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집’으로 돌아온 사진! 제13회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시민기자 이란

발행일 2026.04.17. 11:48

수정일 2026.04.17. 18:12

조회 221

전쟁 직후의 흑백 풍경부터 현대의 디지털 작업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사진의 향연
독특한 곡선미를 뽐내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웅장한 외관 ©이란
독특한 곡선미를 뽐내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웅장한 외관 ©이란
4월 9일, 오랜 기다림 끝에 서울사진축제가 사진의 ‘집’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올해로 제13회째를 맞은 이번 축제는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그동안 전용 공간 없이 서울 시내 여러 미술관을 옮겨 다니며 열리던 축제가, 무려 5년 만에 ‘사진미술관’이라는 온전한 보금자리에서 시민들을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13회 서울사진축제 ‘컴백홈’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란
제13회 서울사진축제 ‘컴백홈’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이란
이러한 배경을 증명하듯,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컴백홈(Come Back Home)’이다. 한국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피어난 삶의 터전부터 숨 가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이 포착한 시대상과 사적 기록들이 ‘집’이라는 하나의 렌즈를 통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전시는 단순히 벽면에 사진을 거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관 2층과 3층 전시실은 물론 계단과 복도까지, 미술관이라는 거대한 ‘집’ 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관람객들은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동선을 따라 걸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집’의 의미를 새롭게 질문하게 된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사진과 선이 어우러진 박형렬 작가의 입체적인 설치 작품 ©이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사진과 선이 어우러진 박형렬 작가의 입체적인 설치 작품 ©이란

① 섹션 1 : 집을 이루는 것

첫 번째 섹션은 집을 이루는 가장 직관적이고 물리적인 요소들에 주목한다. 오석근, 박형렬, 정경자, 한영수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적인 집의 흔적을 엮어낸 오석근 작가의 작품 ©이란
전통적인 집의 흔적을 엮어낸 오석근 작가의 작품 ©이란
물리적 공간과 기억의 지층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1전시실 풍경 ©이란
물리적 공간과 기억의 지층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1전시실 풍경 ©이란
이곳에서는 집이 처음 들어선 거친 터전부터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택의 표면 그리고 내부 구조가 주는 아늑함과 낯섦의 감각까지 조명한다. 특히 과거 흑백사진 속 집들이 모여 이루는 좁은 골목길과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들의 정겨운 풍경은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물리적인 벽돌과 시멘트로 지어진 집이 어떻게 인간의 체온을 품은 ‘가정’으로 변모하는지, 그 기초를 사진으로 견고하게 담아냈다.
  • 일상의 파편과 짧은 문장들이 교차하는 대형 그리드 사진 벽면 ©이란
    일상의 파편과 짧은 문장들이 교차하는 대형 그리드 사진 벽면 ©이란
  •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집의 감각을 되살리는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 ©이란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집의 감각을 되살리는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 ©이란
  • 일상의 파편과 짧은 문장들이 교차하는 대형 그리드 사진 벽면 ©이란
  • 집이 아닌 낯선 공간에서 집의 감각을 되살리는 장면들을 담은 사진들 ©이란
  • 과거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는 1960년대 밀착인화 스크랩북 ©이란
    과거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는 1960년대 밀착인화 스크랩북 ©이란
  • 전시실에 마련된 사진집을 넘겨보며 작품에 몰입하는 관람객 ©이란
    전시실에 마련된 사진집을 넘겨보며 작품에 몰입하는 관람객 ©이란
  • 과거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는 1960년대 밀착인화 스크랩북 ©이란
  • 전시실에 마련된 사진집을 넘겨보며 작품에 몰입하는 관람객 ©이란

