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창공원의 밤을 환하게 밝힌 ‘용산 국가유산 야행’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5.09.19. 09:23

수정일 2025.09.19. 18:12

조회 1,402

효창공원에서 열린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 개막 공연 ©이정민
효창공원에서 열린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 개막 공연 ©이정민
“지금부터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오랜 무더위를 식혀줄 9월의 단비를 반기듯 밝게 웃으며 모인 관람객들 앞에 선 사회자가 개막을 알린다. 지난 9월 12일 오후 5시부터 이틀간 진행된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 행사는 ‘밤을 밝히는 독립운동의 외침’이라는 슬로건 아래 효창공원에서 열렸다.
용산국제학교 밴드가 행진곡을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이정민
용산국제학교 밴드가 행진곡을 연주하며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이정민
본격적인 행사에 들어가기 전, 용산국제학교 밴드와 독립운동가 배우들이 숙명여자대학교 앞에서 출발해 행진곡을 연주하는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많은 인파와 청사초롱 장식들 덕분에 효창공원 일대는 이미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효창공원 정문 앞에서 관람객들을 향해 멋진 연주를 들려주는 학생들 ©이정민
효창공원 정문 앞에서 관람객들을 향해 멋진 연주를 들려주는 학생들 ©이정민
정문 앞에서 우산을 쓰고 퍼레이드 입장을 기다리던 어르신 관람객들은 멋진 연주를 들려준 학생들의 모습에 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에 맞춰 학생 밴드도 더 힘찬 북소리와 신나는 멜로디로 화답한다.
  • '용산 국가유산 야행;의 캐릭터가 놓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 ©이정민
    '용산 국가유산 야행'의 캐릭터가 놓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 ©이정민
  • 체험 부스를 찾은 아이들이 태극기 문양을 활용해 등을 만들고 있다. ©이정민
    체험 부스를 찾은 아이들이 태극기 문양을 활용해 등을 만들고 있다. ©이정민
  • 용산역사박물관 홍보 이벤트를 위해 마련된 체험 부스 ©이정민
    용산역사박물관 홍보 이벤트를 위해 마련된 체험 부스 ©이정민
  • '용산 국가유산 야행;의 캐릭터가 놓인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 ©이정민
  • 체험 부스를 찾은 아이들이 태극기 문양을 활용해 등을 만들고 있다. ©이정민
  • 용산역사박물관 홍보 이벤트를 위해 마련된 체험 부스 ©이정민
우선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은 6야(夜)로 구성되었다. 여느 행사와 달리 오후 늦은 시간에 시작을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앞서 언급한 효창공원 주변에 장식된 청사초롱과 달 조명, 그리고 용산 국가유산 야행의 캐릭터 용이와 산이 포토존 등은 6야(夜) 중 '야경'에 해당한다.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경 포토존으로 모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독립운동가 부부의 육아일기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 ©이정민
독립운동가 부부의 육아일기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 ©이정민
또 다른 6야(夜) 테마 중 하나로 <야화: 잊혀진 영웅> 전시가 있다. 이 부스는 공원 정문 앞마당에 자리해 오가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8년간의 육아일기를 통해 당시 어려운 시대 상황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지낸 그들의 일상을 생생히 엿볼 수 있어 의미가 컸다.
  • 효창공원 정문 앞마당에서 아리수로 만든 음료를 맛볼 수 있었다. ©이정민
    효창공원 정문 앞마당에서 아리수로 만든 음료를 맛볼 수 있었다. ©이정민
  • 아리수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는 시민 ©이정민
    아리수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는 시민 ©이정민
  • 효창공원 정문 앞마당에서 아리수로 만든 음료를 맛볼 수 있었다. ©이정민
  • 아리수 만족도 조사에 참여하는 시민 ©이정민
“리플릿 가져가실래요?” 자원봉사자 조끼를 입은 앳된 소녀가 다가와 행사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조심스럽게 권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묻자, "친구와 같이 신청을 해서 오게 됐다"며 "기대 보다 훨씬 재미있고 기분 좋다"는 말을 전하고는 계속해서 다른 관람객들에게도 안내문을 건넸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발은 점점 더 굵어졌지만, 봉사활동에 열심인 아이들에게 궂은 날씨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모바일 체험으로 ‘MBTI 나의 독립운동가 찾기’에 참여했다. ©이정민
