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도, 댕댕이도 OK! 일상에 녹아든 수변활력거점 '구로피크닉가든'

발행일 2025.05.28. 13:00

수정일 2025.05.28. 15:02

안양천은 천변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최용수

고덕천, 샛강, 중랑천, 탄천, 안양천, 홍제천, 성내천, 불광천, 우이천, 묵동천 등 1,000만 서울 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한강의 서울 지천 이름들이다. 숨막힐 정도의 빼곡한 콘크리트 빌딩 숲 도심에서 한강 지천은 서울의 숨길이자 생명줄이 아닐까 싶다.

이 점을 착안한 서울시는 서울 전역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 경제, 휴식·여가 활동이 이뤄지는 신개념 수변 공간을 선보인다. 그것은 바로 2022년 시작한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다. 전체 길이 332km에 달하는 지방 하천(지천)을 골라 지역 실정에 맞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자치구와 협업하여 2024년 말까지 8곳의 ‘수변활력거점’을 조성했다. ☞ [관련 기사] '제2의 홍제폭포' 올해 수변활력거점 9곳, 어디어디 생기나?

1호 거점은 입소문이 자자한 ‘홍제천 카페폭포’다. 불과 2년 만에 200만 명 넘는 시민들이 찾았으니 대성공이다. 머지않아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Land Mark)’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5월에 개장한 수변활력거점 구로피크닉가든 ©최용수

‘종합피크닉장’을 테마로 조성된 안양천(구로) 수변활력거점, 구로피크닉가든 ©최용수

2025년에는 총 9개의 수변활력거점을 조성할 예정이다. 5월에는 안양천(구로), 묵동천(중랑), 우이천(강북)을 완료하고, 연말까지 양재천(강남), 성북천(성북), 구파발천(은평), 당현천(노원), 여의천(서초), 장지천(송파) 등 6곳이 순차적으로 완성된다. 올해 첫 번째 수변활력거점으로 지난 1일 개장한 곳이 ‘구로피크닉가든’이다.

구로피크닉가든은 물놀이장과 인접하여 가족 단위 소풍을 즐기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최용수

구로피크닉가든 인근에 있는 안양천 수변공원 청보리밭 ©최용수

한강공원에서 안양천의 동쪽 수변길을 따라 자전거로 20여 분, 오금교 직전 왼쪽 언덕에 테라스 형태의 4층 파라솔 쉼터를 만난다. 이곳 쉼터에서 건너 보이는 안양천 수변공원, 물놀이장 앞이 바로 ‘구로피크닉가든’이다.

산뜻한 간판이 반갑게 환영해 준다. 기존 물놀이장, 체육 시설의 부족했던 점을 채워 자연 친화적인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안양천(구로) 수변활력거점이다. 무엇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특화한 ‘종합피크닉장’으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과연 그럴까? 숨겨진 매력을 찾아봤다.

구로피크닉가든에는 어린이놀이터가 함께 있어 아이들과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최용수

구로피크닉가든에는 총 15면의 캠핑존이 준비되어 있다. ©최용수

‘구로피크닉가든’은 수변공원에서 캠핑과 나들이(소풍)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캠핑존으로 탄생했다. 일반 캠핑장과 달리 차량을 이용한 소풍(피크닉), 이른바 ‘차크닉’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기존 공원 시설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차크닉’이란 ‘자동차(車)’와 ‘피크닉(Picnic)’의 합성어로 차량에 앉아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여가 방식을 말한다. 물론 텐트도 설치할 수 있다. 규모는 나무 바닥(데크, 4m×6m) 5면과 차크닉장(4m×6m) 10면, 총 15면이다. 캠핑존 인근에는 어린이놀이터, 체육시설, 물놀이 공간이 있어 어린이를 동반할 가족 단위 방문객들 사이에는 벌써 입소문이 났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으로 사전 예약을 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예약은 선착순이다. 매달 25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달 이용을 신청할 수 있다. 좀 더 상세한 사항은 다산콜센터(02-120)나 구로구청 공원녹지과(02-860-3146)로 문의하면 된다.

가족 단위 쉼터로 안성맞춤인 안양천(구로) 수변활력거점, 구로피크닉가든 ©최용수

매달 25일 오전 10시부터 다음 달 예약을 할 수 있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구로피크닉가든 동쪽 벚꽃길 언덕 위에는 테라스형 4층 파라솔 쉼터가 있다. 맨 위쪽 안양천 산책길 벚꽃나무 아래에 ‘안양천 감성매점’이란 간판이 보인다. 구로피크닉가든 개장에 맞춰 문을 연 편의점 ‘IGA벚꽃길점’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즉석라면 끓이는 기구 2세트가 눈에 띈다. 그동안 안양천 수변공원 어디서도 먹을 수 없었던 라면을 이제 테라스형 파라솔 쉼터나 구로피크닉가든 캠핑장에서도 자유롭게 맛볼 수 있다. 한 아이가 후루룩 라면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엄마는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이처럼 수변공원 나들이 재미 중 으뜸은 야외에서 먹는 라면이 아닐까.

안양천 수변감성 피크닉 매점(편의점)에서 라면을 맛보는 재미가 있다. ©최용수

구로피크닉가든 테라스형 쉼터에서 라면을 먹으며 망중한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최용수

지금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 혹시 우리 집 댕댕이가 신경 쓰여 가족 나들이를 주저한다면 구로피크닉가든을 추천한다. 이런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줄 것이다.

피크닉가든 인근 고척교 아래에는 2024년 11월에 개장한 반려견 놀이터가 있다. 서울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다. 2,600㎡(약 800평) 규모로 대형견과 중·소형견을 구분하여 2개의 놀이터를 마련했다. 반려인들이 모여 반려동물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용객들은 서로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이해의 시간을 나누니 이보다 좋은 반려견 놀이터는 없는 것 같다.

구로피크닉가든 인근에 개장한 반려견 놀이터(대형견) ©최용수

안양천 반려견 놀이터는 체고 40cm를 기준으로 대형견과 중소형견 놀이터로 구분했다. ©최용수

이외에도 구로피크닉가든 주변에는 다양한 볼거리, 즐걸 거리가 있다. 노랗게 피어난 유채꽃,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밭, 생태 초화원 센트럴 로즈 가든에서 자연과 대화하고 파크골프, 축구, 야구 등 각종 구기 운동을 할 수 있다. 묵직한 카메라를 둘러맨 사진작가 동아리, 낭만가객의 뮤직 페스티벌 등 안양천의 주말은 사람 냄새가 뭉게뭉게 피어난다. 새로 탄생한 구로피크닉존은 기존의 시설들과 어우러져 안양천의 격을 한 단계 높여주기 충분한 것 같았다.

안양천 센트럴 로즈 가든에서 주말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 ©최용수

구로피크닉가든 인근 오금교 아래, 주말이면 낭만가객팀의 뮤직 페스벌이 진행된다. ©최용수

올해 9개의 수변활력거점이 계획대로 완성되어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왔으면 싶다. 여가·휴식·소풍까지 지천에서 누릴 수 있다면 수변활력거점은 도시의 숨결을 바꾸는 마술사가 될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에서는 개장한 수변활력거점에 다양한 꽃나무를 식재하고 수변 체험 공간과 미디어파사드 등 즐길 거리를 보완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크다.

인근 재래시장 및 지역 축제 연계 등의 프로젝트를 개발한다면 수변활력거점 조성의 시너지가 배가할 것이다. 널리 알려져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피크닉 가든을 기대해 본다.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