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지하철 박물관이 생긴다면?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5.08.10. 17:35
9개 노선, 327km, 302개역의 서울지하철은 우리나라의 자랑거리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 되어 주고, 경제발전에도 기여한다. 무엇보다 교통 서비스도 세계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마침 이번 주말인 8월 15일은 서울지하철 첫 개통 41주년이 되는 날이라 더욱 뜻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서울지하철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이 없다는 점이었다. 지하철은 서울시내 곳곳의 박물관을 연결해주며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데, 정작 서울지하철 자신을 보여주는 박물관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하철 박물관이 왜 필요한 것일까? 우선 박물관의 정의부터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 박물관(博物館)?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그 밖의 학술 자료를 수집, 보존, 진열하고 일반에게 전시하여 학술 연구와 사회 교육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시설 |
박물관은 쉽게 말해 교육 시설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볼 수도 있고, 현장에 방문할 수도 있다. 또,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은 언제라도 박물관에 방문하여 그 분야에 대한 다양한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사회교육과 평생교육의 장이 되어준다. 또한 박물관은 해당 분야의 유산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이를 활용하고 교육을 실시한다. 아울러 요즘 주목받는 것이 박물관의 문화공간 기능이다. 박물관 자체가 해당 도시의 관광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서울지하철도 이제 많은 유산이 쌓였다. 또한 종래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계기와 지원조직이 필요한데 이것이 새로 건립될 ‘서울지하철 박물관’의 역할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지하철 박물관을 구상해왔다. 실제로 지난 2001년에는 3호선 학여울역 구내 여유부지에 지하철 박물관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설계공모전까지 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과 예산 부족에 따라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지금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서 지하철 양공사 통합과 곧 다가올 지하철 50주년을 대비한 포석으로 지하철 박물관 건립에 대한 초기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얼마 전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하철 박물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열고 있어 흥미를 끈다. 객관식 6개, 주관식 1개로 구성된 설문지는 지하철 박물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여, 시민의 뜻에 따라 건설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서울메트로는 개관 후에도 시민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우선 시민들이 지하철 박물관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묻고 있다. 선택지에는 운행 과정, 고객서비스 자료 등 운영에 대한 것 외에도, 지하철 안전체험 등 실질적으로 승객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들도 있고, 개통 첫 열차, 옛 자료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것들도 있다. 중복선택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는 타 박물관과의 차별화 방법을 묻는다. 박물관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중요한 사항이다. 자칫하면 지하철 박물관이 기존에 있는 철도박물관이나 서울역사박물관 등과 다를 게 없다는 평을 받을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 방법으로는 지하철 체험, 교육, 안전, 기술, 고객서비스, 문화행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요구하는 지하철 박물관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묻고 있고, 마지막에는 지하철에 대한 유물이 있으면 기증을 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재미있는 질문도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서울지하철 박물관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단순한 전시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하철과 관련된 문화와 인문학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 자체가 상당히 기술에 치우친 분야라 단순 전시에 머무른다면 의미가 없다. 전시공간만 예쁘게 꾸민다고 저절로 문화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하철이란 골동품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곳이다. 따라서 지하철 박물관은 보다 현장 중심적이어야 한다. 차량기지에 가깝게 건설하고, 차량기지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운영한다면 현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서울지하철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이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서울지하철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처음 건설 때부터 국제적 감각을 강화하여, 지하철을 선호하는 외국인들도 서울지하철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체험하며 느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시민들과 함께 차근차근 박물관을 준비해나간다면, 서울시민들의 자랑거리인 지하철을 널리 알리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박물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박물관 설문조사는 아래 링크에서 참여할 수 있다. (8월 6일부터 8월 16일까지, 서울메트로 홈페이지)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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