모바일 체험으로 ‘MBTI 나의 독립운동가 찾기’에 참여했다. ©이정민
이날 행사 진행을 한 사회자의 안내 멘트 중 나와 가장 닮은 독립운동가 찾기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이는 모바일 체험인 ‘MBTI 나의 독립운동가 찾기’라는 타이틀로 6야(夜) 테마 중 '야사'에 해당되는 프로그램이다. 종합안내소 옆 배너에 적힌 설명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어 체험을 시작했다. 내가 독립운동가가 되어 어떤 방식으로 독립운동을 진행할 것인지 등을 묻는 몇 가지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을 거쳤다.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체험의 특성상, 실제 MBTI와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잘 알지 못했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업적을 보니 새삼 감사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독립운동가 배우가 효창공원 야외 방탈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민
독립운동가 배우가 효창공원 야외 방탈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정민
마찬가지로 모바일 체험 형식으로 마련된 효창공원 야외 방탈출 또한 인기가 높았다. 여러 체험 부스들 중 하나인 신여성 의상실과 함께 6야(夜) 테마, '야사'에 속하는 프로그램이다. '야사'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공원 산책과 역사 여행까지 함께 해 볼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다. ‘동지여, 미션을 수행하라’라고 적힌 배너를 차례대로 찾아다니며 방탈출 애플리케이션에 뜨는 임무를 이어갔다.
  • 효창공원 야외 방탈출 마지막 관문인 의열사에 도착한 가족 체험자들 ©이정민
    효창공원 야외 방탈출 마지막 관문인 의열사에 도착한 가족 체험자들 ©이정민
  • 순국선열 여덟 분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 내부 ©이정민
    순국선열 여덟 분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 내부 ©이정민
  • 효창공원 야외 방탈출 마지막 관문인 의열사에 도착한 가족 체험자들 ©이정민
  • 순국선열 여덟 분의 영정을 모신 의열사 내부 ©이정민
각 배너 앞에는 독립운동가 차림의 배우들이 배치되어,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으로 체험에 몰입할 수 있었다. 가상의 공간에서 유관순 열사와 김구 선생도 만나고, 마지막 관문인 의열사로 들어가 그 안에 모셔진 위패에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체험을 마쳤다. 짙은 어둠이 내린 의열사 마당을 지나 들어가니,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위패를 바라보는 아이와 엄마, 아빠까지 온 가족이 유익한 체험의 마무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이처럼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역사 프로그램이야말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훨씬 오래 기억되고 마음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명여대 학생들이 준비한 뮤지컬 공연 ©이정민
숙명여대 학생들이 준비한 뮤지컬 공연 ©이정민
이번 행사의 주요 테마인 6야(夜) 중 '야시'청년·소상공인 플리마켓, 그리고 야설 프로그램으로 여성 독립운동 뮤지컬 공연까지 선보였다. ‘명신, 독립의 숙명이 되다’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숙명여대 뮤지컬 동아리에서 준비한 것이다. 비 내리는 무대에 오른 학생 배우들의 열정 넘치는 공연에 감동받은 관람객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효창공원의 밤을 환하게 밝힌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 ©이정민
효창공원의 밤을 환하게 밝힌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 ©이정민
효창공원독립 이후 백범 김구 선생이 직접 조성한 독립운동의 성지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산책이나 간단한 운동 또는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만 생각하고 이용하기 쉽다. 이와 같은 행사를 통해 효창공원에 담긴 역사적 의미는 물론, 국가유산과 독립운동의 가치를 잊지 않고 깊이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

효창공원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효창동 255 일대
○ 교통 : 지하철 5호선, 6호선, 공항선, 경의중앙선 공덕역 7번 출구에서 698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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