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한옥마을에 울려 퍼진 옛 들녘의 소리, ‘마들농요’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6.09.14. 09:59

수정일 2026.09.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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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13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서울무형문화축제가 열렸다. 공연과 전시와 체험을 통해 전통놀이, 전통주 등 서울의 다양한 무형유산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천우각 앞마당에서 펼쳐진 ‘마들농요’ 공연이 볏단과 농기구를 활용해 옛 농사 풍경을 재현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9월 12~13일 서울무형문화축제서 공연·전시·전통문화 체험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26 서울무형문화축제’가 열렸다. ⓒ심재혁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26 서울무형문화축제’가 열렸다. ⓒ심재혁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남산골한옥마을에서 ‘2026 서울무형문화축제’가 열렸다. 올해 축제에서는 공연과 전시, 시연, 체험 등을 통해 서울의 다양한 무형유산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옥인동 가옥, 김춘영 가옥, 윤택영 재실, 민씨 가옥 등 남산골한옥마을의 전통가옥과 마당 곳곳에서 진행됐다.
남산골한옥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공간이었다. 한옥 담장을 배경으로 투호가 마련돼 있었다. 어린이와 외국인 관광객이 긴 화살을 항아리에 던져 넣으며 우리 전통놀이를 즐겼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도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접하는 공간이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놀이인 투호를 체험하고 있다. ⓒ심재혁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놀이인 투호를 체험하고 있다. ⓒ심재혁
한쪽에는 시민들이 자신의 바람을 적어 매달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노란색과 분홍색, 초록색, 하늘색 등 형형색색의 소원지가 철망을 빼곡하게 채웠다.
어린이가 자신의 바람을 적어 철망에 묶고 있다. ⓒ심재혁
어린이가 자신의 바람을 적어 철망에 묶고 있다. ⓒ심재혁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우리 가족 언제나 행복 건강 부자’와 같은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글부터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작성된 소원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우리 전통주를 만날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2026 강서가 만든 막걸리 동의보감 우리술 출시’라고 적힌 부스에서는 강서 지역에서 선보인 ‘고본’, ‘비선주’, ‘솔깃’ 등이 전시돼 있었다. 시민들이 직접 맛을 볼 수 있도록 시음 행사도 진행됐다.
강서 지역에서 선보인 전통주 ⓒ심재혁
강서 지역에서 선보인 전통주 ⓒ심재혁
특히 현장에서 소개된 ‘강서 고본’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신선고본주에서 영감을 받아 빚은 막걸리로 안내돼 있었다. 국내산 쌀과 전통누룩에 구기자, 당귀, 인삼, 계피 등을 더해 고문헌 속 술의 풍미를 오늘의 방식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문화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새로운 상품과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 강서의 전통주, 고즈넉, 고본, 비선주, 솔깃 ⓒ심재혁
    강서의 전통주, 고즈넉, 고본, 비선주, 솔깃 ⓒ심재혁
  • 시음 행사가 열렸다. ⓒ심재혁
    시음 행사가 열렸다. ⓒ심재혁
  • 강서의 전통주, 고즈넉, 고본, 비선주, 솔깃 ⓒ심재혁
  • 시음 행사가 열렸다. ⓒ심재혁
민씨 가옥에서는 서울무형유산 제2호 ‘송절주’를 만날 수 있었다. 전시 공간에는 송절주가 담긴 술병과 잔은 물론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곡물과 솔잎, 전통 도구 등이 함께 놓여 있었다. 안내문에는 송절주가 조선시대 금주령에도 영조가 사랑한 술로 소개돼 있었고, 가문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보여주는 전시도 마련돼 있었다.
  • 전통주가 소개된 민씨 가옥 ⓒ심재혁
    전통주가 소개된 민씨 가옥 ⓒ심재혁
  • 서울무형유산 제2호 ‘송절주’ ⓒ심재혁
    서울무형유산 제2호 ‘송절주’ ⓒ심재혁
  •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곡물 ⓒ심재혁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곡물 ⓒ심재혁
  •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솔잎. ⓒ심재혁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솔잎. ⓒ심재혁
  • 전통주가 소개된 민씨 가옥 ⓒ심재혁
  • 서울무형유산 제2호 ‘송절주’ ⓒ심재혁
  •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곡물 ⓒ심재혁
  • 술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솔잎. ⓒ심재혁
이처럼 축제장 곳곳에서 다양한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날 시민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장면 중 하나는 천우각 앞마당에서 펼쳐진 ‘마들농요’였다. 공연이 시작되자 계단과 주변 공간을 시민들이 가득 메웠고, 공연을 촬영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많은 시민의 관심을 끌었던 마들농요 공연. ⓒ심재혁
많은 시민의 관심을 끌었던 마들농요 공연. ⓒ심재혁
마들농요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서 전해져 온 농업노동요다. 이름에 들어간 ‘마들’은 지금도 노원구의 마들역과 마들근린공원 등에 남아 있는 지명이다. 오늘날 상계동 일대는 아파트와 도로가 들어선 주거지역이지만, 과거에는 농사를 짓던 넓은 들판이 있었고 이곳에서 농민들이 함께 일하며 농요를 불렀다.
신나는 사물놀이로 마들농요의 막을 연다. ⓒ심재혁
이날 공연은 노래만 들려주는 방식이 아니었다. 공연자들은 흰색의 전통적인 작업복 차림으로 볏단과 농기구를 직접 들고 등장했다. 마당에는 실제 볏짚이 펼쳐졌고, 여러 사람이 볏단을 나르고 전통 농기구를 이용해 곡식을 터는 모습을 재현했다.

