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도 묻기 어려웠던 스마트폰, 여기선 즐겁게 배워요!

시민기자 조영숙

발행일 2026.07.02. 09:42

수정일 2026.07.02. 19:40

조회 623

  • 어르신들의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조영숙
    어르신들의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입구 ©조영숙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입구 ©조영숙
  • 어르신들의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입구 ©조영숙

스마트폰 앞에서 작아지는 마음

“이거 누르면 어떻게 되는 거야?”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한 어르신이 옆자리 짝꿍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손에 쥔 스마트폰 화면을 마치 낯선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레 눌러보는 모습이었다. 평생 전화기라 하면 다이얼을 돌리거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전부였던 세대에게, 손바닥만 한 화면 안에 모든 기능이 들어 있는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렵고 낯선 존재다.

자녀들은 “엄마, 이것 좀 눌러봐”라며 답답해 하고, 정작 어르신들은 물어보는 것조차 눈치가 보여 그냥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막막함을 안고 오시는 분들을 위해 마련된 수업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그 현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 배움에 나이는 숫자일 뿐!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시니어들 ©조영숙
    배움에 나이는 숫자일 뿐!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시니어들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복도 갤러리 ©조영숙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복도 갤러리 ©조영숙
  • 벽에는 어르신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조영숙
    벽에는 어르신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조영숙
  • 배움에 나이는 숫자일 뿐! 디지털 세상에 도전하는 시니어들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복도 갤러리 ©조영숙
  • 벽에는 어르신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조영숙

청량리 골목의 ‘핫플’, 문을 열자 펼쳐진 갤러리

청량리역에서 회기역 방향으로 걷다 보면 서울특별시립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을 만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도 정갈하게 걸린 서예 작품과 수채화들이었다. 복지관이라기보다 작은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지하 2층부터 옥상정원까지 층별 안내판을 보면 그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지하에는 컴퓨터 교실과 이미용실이, 1~2층에는 상담실과 경로식당이, 3~4층에는 서예실과 장기·바둑실 그리고 스마트IT교육실이 자리하고 있다. 옥상에는 정원과 운동시설까지 마련돼 있어, 이곳이라면 온종일 머물러도 지루할 틈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층에 위치한 식당 ©조영숙
    2층에 위치한 식당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3층 복도 ©조영숙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3층 복도 ©조영숙
  • 4층에 자리한 강의실 ©조영숙
    4층에 자리한 강의실 ©조영숙
  • 3~4층에는 서예실과 장기·바둑실, 스마트IT교육실이 자리하고 있다. ©조영숙
    3~4층에는 서예실과 장기·바둑실, 스마트IT교육실이 자리하고 있다. ©조영숙
  • 옥상에 마련된 운동시설 ©조영숙
    옥상에 마련된 운동시설 ©조영숙
  • 2층에 위치한 식당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3층 복도 ©조영숙
  • 4층에 자리한 강의실 ©조영숙
  • 3~4층에는 서예실과 장기·바둑실, 스마트IT교육실이 자리하고 있다. ©조영숙
  • 옥상에 마련된 운동시설 ©조영숙

스마트폰왕기초반 14명의 어르신

이날 참관한 수업은 ‘스마트폰왕기초반’. 이름 그대로 스마트폰의 ‘왕(王) 기초’부터 시작하는 수업이다. 총 14명의 어르신이 자리를 채우고 계셨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그 안에서도 실력 차이가 꽤 컸다.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외에는 손을 대본 적 없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다른 기능은 전혀 못하시지만 폰뱅킹만큼은 능숙하게 하시는 분도 계셨다.

그 편차 속에서도 수업은 가장 기초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갔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법, 영상통화를 거는 법, 문자를 보내는 법. 젊은 세대라면 1분도 걸리지 않을 이 과정을 어르신들은 한 글자, 한 단계씩 눈으로 확인하며 따라가셨다.

인상 깊었던 건 어르신들의 표정이었다. 방금 전까지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편안하게 앉아 계시던 분들도, 강사가 화면을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다.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화면과 강사를 번갈아 보며 집중하는 모습, 손끝으로 화면을 따라 짚어보는 모습. 오늘 배운 내용을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계신 듯했다. 그래서였을까. 그 짧은 수업 시간만큼은 누구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듯 진지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의 일상을 돕고 있다. ©조영숙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어르신의 일상을 돕고 있다. ©조영숙

“몰라도 괜찮아요”라는 말이 주는 안심

수업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순간 ‘몰라서 창피하다’는 마음을 삼켜야 했을까. 손주에게 물어보기도 미안하고, 자녀에게 물어보면 짜증 섞인 대답이 돌아올까 걱정되고. 그렇게 혼자 끙끙대다 결국 스마트폰을 그저 전화기로만 쓰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종종 봐왔다.

그런데 이 강의실 안에서는 ‘모른다’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같은 질문을 몇 번 반복해도, 옆자리 어르신이 대신 눌러줘도 누구도 눈치 주지 않는 분위기였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처음엔 전화 걸기조차 낯설어 하시던 어르신이 직접 영상통화를 걸어보고는 “어, 되네!” 하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봤다. 그 웃음 하나에 오늘 취재의 이유를 다 찾은 기분이었다.
  • 인생 2막을 여는 배움의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영숙
    인생 2막을 여는 배움의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로비 ©조영숙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로비 ©조영숙
  • 인생 2막을 여는 배움의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조영숙
  •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로비 ©조영숙

배움을 넘어, 관계를 디자인하는 곳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게시판을 살펴보니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고령 운전자를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지원사업’, 인생의 후반전을 정리하는 ‘웰다잉 프로그램’, 무료 법률·세무 상담까지. 스마트폰 하나 배우러 왔다가 삶 전체를 돌보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구조였다.

복도 곳곳에 붙어 있는 ‘당신은 소중한 존재입니다’라는 문구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휠체어 이용 어르신을 위한 무장애 동선, 대기 순서를 알려주는 노란 발바닥 표시까지, 작은 배려들이 쌓여 큰 편안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은 더 이상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인생 2막의 무대’였다.

주변에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혼자 적적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이 있다면 주저 말고 이곳의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마침 2026년 3분기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조영숙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조영숙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 위치 :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로33길 25
○ 교통 : 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경춘선·수인분당선 청량리역 3번 출구에서 922m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 휴무 : 토·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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