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아름다움은 나무에서 나온다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7.04.07. 16:14

수정일 2017.04.07. 16:14

조회 1,915

함인정 앞의 300년 된 고목 ⓒ최은주

함인정 앞의 300년 된 고목

조선의 궁궐은 봄,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아름답지만, 꽃 대궐을 이루는 봄에는 더욱 아름답다. 꽃피는 봄의 궁궐 나들이는 바쁜 일이 있어도 놓치면 안 된다.

때마침 창경궁에서 궁궐에 어떤 나무들이 있고 그 나무들은 몇 살이나 되었는지 등 궁금증을 해소하고, 조선왕조 역사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역사와 함께 하는 창경궁 숲 이야기’를 시행한다. 창경궁관리소와 (사)한국숲해설가협회가 함께 진행하는 무료(입장료 별도) 해설프로그램이다. 창덕궁 후원을 관람한 뒤 궁궐의 나무에 관심이 생겼는데, 동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창경궁으로 봄나들이 나온 시민들 ⓒ최은주

창경궁으로 봄나들이 나온 시민들

창경궁은 성종이 할머니와 어머니 등 세 명의 대비를 위해 수강궁이 있던 자리에 지은 궁이다. 소실과 복원을 거듭하여 궁궐로서 위상을 지키다가 일제에 의해 많은 전각이 헐리고 동·식물원이 들어서는 수모를 겪었다. 1983년 이후 정부는 창경궁 내의 동물과 식물을 서울대공원으로 옮기고, 본격적으로 궁을 복원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빈터에는 나무를 심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궁궐의 아름다움은 나무에서 나온다. ⓒ최은주

궁궐의 아름다움은 나무에서 나온다.

창경궁에는 500년 역사를 간직한 나무들이 선조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해설사는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 전해주었다. 문정전 근처, 선인문 앞에는 매우 특별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400년이 넘은 이 나무는 줄기와 가지가 마구 뒤틀어져 구불구불한 모습이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서있을 수 없는지 철골 지지대에 기대고 있는 것이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다.

해설가가 자리를 잡고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사도세자는 27세에 뒤주에 갇혀 문정전 앞뜰에서 돌아가셨어요. 이 나무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모습과 피맺힌 비명소리를 다 들었을 겁니다. 그가 죽은 후에 선인문으로 나가는 것도 지켜봤겠지요.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이 사약을 받고 퇴궐했던 문도 이곳, 선인문입니다. 왕도 떠나가고, 슬피 울던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지만 이 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살아 있습니다. 이 회화나무는 역사의 현장을 지켰던 참혹한 기억 때문에 마구 비틀어지고 바싹 말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도세자의 비명을 들었을 회화나무 ⓒ최은주

사도세자의 비명을 들었을 회화나무

해설사는 도화서 화원이 그린 동궐도를 펼쳐 회화나무를 가리키며 당시를 생생하게 묘사해주었다. 시민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한 아버지는 ‘이보다 더 생생한 교육은 없다’며 ‘교과서로만 배운 것을 현장에 와서 보니 기억에 남을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선인문 앞 회화나무가 그려진 동궐도를 보여주고 있는 해설가(좌),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민들(우) ⓒ최은주

선인문 앞 회화나무가 그려진 동궐도를 보여주고 있는 해설가(좌),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민들(우)

해설사에게 궁궐의 역사를 듣는 것도 의미 있지만, 창경궁을 돌아보며 걷는 것도 특별하다. 구황식물로 쓰였다는 느릅나무도 들여다보고, 여기저기 새순이 돋기 시작한 어린 나무들도 유심히 살펴보았다. 왕과 신하들이 모여 경연을 하던 함인정 앞에는 300년 이상 된 주목이 서있었다. 고목이 선사하는 품위는 신비로웠다.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꽃 계단 ⓒ최은주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꽃 계단

궁궐 가장 깊은 곳에는 꽃 계단이 있었다. 이곳은 봄과 가을엔 꽃을 볼 수 있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불어 통풍이 잘 된다. 그리고 겨울엔 북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구중심처에 살던 여인들에게는 감성의 공간이었다고 한다.

자경전터를 붉게 수놓은 꽃들 ⓒ최은주

자경전 터를 붉게 수놓은 꽃들

토요일·일요일 코스를 달리 해서 들려주는 창경궁의 나무와 역사 이야기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다. 일요일 코스를 돌고 나니 홍화문 금천의 매화, 앵두나무, 연리목과 춘당지의 백송, 느티나무 중심의 토요일 코스가 궁금해졌다.

■ ‘역사와 함께하는 창경궁 숲 이야기’ 프로그램 안내

○ 기간 : 4월 1일 ~ 10월 29일,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 30분~4시

○ 신청방법 : 현장참여(단, 20인 이상 단체는 참여 일주일 전 (사)한국숲해설가협회 사전예약 요망)

○ 프로그램

- 매주 토요일 춘당지 중심 코스 : 옥천교 앞 → 광덕문 뒤 연리목 → 춘당지 동편 백송 → 야생화 단지 주변 다래나무, 모과나무 → 춘당지 남쪽 느티나무

- 매주 일요일 궐내각사 중심 코스 : 옥천교 앞 → 선인문 부근 회화나무 → 관천대 부근 버드나무 → 통명전, 풍기대 주변 수목 → 춘당지 남쪽 느티나무

○ 홈페이지 : cgg.cha.go.krl

○ 문의 : (사)한국숲해설가협회(02-747-6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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