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복원 프로세스. 아우라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게 나온다. ⓒ조수연
- 인공지능 복원 프로세스와 작품을 감상하는 시민들 ⓒ조수연
‘기록을 넘어 예술로’…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그 첫 빛을 담다
발행일 2025.06.10. 09:44
5월 29일, 국내 최초로 ‘사진’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 탄생했다. 바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 전문 공공미술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다. 서울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양한 미술관이 있지만, 사진을 중심 주제로 내세운 미술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사진이 ‘기록물’이자 ‘작품’으로서 지닌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사진이 하나의 예술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립을 준비해왔다. 이후 2025년 5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 중심 공립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사진이 ‘기록물’이자 ‘작품’으로서 지닌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사진이 하나의 예술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립을 준비해왔다. 이후 2025년 5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 중심 공립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5월 29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개관했다. ⓒ조수연
사진의 빛과 시간을 형상화해 설계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외관부터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한다. 내부에는 4개의 전시실과 포토 북카페, 암실, 포토 라이브러리, 교육실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개관 특별전인 '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과 '스토리지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1층에는 카페와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조수연
'스토리지 스토리' 전시는 미술관이 자리한 창동(倉洞)의 지명에서 착안했다. 창동은 과거 곡식을 저장하던 장소였으나, 지금은 이미지와 기억, 사진을 저장하는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이 전시는 사진을 ‘재료’, ‘기록’, ‘정보’로 정의하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소재인 사진 자체와 건립 과정, 소장품 등을 기반으로 기획됐다.
총 여섯 명의 작가(서동신, 원성원, 정지현, 주용성, 정멜멜, 오주영)가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특히 눈에 들어온 전시는 정멜멜 작가와 오주영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들은 각각 인공지능(AI)과 미디어 철학을 사진에 접목시키며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시도했다.
총 여섯 명의 작가(서동신, 원성원, 정지현, 주용성, 정멜멜, 오주영)가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특히 눈에 들어온 전시는 정멜멜 작가와 오주영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들은 각각 인공지능(AI)과 미디어 철학을 사진에 접목시키며 새로운 예술적 실험을 시도했다.
인공지능을 결합한 작품 ⓒ조수연
정멜멜 작가는 미술관 수장자료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 주목해, 사진을 복사하고 해체하며 복제와 변형의 과정을 거쳐 또 다른 작품으로 재구성한다. 이미지의 축적과 재배치를 인공지능 기반의 시각 자동화 과정을 통해 실행하며, 사진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학습을 통해 기존의 사진을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창조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촬영한 기존 사진이 AI를 만나 완전히 다른 사진으로 재해석되는 셈이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학습을 통해 기존의 사진을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이미지가 창조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촬영한 기존 사진이 AI를 만나 완전히 다른 사진으로 재해석되는 셈이다.
인공지능으로 사진 데이터를 복원한다. ⓒ조수연
정멜멜 작가가 기존 사진의 의미를 재구성했다면, 오주영 작가는 AI 기술이 가진 데이터 편향, 환상(hallucination), 보이지 않는 정보의 윤리성 등을 주제로 삼는다. 그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원한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관람객이 원본이 아닌 기술이 해석한 사진을 마주하게 한다. 이 과정은 인간에서 기술로의 ‘주체’ 이행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오주영 작가는 전시를 통해 ‘예술작품의 아우라’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전시실 곳곳에는 ‘AI 사진 복원사’와 ‘아우라(Aura)’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는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이 마주한 철학적 과제를 상기시킨다.
아우라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제시한 예술 이론으로, 예술 작품이 지닌 유일하고 고유한 분위기, 즉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의미한다. 벤야민은 아우라의 원천을 ‘원본성’과 ‘현존성’으로 보았으며, 사진과 영화처럼 복제 가능한 매체에는 아우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아우라의 붕괴’로 표현했다.
