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째 만리동고개 지킨 이발소여, 영원하라!

시민기자 서울시 김 예슬

발행일 2015.02.02. 17:33

수정일 2022.11.28. 17:48

조회 6,350

86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우이용원 ⓒ토토로다

86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우이용원

[내 손안에 서울] 서울은 고대로부터 따지면 그 역사가 2,000년이나 되는 아주 오래된 도시랍니다. 그 역사의 흔적인 남대문, 경복궁, 왕관, 청자, 백자 등을 잘 지키는 것도 우리의 몫이지만 미래의 서울 사람들에게 지금 우리가 살아왔던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 유산들을 남겨줘야겠죠. 이제라도 잊혀져가고, 방치되고 있는 서울의 보물들을 찾아내고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게 전해준다는 취지의 '서울시 미래유산' 사업이 반갑고 다행스러운 이유입니다. 과연 어떤 보물들이 소리 없이 서울을 빛내고 있었는지 찾아볼까요?

※ 파란색 글자를 클릭하시면 관련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서울시 미래유산']

- 86년간 문을 연 이용원에서 63년간 자리를 지킨 헌책방까지 근·현대 서울의 모습을 간직한 문화유산들

- 서울시 미래유산 홈페이지를 통해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저마다 쌓인 사연들 볼 수 있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번은 '아래아 한글'을 이용해 문서를 작성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1989년 4월 발매된 '아래아 한글'은 문서 작성을 위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외국 프로그램을 우리말로 옮겨 놓은 수준의 다른 워드프로세서들과 달리 '아래아 한글'은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해 PC에서 한글을 완벽히 표현, '한글의 디지털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2013년 6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판매된 '아래아 한글1.0 패키지'(5.25인치 플로피디스크, 설명서, 박스)를 도저히 찾을 수 없어 한글박물관이 포상금까지 걸고 아래아 한글 1.0 구매 공고를 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좇아가다보니 미래를 위한 유산까지 생각하지 못한 것입니다.

'아래아 한글'뿐만 아니라 근·현대 서울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서울시가 미래유산 보전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미래유산'이란 무엇일까요? 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것으로, 근·현대 서울을 살아온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100년 후의 보물을 말합니다. 특히, 미래유산은 현재에도 이용되고 있는 것들이 대상이기에 시민들의 참여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도 프랑스의 `20세기 유산 인증제도`, 일본의 '근대화 산업유산 인정제도', 영국의 '블루 플라크' 등 문화유산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려 시민들의 관심과 자발적인 보전을 유도하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종로구 누하동 대오서점 ⓒsisi0310(좌), 수색동 대장간ⓒaandd(우)

종로구 누하동 대오서점(좌), 수색동 대장간(우)


그렇다면 서울시의 미래유산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시민 공모를 통해 1만 5,000여 건의 제안을 받아 최종선정 된 296건의 미래유산들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3대에 걸쳐 86년간 문을 연 '성우이용원'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입니다. 요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촌의 터줏대감, 헌책방 '대오서점'도 1950년경 문을 연 이래 63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 국빈 접대와 정치 회담 장소로 명성을 떨쳤던 서울 3대 요정 중 하나인 성북동 '삼청각'과 1980년대 학림사건의 발원지이자 음악·미술·연극·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사랑방이었던 혜화동 '학림다방'까지... 모두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저마다 쌓인 사연들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미래유산을 제안할 수 있습니다. 제안된 미래유산 예비후보는 기초현황 조사, 미래유산보존위원회 심의, 소유자 동의의 절차를 거쳐 미래유산으로 최종 확정됩니다.

홈페이지에는 정치역사, 시민생활, 산업노동, 도시관리, 문화예술 분야의 다양한 미래유산들에 대한 설명과 사진자료는 물론, 보존의 필요성, 찾아가는 방법과 주차장 현황 등의 정보들이 실려 있습니다.

아울러 오래된 약국, 필방, 신발가게, 근현대 건축거장인 김수근의 작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와 동네별 소소한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마을지도도 볼 수 있습니다. 색다른 도보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참고하면 좋겠죠?


미래유산 체험코스 및 우리동네 이야기 ⓒ서울시 미래유산

미래유산 체험코스 및 우리동네 이야기


일명 '토토가' 열풍으로 90년대 가요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유명 가수들의 리메이크 곡들이 끊임없이 나오며 옛 명곡들이 재조명 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런 가요보다 더 오래된 노래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하얀 쪽배엔/계수나무 한 나무/토끼 한 마리' 로 시작하는 이 동요,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반달'입니다. 아이들도 이렇게 예쁜 노래를 알아주면 좋으련만, 동요 부르는 아이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아쉬움 속에 '반달'을 작곡한 故 윤극영 선생(1903~1988)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가옥이 지난 10월 시민들에게 공개됐습니다. 서울시는 이 가옥을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를 최대한 보존해 전시관 및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리모델링했습니다.

시가 직접 추진한 미래유산 시범사업의 첫 결실인 윤극영 가옥에서 어린이 동요대회도 열리고, 시낭송, 동화구연교실 등 어린이와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될 예정입니다. 이렇듯 미래유산은 동요나 이야기처럼 우리의 추억이 묻어나는 무형의 유산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 프로그램 보기)


지난 10월 문을 연 윤극영 가옥

지난 10월 문을 연 윤극영 가옥


서울시에서는 윤극영 가옥을 시작으로 근현대 산업유산인 '구의취수장'을 거리예술가들의 연습 및 제작 공간인 '서울 거리예술 창작센터'로 활용하고, '한국의 간디'라 일컬어질 만큼 인권향상에 힘썼던 함석헌 선생의 옛집에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다양한 미래유산을 시범적으로 발굴 및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는 민간 단체가 미래유산을 매입하면 비용의 최대 50%까지 지원하고, 1사 1유산 캠페인 등을 펼치며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유산 보전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주변에서 100년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냥 잊히기엔 아까운 것이 있다면 미래유산으로 제안해주세요. 오래 묵혀둔 김치, 그 맛깔스러운 맛처럼 서울의 오래된 것들이 더욱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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