② 섹션 2 : 이동하는 집

현대사회에서 집은 더 이상 고정된 불변의 공간이 아니다. 두 번째 섹션은 전쟁의 상흔, 이주, 노동 등 다양한 사회적·개인적 이유로 한데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헛헛한 이야기를 다룬다.
함혜경 작가의 영상 속 이야기와 풍경에 깊이 몰입하고 있는 관람객들 ©이란
함혜경 작가의 영상 속 이야기와 풍경에 깊이 몰입하고 있는 관람객들 ©이란
  •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아늑한 거실로 초대받은 듯 연출된 전시 공간 ©이란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아늑한 거실로 초대받은 듯 연출된 전시 공간 ©이란
  • 시인의 일상에 함께하는 기분으로 테이블보에 프린트된 노트와 안경, 찻잔 ©이란
    시인의 일상에 함께하는 기분으로 테이블보에 프린트된 노트와 안경, 찻잔 ©이란
  • 시인 이바라기 노리코의 아늑한 거실로 초대받은 듯 연출된 전시 공간 ©이란
  • 시인의 일상에 함께하는 기분으로 테이블보에 프린트된 노트와 안경, 찻잔 ©이란
함혜경, 기슬기, 최원준, 신희수 작가가 참여한 이 공간에서는 집을 고정된 물리적 장소로 보는 전통적 개념을 과감히 허문다. 물리적인 집은 사라졌거나 떠나왔을지라도, 내면 깊숙이 자리한 ‘기억’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까지도 집의 확장된 영역으로 바라보는 작가들의 신선한 시각이 깊은 여운과 사유의 지점을 남긴다.
  • 한국으로 이주한 다양한 이주민의 삶이 교차하는 최원준 작가의 작품들 ©이란
    한국으로 이주한 다양한 이주민의 삶이 교차하는 최원준 작가의 작품들 ©이란
  • 이주민 개인의 서사가 담긴 사진 및 아카이브 ©이란
    이주민 개인의 서사가 담긴 사진 및 아카이브 ©이란
  • 여러 형태의 문화적 배경과 '집'의 흔적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실 ©이란
    여러 형태의 문화적 배경과 '집'의 흔적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실 ©이란
  • 한국으로 이주한 다양한 이주민의 삶이 교차하는 최원준 작가의 작품들 ©이란
  • 이주민 개인의 서사가 담긴 사진 및 아카이브 ©이란
  • 여러 형태의 문화적 배경과 '집'의 흔적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전시실 ©이란

③ 섹션 3 : 길 위에서

앞선 섹션과 비슷하게 ‘고정되지 않은 집’을 다루고 있지만, 이곳은 특히 장소라는 공간적 요소에 더욱 깊이 천착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틋하면서도 슬프고 동시에 흥미로운 감정이 교차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며 시선을 끄는 내밀한 삶의 순간들 ©이란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며 시선을 끄는 내밀한 삶의 순간들 ©이란
  • 검은 벽면을 따라 다채로운 시각적 서사가 흐르는 전시 공간 ©이란
    검은 벽면을 따라 다채로운 시각적 서사가 흐르는 전시 공간 ©이란
  •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며 시선을 끄는 내밀한 삶의 순간들 ©이란
  • 검은 벽면을 따라 다채로운 시각적 서사가 흐르는 전시 공간 ©이란
  • 머물지 못하는 자들의 애틋한 풍경 ©이란
    머물지 못하는 자들의 애틋한 풍경 ©이란
  • 김소라 작가의 현재·과거 이미지가 교차하는 독특한 시각 경험 작품 ©이란
    김소라 작가의 현재·과거 이미지가 교차하는 독특한 시각 경험 작품 ©이란
  • 사진이 인쇄된 천과 소품들로 아늑한 방 안 풍경을 재현한 설치작품 ©이란
    사진이 인쇄된 천과 소품들로 아늑한 방 안 풍경을 재현한 설치작품 ©이란
  • 머물지 못하는 자들의 애틋한 풍경 ©이란
  • 김소라 작가의 현재·과거 이미지가 교차하는 독특한 시각 경험 작품 ©이란
  • 사진이 인쇄된 천과 소품들로 아늑한 방 안 풍경을 재현한 설치작품 ©이란
김민, 김소라, 이선민, 나나와 펠릭스, 하다원, 정정호, 이한구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사람들에게 ‘길’은 또 다른 형태의 집이 된다. 상실감과 향수, 어딘가에 닿고자 하는 갈망 등 길 위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들이 렌즈를 통해 관람객의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개인용품들로 재구성된 방 안 풍경 ©이란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개인용품들로 재구성된 방 안 풍경 ©이란
바닥부터 천장까지, 수많은 이야기의 조각들로 빼곡히 채워진 벽면 ©이란
바닥부터 천장까지, 수많은 이야기의 조각들로 빼곡히 채워진 벽면 ©이란