하지만 벤야민은 아우라의 붕괴를 단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과거 예술 작품이 귀족과 종교인 등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데 반해, 사진의 등장을 통해 누구나 예술을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된 점에 주목했다. 복제품의 보급은 예술을 ‘전시’와 ‘놀이’의 대상으로 확장시킨 것이며, 이는 문화 민주화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를 바라보면, 인공지능과 사진의 관계, 그리고 사진을 바라보는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 다시금 성찰할 수 있다. 아우라의 붕괴로 인해 누구나 미술관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데이터 편향과 기술적 환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오주영 작가는 전시를 통해 ‘예술작품의 아우라’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전시실 곳곳에는 ‘AI 사진 복원사’와 ‘아우라(Aura)’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으며, 이는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이 마주한 철학적 과제를 상기시킨다.
아우라는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이 제시한 예술 이론으로, 예술 작품이 지닌 유일하고 고유한 분위기, 즉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의미한다. 벤야민은 아우라의 원천을 ‘원본성’과 ‘현존성’으로 보았으며, 사진과 영화처럼 복제 가능한 매체에는 아우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아우라의 붕괴’로 표현했다.
하지만 벤야민은 아우라의 붕괴를 단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과거 예술 작품이 귀족과 종교인 등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데 반해, 사진의 등장을 통해 누구나 예술을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된 점에 주목했다. 복제품의 보급은 예술을 ‘전시’와 ‘놀이’의 대상으로 확장시킨 것이며, 이는 문화 민주화의 일환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를 바라보면, 인공지능과 사진의 관계, 그리고 사진을 바라보는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 다시금 성찰할 수 있다. 아우라의 붕괴로 인해 누구나 미술관에서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데이터 편향과 기술적 환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정멜멜과 오주영이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을 사진에 결합했다면, 원성원 작가는 미술관 건축에 사용된 자갈, 철근, 콘크리트 등 자연적 재료에 주목했다. 그는 그 재료의 원천인 물, 나무, 모래, 자갈을 중심으로 미술관이 자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일종의 ‘태초’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이는 단순한 사진 전시를 넘어, 사진 자체를 미술의 주재료로 확장해낸 작업이었다.
한 층 위로 올라가면, 또 다른 특별전 '광채(光彩): 시작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이 전시는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사진이 예술로 자리잡기까지의 흐름을 조명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직후 예술사진의 태동기부터 활동했던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전을 연 정해창 작가, 그리고 전후 도시의 풍경과 서민들의 삶을 포착한 이형록 작가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이형록은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고발하는 성격의 사진을 남겼으며, 이는 오늘날 보도사진으로 발전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한국인 최초로 개인 사진전을 연 정해창 작가, 그리고 전후 도시의 풍경과 서민들의 삶을 포착한 이형록 작가의 사진을 만나볼 수 있다. 이형록은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고발하는 성격의 사진을 남겼으며, 이는 오늘날 보도사진으로 발전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앞으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Photo SeMA 아카데미, Photo SeMA 키즈, 지역 연계 프로그램, 전문가 대상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사진 전문 도서관인 사진 라이브러리를 운영하며,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작품을 촬영하고 있는 시민 ⓒ조수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개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의 확장을 넘어, 사진이라는 매체가 예술로서, 사유의 도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화적 사건이다. 인공지능, 미디어 철학, 생태적 재료 등을 아우르는 이 전시는 사진이 더 이상 과거를 기록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예술로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앞으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사진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여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조수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ㅇ위치 : 서울 도봉구 마들로13길 68 (창동)
ㅇ운영 : 평일(화–금) 10:00 ~ 20:00
                토·일·공휴일 하절기(3–10월) 10:00~19:00, 동절기(11–2월) 10:00~18:00
ㅇ휴관 : 1월 1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입장시간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ㅇ관람료 : 무료
ㅇ누리집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ㅇ문의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02–2124–7600
ㅇ운영 : 평일(화–금) 10:00 ~ 20:00
                토·일·공휴일 하절기(3–10월) 10:00~19:00, 동절기(11–2월) 10:00~18:00
ㅇ휴관 : 1월 1일,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입장시간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ㅇ관람료 : 무료
ㅇ누리집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ㅇ문의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02–2124–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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