물들이 설치된 것도 이때였다.

1980년부터는 지하철이 전성기를 시작했다. 순환선인 2호선이 전 구간 개통되었고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 4호선이 개통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이하여 교통에 대한 질적 향상에 대한 인식도 생겨났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서울시 교통정책은 더욱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대중교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되, 자가용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교통수요관리 정책도 함께 시행되었다. 도로를 건설해 늘어나는 차량을 처리하면서도,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대하는 녹색교통 개념도 도입되었다. 1기 신도시가 입주하면서 광역교통문제가 커지고,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교통과 IT기술의 접목도 시작되었다.

2000년대는 대중교통 개혁의 시대였다. 지하철의 지속적인 신규개통으로 버스의 서비스와 경영은 나날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었다.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의 요금을 통합하고, 지하철과 상호 보완하는 체제로 버스노선을 개편하는 서울시 대중교통 개혁을 2004년 이루어냈다. 이는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 확장되었고, 급기야는 전국 타 도시에도 확산되었다.

그리고 지금 2010년대에는 시민이 중심이 되고 환경과 공유에 초점을 맞추어 서울시 교통정책을 추진 중이다. 나눔카 같은 공유교통, 각종 광장과 따릉이 같은 보행 및 자전거 우대, 광역철도와 경전철과 같은 환경 친화적인 철도 중심 교통체계가 추진되고 있다.

서울교통의 미래

지금 우리나라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사람’과 ‘통합’일 것이다. 인간의 가치를 중시하고 소속과 이념에 상관없이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교통을 둘러싼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에너지와 기후변화의 위기는 이제 상시화 되었고, 도시 간을 오가는 광역교통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새로운 첨단기술을 어떻게 교통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승용차에 의존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서울’이라는 교통비전을 갖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미래형 교통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에 따르면 그 정책방향은 다음과 같다.

① 도로

일단 도로라는 공간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자동차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면, 미래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이 함께 쓰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전기자전거나 노면전차를 비롯해 전동휠 같은 개인이동수단도 포함된다. 이를 위한 법제도 기반 마련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도로의 이용효율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혼잡과 주차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정책도 계속 시행된다. 교통정보를 제공하여 혼잡을 분산하고, 첨단 IT기술과 다양한 제도를 통해 주차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도로의 위계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도 계속한다. 간선도로처럼 빨라야 할 도로는 더욱 빠르게, 생활권 도로는 느리지만 안전하고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개선한다.

② 대중교통

미래에는 대중교통도 더욱 편리해진다. 완행열차 중심의 양적 수송이던 도시철도는 급행운행, 운행계통조정 등 진보된 운영기법을 도입해 질적 개선을 이룬다. 이제 버스는 승객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승객을 찾아가는 버스가 되어 더욱 수요 맞춤형으로 운행된다.

광역을 넘어 초광역으로 늘어나는 통행에도 대응한다. 이미 서울시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렇게 더욱 복잡해지고 유연화되는 대중교통에 최적화된 요금체계를 새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혼잡도가 높으면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③ 친환경 교통

지금까지의 보행과 자전거 교통이 양적 성장이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 핵심은 안전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도 사고 위험 없이 서울을 다닐 수 있는 게 목표다. 발생횟수와 심각도를 동시에 낮춘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으로 인해 이제 친환경차가 일반화되는 서울시를 만든다. 도심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특히 고오염 차량 비중이 높은 화물차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집배송 등 수배송 체계 자체를 최적화한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미래형 교통정책을 추진하기 시민의 참여와 도움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주민의견 수렴 채널을 만들고, 서울시와의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모바일앱으로 현안 교통과제에 대한 의견을 시와 시민들이 즉시 교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민원의 즉각적 해결도 가능해진다.

교통이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의 핵심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에도 교통 분야는 복지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교통도 이에 계속 발맞추어 나가야 한다. 앞으로도 시민이 행복한 서울을 만들어주는 최고의 서울교통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 한국전쟁 이후 60여 년 서울 교통정책을 한눈에 <서울교통정책변천사>

지난 11월말 서울시 산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서는 ‘서울 교통정책 변천사’를 출간했다.

이 책을 쓴 이광훈 박사는, 1992년 연구원 개원멤버로 참여하여 올해 정년을 맞이할 때까지 교통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매진해 온 서울시 교통정책의 최고 전문가이자 산 증인이다.

책의 1부에서는 지난 60년을 6기로 나누어 시대별 맥락과 그에 따른 교통정책 설명했다. 교통과 정치, 경제, 사회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부에서는 보행/버스/교통관리운영/주차/택시/수요관리/교통안전/도로/도시철도/광역교통/자전거/물류의 12개 교통 분야에 대해 서울시가 진행한 600여 개 교통정책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서울 교통정책 기획의 최일선에 있던 연구자인 만큼 누락 없이 일관된 관점에서 교통정책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알기 쉽게 그려진 표와 그래프는 복잡한 교통정책의 이해를 쉽게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매 페이지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자료사진은 사료적 가치와 함께, 교통을 주제로 한 인문 역사서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주고 있다. (500페이지, 27000원)


서울교통정책변천사

서울교통정책변천사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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