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에 비밀동굴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배수로' 탐방

발행일 2025.04.25. 15:18

수정일 2025.04.25. 15:19

1890년 설치된 노량진 지하배수로…구간에 따라 시대별 기술 엿볼 수 있어

노량진 지하배수로 외관 ©이명은

노량진역 주변에는 철망 내에 돌멩이들을 쌓아올린 가비온 공법으로 조성된 비밀스러운 외벽이 있다. 특이한 삼각기둥 모양의 벽과 지하통로가 있는 이 공간은 1890년대에 지어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배수로이다. 이 지하배수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동작구에서 시행한 침수해소사업의 일환으로 하수관로를 정비하던 중에 발견되었다.

발견하기 전에 문화재로 등록된 1910년 경에 지어진 서울광장 지하수관로보다 20여 년 일찍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하수관로로 등록되었다. 이후 2022년에 문화·역사교육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하였다. 약 10년 전만 해도 우수 및 오수를 내보냈던 노량진 하수관로(지하배수로)는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 했을까.

철망 내에 돌멩이들을 쌓아 올린 가비온 공법으로 조성된 노량진 지하배수로 외관 ©이명은
노량진 지하배수로로 가는 지하통로 ©이명은
노량진 지하배수로로 가는 지하통로 계단 ©이명은
지하통로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이명은

노량진 지하배수로는 총 92m로 노량진로 아래부터 1호선 경부선 철도 부지 아래까지 위치해 있다. 하나의 통로로 이어져 있는 지하배수로는 5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곳의 특이점은 각 구간마다 다른 단면 구조이다. 제각기의 단면 구조에는 1890년대에 최초로 지어진 구간부터 1960년대에 설치된 구간까지의 시대별 기술과 형태가 담겨 있어 근대 하수관로 체계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상부 모서리에 경사진 각이 있는 사각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1구간 모습 ©이명은
1구간 안내문 ©이명은
2구간에서 바라본 1구간의 모습. 1구간의 끝에도 엘리베이터가 연결되어 있다. ©이명은
1구간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균열 측정 자 ©이명은

사각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1구간

1구간은 12.5m로, 상부 모서리에 경사진 각이 있는 사각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다. 발견 당시 하수로 바닥이 상류보다 1m 높은 역경사 형태였으며, 현재는 높이가 2.5m이지만 발견 당시엔 높이가 1.7m여서 성인 남성들이 허리를 숙이고 통과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벽면 곳곳에 크랙이 있어 균열을 측정하는 자들이 부착되어 있다.

사각 석축의 벽면과 적벽돌의 말굽형 천장 구조인 2구간 ©이명은
2구간 안내문 ©이명은
석측 벽면의 벽돌과 천장의 적벽돌 ©이명은
균열이 보이는 2구간 적벽돌 천장 ©이명은

말굽형 구조의 가장 오래 된 배수로 2구간

다섯 구간들 중 가장 오래 된 배수로인 2구간은 20m의 말굽형 구조로, 사각 석축의 벽면과 적벽돌의 말굽형 천장이 눈에 띈다. 1899년 대한제국시대에 지어진 유일한 말굽형 배수로라는 특징이 있다. 일제강점기인 1907년부터 1916년 사이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는 서울광장과 남대문로 지하수로 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하수관로의 역사를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된 구간이다.

2구간에서 바라본 직사각형 모양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3구간 전경 ©이명은
3구간 안내문 ©이명은
헌치가 없는 3구간의 모습 ©이명은
3구간 벽면 모습 ©이명은

'헌치'를 시공하지 않은 3구간

3구간은 11.2m이며, 1969년 이전에 설치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른 구간과 다르게 정확한 직사각형 모양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다. 보통 사각형 콘크리트는 전단응력에 취약하여 모서리를 보강하는 ‘헌치’를 시공하지만, 3구간은 1·5구간과 다르게 ‘헌치’를 시공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3구간에서 바라본 말끔한 곡선의 말굽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인 4구간 전경 ©이명은
4구간 안내문 ©이명은
5구간에서 바라본 4구간 모습 ©이명은
4구간 천장 균열 모습 ©이명은

말끔한 곡선의 말굽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4구간

4구간은 12m이며, 2구간과는 다르게 말끔한 곡선의 말굽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이다. 단면 구조상 3구간보다 더 먼저 건설된 것으로 감안하며, 1952년 즈음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굽형 단면은 상부로부터 전해지는 토압을 분산하여 안전하고, 수격작용 방지 등의 물 흐름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상하부 모두 헌치가 사용된 5구간 전경. '막다른 길' 표지판이 있다. ©이명은
5구간 안내문 ©이명은
오른쪽 상단에 하수관로를 연결하려는 구멍 흔적이 보이는 5구간 전경 ©이명은
5구간에 사용된 헌치 ©이명은

상하부 모두 헌치가 사용된 5구간

5구간은 36.3m이며, 사각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상하부 모두 헌치가 사용되었다. 이 구간은 노량진로 하부에 있어 노량진로 개설 즈음에 설치된 것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곳곳에 하수관로를 연결하려는 구멍 흔적이 있다.

평소 하수관로를 전문가만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어선지 배수로에 대한 접근이 멀게만 느껴졌었다. 그렇기에 시민에게 개방된 노량진 지하배수로의 존재가 신선하게 와 닿았다. 개방되어 있는 지하 공간을 직접 탐방해 현재의 서울이 되기까지 무수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을 당시의 노고를 엿보는 기회를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