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전시 큰 울림 ‘존 리치 6.25 사진전’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7.06.23. 15:11

수정일 2017.06.23. 15:11

조회 1,716

존 리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부출입구 모습 ⓒ최용수

존 리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부출입구 모습

“아~아~ 잊으랴 / 어찌 우리 이 날을 / 조국을 원수들이 / 짓밟아 오던 날을 / 맨주먹 붉은 피로 / 원수를 막아내어~”

5060세대들의 초등학교 시절, 매년 6.25가 되면 운동장에 모여 오른발로 땅을 치며 힘차게 불렀던 ‘6·25의 노래’이다. 올해도 며칠 후면 ‘이날’이 다시 온다. 어느덧 67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으로 남아있는 한국전쟁.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모르는 전후 세대들에게 생생한 전장 상황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광화문 거리 옆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부출입구, 규모는 작지만 소담한 야외전시장이다.

동료와 함께 문산역 팻말 앞에 서 있는 존 리치(왼쪽인물) ⓒ최용수

동료와 함께 문산역 팻말 앞에 서 있는 존 리치(왼쪽인물)

“전쟁과 일상, 그리고 희망 (War, the Everyday, and Hope)”이라는 주제로 ‘존 리치의 사진전’이 한창이다. ‘존 리치(John Rich, 1917~2014)는 미국 NBC 방송사의 종군기자였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일주일 만에 한국으로 날아온다. 3년간 전장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가 찍은 사진 중 대표작 50여 점을 골라 전시하고 있다. 당시로써는 흔치 않은 컬러 필름을 사용한 덕분에 현장감이 더욱 생생하다. 이번 전시는 3개의 소주제로 구분하여 전시 중이며, 오는 7월 30일까지 계속된다.

첫 번째 주제인 `전쟁 속의 사람들`을 감상하는 시민 ⓒ최용수

첫 번째 주제인 `전쟁 속의 사람들`을 감상하는 시민

전쟁 속의 사람들(PEOPLE IN THE MIDST OF WAR)

‘어느 여름 장죽(긴 담뱃대)을 가진 할아버지와 손자’, ‘서울수복 후 시청 앞에서 행진하는 신병’, ‘미군을 구경하는 아이들’, ‘전쟁포로 심문하는 UN군’, ‘장진호 부근 어린이’, ‘UN군 측 휴전협상 대표’, ‘위문공연’ 등 전쟁 속의 사람들 모습이 담겨있다.

존 리치의 전쟁 속의 사람들 사진, 1951년 봄 다시 찾은 시청 앞에 서 있는 어린이들 모습 ⓒ최용수

존 리치의 전쟁 속의 사람들 사진, 1951년 봄 다시 찾은 시청 앞에 서 있는 어린이들 모습

평화로운 배경과 그 뒤로 보이는 폐허가 된 전쟁의 흔적들이 대비되어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겁에 질린 듯한 어린아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온다.

당시 휴전회담(休戰協商)은 유엔 주재 소련 대표가 1951년 6월 23일 휴전협상을 제의했다. 이후 미국이 받아들여 7월 10일 개성시 봉래장(來鳳莊)에서 시작되었으며, 10월 25일 판문점으로 장소를 옮겨 회담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1952년 후반기 전선(戰線)에는 국지전 형태의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전개되었고,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유엔군과 공산군 측이 최종 합의하여 휴전이 성립되었다. 이때 대한민국 대표는 휴전을 반대하면서 ‘휴전협정서’에 서명하지 않아 지금까지 휴전 당사자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전쟁, 파괴(WAR AND DESTRUCTION)

이 코너는 당시 전쟁의 참담함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파괴된 기차’, ‘중앙청 앞에서 설치된 대포’, ‘폭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 ‘장진호 작전에 공을 세운 항공모함 위의 콜세어(Corsair) 전투기’, ‘T-6 텍산(Texan) 편대’ 등 전쟁의 순간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존 리치의 사진, 파괴된 수원화성 장안문 모습 ⓒ최용수

존 리치의 사진, 파괴된 수원화성 장안문 모습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끔찍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회고록에 남긴 존 리치의 말에 공감이 갔다.

계속되는 일상과 희망(CONTINUED THE EVERYDAY AND HOPE)

치열한 전장에도 봄은 온다. ‘시골 전경’, ‘중고물품을 파는 소년’, ‘초여름의 농부’, ‘빨래터 풍경’, ‘봄을 기다리는 병사’,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동대문시장의 어머니들’, ‘파괴된 수원화성’, ‘폭파된 한강 인도교’ 등 폐허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이 움트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병사와 공원으로 데이트하는 젊은 남녀의 모습은 그 자체가 곧 희망이다.

존 리치의 사진, 생필품만 챙겨 떠나는 피난민 가족 모습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최용수

존 리치의 사진, 생필품만 챙겨 떠나는 피난민 가족 모습에서도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한강 인도교폭파’는 6.25전쟁 초기인 1950년 6월 28일 2시 30분 국군이 한강 인도교를 폭파하여 민간인 500~8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3일 만에 북한군이 서울로 진입하자 다급해진 나머지 국군 주력부대 후퇴와 시민들의 피난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북한군의 한강 남쪽 진출을 막겠다는 생각에서 조기 폭파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인명피해는 물론 전투물자 수송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다.

점심시간에 전시장을 찾은 직장인들 ⓒ최용수

점심시간에 전시장을 찾은 직장인들

점심시간 커피잔을 들고 찾아온 직장인 K 씨는 “6·25전쟁에 대한 사진 전시회를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컬러사진전은 처음이다”라며 “컬러로 보니까 전쟁의 실상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호국의 달 6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6월이 가기 전에 전쟁의 일상과 희망을 느껴볼 수 있는 존 리치의 사진전으로의 가족 나들이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잔잔한 울림과 여운으로 더욱 특별한 추억을 남길 것이다.

■ 존 리치 사진전 안내

○ 주제 : 전쟁과 일상 그리고 희망(War, the Everyday, and Hope)

○ 기간 : 4월 3일 ~ 7월 30일

○ 장소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 부출입구 전시공간

○ 관람료 : 무료

○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7월 1일부터 오전 10시~오후 9시)

○ 관람문의 : 02-3703-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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