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양을 위한 ‘사랑 정거장’

시민기자 권영임

발행일 2014.11.19. 12:37

수정일 2014.11.24. 10:06

조회 1,645

서울시에서는 경제적 여건으로 광고를 하기 어려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분들을 위해 시가 보유한 홍보매체를 무료로 개방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내 손안에 서울'에서도 이들의 희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세 분의 시민기자님들이 공동으로 취재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희망의 메시지, 함께 들어보시죠!

희망광고기업(2) 우리 아기, 우리 손으로 '성가정 입양원'

많은 봉사활동으로 존경 받는 신애라, 차인표 부부는 두 여자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가정도 입양을 할 수 있을까? 옆집의 아이가 입양된 아이라면 혹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하고.

최근 한 지역에서는 입양한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입양'은 낯설고 어색한 면이 많을지도 모른다.

특히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의 정서를 고려할 때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야 하는 입양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친부모가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경우에 누군가 사랑으로 품어줘야만 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부모들을 상담하고 교육하고, 소중한 생명을 새로운 가정으로 떠날 때까지 보호하는 곳이 필요한 이유다.

故김수환 추기경 방문 모습

故김수환 추기경 방문 모습

성북동에 위치한 '성가정입양원'은 1989년 故김수환 추기경이 낙태를 반대하고 생명을 선택할 것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한 국내입양전문기관이다. 그 이전까지 입양은 주로 해외로 보내는 입양이 대부분이었고, 문화적 환경이 다른 해외로 보내진 아이들은 여러 문제에 노출되기도 했다. 성가정입양원은 유일하게 국내입양을 전문으로 추진하고 돌보는 곳이다. 그래서 성가정입양원의 슬로건은 '우리 아기, 우리 손으로'이다. 같은 문화와 정서를 가진 새로운 부모를 만나는 것이 입양되는 아이들의 행복의 기본조건이 아닐까 한다.

성가정입양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남혜경 수녀님을 만났다. 수녀님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조금 서투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직접 아이를 낳지 않아도 한 생명에 대한 사랑과 철학이 확고하신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난 24년간 약 2,700여명의 아이들이 새로운 부모님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한해 평균 약 100여명의 아이들이 입양되었는데, 2012년 입양특례법이 바뀐 이후에는 40~50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서울카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성가정입양원은 미혼모의 아이, 부모가 친권을 포기한 아이들이 입양을 가기 전까지 생활하는 곳이다. 그리고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부모들의 서류를 심사하고, 가정을 방문하고, 교육을 마친 후에 입양을 결정한다. 입양이 결정되고 난 후에도 사후 가정방문, 상담을 통해서 부모와 자녀 간에 생길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도 하고 있다.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수녀님

아이에게 우유를 먹이는 수녀님

지금 현재 성가정입양원에는 약 30-40여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고, 가정에 위탁해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들도 약 20여명이 있다. 아이들을 만나려면 먼저 앞치마를 하고 손, 몸, 입 속까지 3단계 소독을 해야 한다. 많은 아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곳이라서 감염과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연령에 따라 3단계로 나눠져 있었다. 첫 번째는 가장 어린 아기들이 있는 방으로 한 달도 안 된 아기부터 이제 겨우 목을 가누는 아이까지 약 10여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보육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우는 아이를 한명씩 안아서 달래고, 배고파서 우는 아이에게는 우유도 먹이고 트림도 시키고 있었다. 같이 간 남혜경 수녀님도 능숙하게 아기를 앉아서 우유 한통을 다 먹이고, 안내를 해 주신 사회복지사도 볼일을 본 아기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데려가서 씻긴 후 새로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신생아들은 가정에서도 잘 쓰지 않는 천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었고, 목욕탕이 바로 방에서 연결되어 있어서 배변 후에도 바로 씻길 수 있었다. 한창 손길이 많이 필요한 연령대라서 재우고, 안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는 일이 쉴 새 없이 반복되는 곳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

그 다음 방은 기어 다닐 수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방이었다. 한 명씩 자원봉사자들이 옆에서 이유식을 먹이고 있었는데, 낯선 사람이 시커먼 카메라를 들고 방문하니 신기해서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예뻤다.

그리고 걸어 다니는 조금 큰 아이들은 자는 방과 생활하는 방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 생활하는 방은 놀이방처럼 꾸며 놓아서 아이들이 장난감이나 놀이기구에서 놀기도 하고, 보육사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그리고 한층 위에는 어린이집처럼 꾸며 놓은 곳이 있는데, 보육시설의 교육과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아이들이 각각의 연령대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특히 이 날은 박물관 견학을 가는 날이라서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한 명씩 맡아서 정기적으로 외출을 하는데,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놀이방

아이들의 놀이방

아이들의 옷이며, 자원봉사자들의 옷, 앞치마까지 이곳의 빨래는 세탁소 수준으로 양이 많다고 한다. 세탁실에는 여러 대의 세탁기와 건조대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빨래를 할 때도 모두 섞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옷, 이불, 자원봉사자 옷과 같이 용도에 따라 구분해서 정해진 세탁기에서만 빨래를 한다고 한다. 빨래 개는 자원봉사자들은 따로 있을 정도다. 따뜻하고 깨끗한 시설에서 정성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가정입양원은 30여명의 직원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대부분 운영비로 조성되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남혜경 수녀님은 "아이들은 가족과의 관계에서 오는 자극이 중요한데 여기 있는 아이들은 아무래도 그것이 부족해서 발달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찾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곳에서부터 행복해야 새로운 가정에서도 잘 적응하고 밝게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이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하며, 우리 사회가 입양을 보다 넓은 마음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기관명 :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 ○ 사무실 : 02-764-4741~3 ○ 홈페이지 : www.holyfcac.or.kr ○ 자원봉사 안내 : 20세 이상 (중/고생 불가능). 주1회 요일과 시간 선택 후, 매주 활동 (6개월 이상 가능한 분, 일회성 봉사 불가) ○ 후원안내 : 은행 지로, CMS 이체, 재능기부, 물품 기부 등

#희망광고기업 #성가정입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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