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 결혼식, 어디서 하나 살펴보니...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5.09.01 15:51

수정일 2015.09.01 18:44

조회 2,144

시민청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공간이라는 시민청, 그런데 실제 시민들의 참여는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설령 열린 공간으로 문턱을 모두 없앤다 해도,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선 부작용이 더 크지 않을까? 지난주 시민청에서는 기획에서부터 진행까지 전 과정을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해 만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뜻 맞는 시민들이 함께 모여 준비한 것이라는데, 진정한 시민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시민청의 모습을 담아봤다.

시민을 위해 시민이 만든 행사, ‘우리 이상한 결혼식을 부탁해’

`우리 이상한 결혼식을 부탁해` 행사에서 셀프웨딩 소품 만들기 및 가족사진 촬영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우리 이상한 결혼식을 부탁해` 행사에서 복주머니 만들기 및 가족사진 촬영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시민청 지하 1층 활짝라운지에서는 전시와 체험, 공연, 토크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우리 이상한 결혼식을 부탁해’라는 기획행사가 펼쳐졌다. 덕담 복주머니 만들기, 셀프웨딩 공간연출 소품 만들기와 같은 체험을 통해 나만의 개성 있는 결혼식을 상상해볼 수 있었고, 스튜디오처럼 꾸며진 공간에서는 무료로 가족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작고 뜻깊은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쇼 장면이날 많은 시민들이 공연 관람을 즐기고 퀴즈에 참여했다

중앙무대에서는 7080 통기타 공연, 팝페라 공연, 동상이몽 게임과 결혼 상식 퀴즈, 최신 메이크업 시연 등과 함께 ‘작고 뜻깊은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쇼가 이어졌다. 실제 개성 있는 결혼식을 진행한 이들의 사례 발표부터 부모님,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과 즉석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는데, 혼주세대와 예비부부 세대가 함께 결혼의 의미를 찾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 결혼식 사례를 소개하는 전시도 마련되어 있어 작고 뜻깊은 결혼식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번 행사는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혼주세대는 물론, 시민청을 찾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도 무척 인기가 있었다. 마치 잔치처럼 풍성한 느낌이었는데, 놀랍게도 이 모든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이들이 시민청 담당자도 전문 기획 업체도 아닌, 시민들이라는 것이다.

“저도 양평에 있는 본가에서 셀프웨딩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결혼식 공간은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비즈나 낚싯줄 같은 재료는 어디서 파는지, 음향시스템이나 테이블‧의자 등은 어떻게 준비할지’ 같은 세세한 정보를 구하는 게 어려웠죠. 메이크업이나 사진촬영. 예복 등 결정할 것은 너무 많은데 정보는 흩어져 있고, 그래서 이런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는 콘서트를 한번 해보자 생각했던 겁니다.”

한신 씨는 자신의 결혼식을 함께 준비했던 가족들과 함께 콘서트를 계획했다. 셀프웨딩촬영법과 장소, 최신 유행 웨딩드레스나 메이크업, 대강의 업체 가격 등 셀프웨딩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속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마땅한 콘서트 장소를 찾던 중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도 대관 신청을 했는데, 마침 이들의 기획안을 본 시민청 담당자의 제안으로 시민청 기획행사로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 기획은 ‘셀프웨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라는 측면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미 시민청 예비부부교육에서 그런 정보들을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시민기획단 분들과 같이 얘기해서 ‘결혼을 앞둔 자녀와 부모가 함께하는 작고 뜻깊은 결혼식 토크 콘서트’라는 컨셉으로 수정하게 됐죠.”

시민청 결혼식 담당자 문지영 씨의 설명이다. 실제 예비부부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이 부모님을 설득하는 문제인 것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행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와 시민기획단이 함께 더욱 풍성하게, 시민의 공간 ‘시민청’

시민청 통합 워크숍

시민기획단, 자문위원, 운영팀이 함께 했던 통합워크숍

이렇듯 ‘우리의 이상한 결혼식을 부탁해’는 한신 씨 가족들과 시민청 시민기획단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준비해 치러낸 행사였다.

“처음 기획을 해주신 한신 씨가 대본을 쓰는 등 내용적인 것을 맡아서 해주셨고요. 저희 기획단은 좀 더 전반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것을 도와드렸어요. 리플렛·포스터·현수막 디자인, 무대 세팅과 연출, 체험프로그램 강사 섭외, 발제자 발표자료 구성 등 기획단에서 각자 역할을 나눠 맡아 했죠. 저는 대본 피드백하고, 전반적인 큐시트 만드는 일을 했고요.”

시민기획단 동행분과 막내인 김경민 씨는 아직 대학생이지만, 시민기획단 운영 첫해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2년 차 고참이다. 시민기획단은 이름 그대로 시민청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하는데, 매해 11월경 모집을 시작하여 선정 후, 이듬해 1년여 동안 분과별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고 있다. 2014년 1기를 시작으로 현재 2기 기획단이 활동하고 있다.

“제가 문화예술기획이나 문화복지 쪽에 관심이 있어서,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찾아보다가 우연히 기획단 모집 공고가 난 것을 보고 참가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실무 일을 책임 있게 맡아 할 수 있어,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되었죠. 물론 힘들기도 한데, 보람이 있어요. 그래서 2년째 하는 거고. 뭐 솔직히 정말 가기 싫다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죠. 그런데 막상 여기 와서 얘기 하다 보면 고민도 다 풀리고요. 기획단 분들이 워낙 다 좋고 그래서 기를 받는다고 해야 하나? 좋은 영향을 받게 되는 거 같아요.”

김경민 씨의 얘기를 듣고 보니, 시민청은 뜻을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꿈을 키우는 기회의 공간인 듯싶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게. 기획단 분들이 정말 열심히 하신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뭐 하나 자료를 드리면 여러 기획단이 회의하셔서 살 붙이고 수정해 주시고… 자기 일 이상으로 열심히 하셨어요. 돈을 줘도 그렇게 못할 텐데, 자발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저는 정말 감명받았어요. 멋지신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기획단

행사를 기획한 한신 씨 가족분들, 가운데 아래가 한신 씨, 위 왼쪽부터 조인기(처남), 조정은(부인), 한은(동생), 권세련(사촌동생)

지난 몇 달 동안 행사를 함께 준비하며 한신 씨도 느낀 바가 컸던 모양이다. 실제 시민기획단과의 공동작업도 무척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이게 자극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공동기획을 하다 보니, 제가 아이디어를 드리면 검토해 또 다른 아이디어가 더해지고 그렇게 상호작용 하면서 시너지를 낸 것 같아요. 아무래도 경험이 많으시니까 이런 행사에 대해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알려주시고, 섭외라든지 디자인 공간 연출이라든지 저희가 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게 해주셔서 행사의 퀄리티도 높아지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저희 같은 사례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도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시민청에서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진 못했거든요. 대부분 사람들이 수동적이잖아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가장 좋지만 ‘가능할까?’라는 생각 자체조차 아예 안 하는 거죠. 시민기획단이 아니어도 누구든 언제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던질 수 있는 저희 같은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네요.”

처음 토크 콘서트를 기획할 당시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한신 씨는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셀프웨딩을 꿈꾸는 예비부부들을 도울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셀프웨딩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둔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는데, 그의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시민의 아이디어가 시민기획단과의 공동작업으로 구체화되고 실현되는, 시민의 공간 ‘시민청’. 한신 씨의 바람처럼 앞으로도 시민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모이고, 많은 시민의 참여로 더욱 풍성해지는 시민청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