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보다 멋진 ‘우리동네 맥가이버’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7.12.08. 09:24

수정일 2017.12.08. 17:56

조회 1,613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취약가정의 생활불편 해소와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용수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취약가정 생활불편 해소와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시 50플러스 서부캠퍼스 2층 회의실에는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는 바로 지난 6개월 동안 우리 주변의 소외되고 그늘진 취약계층을 찾아 골목골목을 누빈 ‘우리동네 맥가이버’의 모임이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이란 5060세대들의 전문기술과 경험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주거환경 취약계층과 함께 나누는 보람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활동 전 친절마인드, 목공, 단열, 전기, 도배 등 총 47시간의 직무교육을 받은 후 현장 활동을 시작한다. 독거노인, 결손가정,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이 참고 살아가는 주거, 생활환경의 불편사항을 가가호호 방문해 해결해주는 천사들이 바로 이들이다.

‘우리동네 맥가이버’ 사업은 2016년 후반기 은평구 관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수혜자, 활동자 모두 대만족한 사업으로 평가돼 올해는 관악구, 도봉구, 서대문구 등 4개 자치구로 확대 시행되고 있다. 이후 40여 명의 맥가이버들은 2~3명씩 팀을 이루어 4개 자치구마다 담당구역을 정해 활동을 시작했다.

10월 말까지 활동 결과로 관내 취약가구 실태 파악 1,024건, 취약가구 방문 주거환경 점검 838회, 주거 생활 불편사항 해결 591건, 기타 상담 및 홍보 230건 등 짧은 기간 괄목할 활동성과를 달성했다.

목공기술 등의 직무교육을 받는 `우리동네 맥가이버`(좌), 독거노인 집에 방한비닐을 붙이고 있다(우) ⓒ최용수

목공기술 등 직무교육을 받는 `우리동네 맥가이버`(좌), 독거노인 집에 방한비닐을 붙이고 있다(우)

“현관 전등이 고장 나서 출입 시 자주 넘어진다”라는 연락(불광동, 독거할머니)을 받은 은평구 ‘우리동네 맥가이버’ 2팀은 직접 할머니 댁을 방문하여 수선에 필요한 도구와 재료 등 작업 소요를 파악했다. 그 후 할머니와 약속한 날에 방문해 고장 난 현관 전등을 센서로 작동되는 최신 LED등으로 교체했다. 컴컴하던 현관에 훤하게 불이 켜지자 할머니 얼굴에는 환희의 미소가 넘쳐흘렀다.

“더 손 볼 곳 없으세요?”의 작별인사를 건네며 현관을 나서려는 순간 잠시 머뭇머뭇하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세면대에서 물이 줄줄 새요. 수리비 때문에 고칠 엄두를 못 내고, 이제는 영감도 없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떠나려는 이들은 즉시 발길을 돌려 집안상태를 점검했고, 며칠 후 필요한 재료를 준비하여 세면대의 수전, 트랩, 호스 등을 교체하는 등 말끔하게 수선했다. “일주일 전 할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니 너무 허전하고 힘들었는데…”라며 맥가이버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는 “저승에 간 영감이 선물로 선생님들을 보내준 것 같다”라며 한참 동안 잡은 손을 잡고 있었다.

관악구 ‘우리동네 맥가이버’ 1팀에서는 독거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여 방한비닐을 부착하여 곧 닥쳐올 겨울 한파를 대비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늙은이 집을 찾아와 이렇게 큰 도움을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라고 말씀하시고 눈물을 보이셨다. 맥가이버들에게 가슴 찡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또한 도봉구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조손가정(할머니와 손주)을 찾아 집안을 청소하고 세탁기 호스 교체, 도배시공, 식탁 유리 청소, 가구 위치 변경 등 대대적인 주거환경개선 작업을 해드렸다. 관절이 아파 보행마저 힘든 할머니와 나이 어린아이들은 지저분하던 집이 말끔해지고 곰팡이 난 벽지가 깨끗해진 집안을 둘러보자 “우리 집이 천국(天國)이 된 것 같다”라며 좋아했다. 이 모습은 우리동네 맥가이버에게 활동으로 쌓인 피곤함을 씻어준 묘약이었다.

금년도 ‘우리동네 맥가이버’ 사업은 이날 전체회의를 끝으로 종료되었다. 지난 2년간 사업을 주도했던 이명환 사업단장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했었지만, 이 사업만큼 보람을 느낀 적이 없었다”라며 “취약계층에게는 겨울철 도움이 더 절실한데 우리동네 맥가이버 사업이 종료되어 아쉽다. 가능하다면 이 사업만큼은 겨울철에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취약계층 수혜자들보다 봉사자들이 더 많이 돌려받는 ‘우리동네 맥가이버’ 사업, 2018년도에는 더 많은 자치구로 확장되길 소망해 본다.

■ ‘우리동네 맥가이버’ 활동 안내
○ 50플러스 서부캠퍼스 일자리지원실(070-4441-5015, 02-460-5172)
○ 우리동네 맥가이버 카페 : cafe.naver.com/macgyver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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