특히 볏단을 훑어 낟알을 떨어내는 과정 등 여러 사람이 함께 농사일하는 모습을 공연으로 보여줘 농요가 어떤 환경에서 불렸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노랫소리와 장단, 농사 동작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남산골한옥마을의 넓은 마당이 잠시 옛 들녘처럼 변했다.
  • 타작을 하면서 낱알을 분리한다. ⓒ심재혁
    타작을 하면서 낱알을 분리한다. ⓒ심재혁
  • 여러 사람이 함께 농사일 하는 모습을 모습을 재현했다. ⓒ심재혁
    여러 사람이 함께 농사일 하는 모습을 모습을 재현했다. ⓒ심재혁
  • 타작을 하면서 낱알을 분리한다. ⓒ심재혁
  • 여러 사람이 함께 농사일 하는 모습을 모습을 재현했다. ⓒ심재혁
공연의 흥이 오르자, 관람객들도 자연스럽게 호응했다. 천우각 계단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박수를 치거나 휴대전화로 공연을 촬영했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가까이에서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자와 관람객이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이어져 무형유산을 어렵고 낯선 문화가 아닌 하나의 축제로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남산골한옥마을의 한옥을 배경으로 볏단을 들고 노래하는 공연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서울에도 이런 농촌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투호를 즐기는 어린이부터 전통주를 살펴보는 시민, 마들농요 공연에 박수를 보내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세대와 국적을 넘어 전통문화를 함께 즐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외국인도 흥에 겨웠던 마들농요. ⓒ심재혁
외국인도 흥에 겨웠던 마들농요 ⓒ심재혁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노래와 기술, 생활문화는 오늘날에도 다른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서울무형문화축제에서 만난 마들농요는 사라진 서울의 들판과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오늘의 시민들에게 다시 들려주는 ‘살아 있는 서울의 기억’이었다.

남산골한옥마을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 입장료 : 무료
○ 전통가옥 관람시간
 - 하절기(4월~10월) 09:00~21:00
 - 동절기(11월~3월) 09:00~20: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 단, 월요일이 공휴일(임시공휴일, 대체공휴일 포함)인 경우 정상 운영
○ 전통정원 개방시간
 - 24시간 개방
○ 누리집 : 2026 남산골한옥마을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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