④ 섹션 4 : 우리의 집

마지막 섹션에서는 집을 물리적 공간의 굴레에서 완전히 해방시킨다. 신체, 감각, 상상 속 풍경 등 다층적이고 철학적인 맥락에서 집을 재해석하는 실험적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색감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4전시실 풍경 ©이란
다양한 색감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는 4전시실 풍경 ©이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이예은 작가의 전시 공간 ©이란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이예은 작가의 전시 공간 ©이란
양동규, 윤태준, 손은영, 이예은, 뮌, 신수와, 장연호 작가가 참여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셔터를 누르는 행위를 넘어, 사진이라는 매체로 결과물을 남기기까지의 일련의 과정 자체를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이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을 시각화한 다채로운 작업들은 사진 예술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준다.
  • 수백 번의 시도로 만들어낸 작업 과정 자체가 예술인 신수와 작가의 작품 ©이란
    수백 번의 시도로 만들어낸 작업 과정 자체가 예술인 신수와 작가의 작품 ©이란
  • 배경의 수직 사진 탑이 기록의 방대한 양을 시각화하고, 메모와 작은 사진이 기둥을 이룬다. ©이란
    배경의 수직 사진 탑이 기록의 방대한 양을 시각화하고, 메모와 작은 사진이 기둥을 이룬다. ©이란
  • 수백 번의 시도로 만들어낸 작업 과정 자체가 예술인 신수와 작가의 작품 ©이란
  • 배경의 수직 사진 탑이 기록의 방대한 양을 시각화하고, 메모와 작은 사진이 기둥을 이룬다. ©이란

관람 팁 : 놓치지 말아야 할 연계 프로젝트 & 프로그램

전시실 밖에서도 사진 탐험은 계속된다. 미술관 곳곳에 숨겨진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찾아보는 일은 이번 축제를 200% 즐길 수 있는 큰 묘미다. 보물찾기를 하듯 미술관 전관을 누벼보자. 1층 로비에서 새로운 사진을 발견하는 포토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 정해진 위치 없이 미술관 곳곳을 이동하며 관람객과 우연히 마주치는 이동 서가 프로젝트 ‘무빙 라이브러리’ 그리고 4층 포토라이브러리에 마련된 풍성한 사진 관련 서적을 소개하는 Photo SeMA 기획서가 ‘모두를 위한 사진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람 경험을 한층 확장한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전시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매주 주말 미술관에서는 ‘작가와의 대화’, ‘사진 관련 영화 감상’, ‘시민 창작 워크숍’ 등이 활발히 운영되며 축제의 열기를 이어간다.
  • 미술관 1층 로비에 마련되어 있는 포토부스 ©이란
    미술관 1층 로비에 마련되어 있는 포토부스 ©이란
  • 1층 로비에서 새로운 사진을 발견하는 포토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 ©이란
    1층 로비에서 새로운 사진을 발견하는 포토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 ©이란
  • 유학 중 느낀 집에 대한 감정을 독특한 형태로 풀어낸 작품 전시 ©이란
    유학 중 느낀 집에 대한 감정을 독특한 형태로 풀어낸 작품 전시 ©이란
  • 미술관 1층 로비에 마련되어 있는 포토부스 ©이란
  • 1층 로비에서 새로운 사진을 발견하는 포토 디스커버리 프로젝트 ‘사진집’ ©이란
  • 유학 중 느낀 집에 대한 감정을 독특한 형태로 풀어낸 작품 전시 ©이란
미술관 곳곳을 이동하며 관람객과 우연히 마주치는 이동 서가 프로젝트 ‘무빙 라이브러리’ ©이란
미술관 곳곳을 이동하며 관람객과 우연히 마주치는 이동 서가 프로젝트 ‘무빙 라이브러리’ ©이란
올봄, 5년 만에 진짜 ‘집’으로 돌아온 뜻깊은 사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서울시립사진미술관뿐만 아니라 서울 전역의 미술관, 갤러리, 독립서점 등 24곳의 공간에서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된다. 따뜻한 봄날, 가족이나 연인 혹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위해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물론 도심 곳곳으로 확장된 ‘사진의 집’을 찾아 발걸음을 옮겨보기를 권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 위치 : 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서울시립 사진미술관(1~4전시실 전관)
○ 교통 :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운영시간 : 화~금요일 10:00~20:00, 토·일요일 및 공휴일 10:00~19:00(3~10월), 10:00~18:00(11~2월)
○ 휴무 : 월요일, 1월 1일(단,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정상 개관) 포토라이브러리 월·일요일·공휴일 휴관
○ 도슨트 투어 : 화~일요일 11:00, 13:00, 15:00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 기간 : 2026년 4월 9일~6월 14일
○ 장소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 도슨트 운영시간 : 화~일요일 11:00, 13:00, 15:00
○ 관람료 : 무료
○ 휴무 :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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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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