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 '홍제천길', 발길 따라 물길 따라 즐기는 기분 좋은 산책길
발행일 2024.12.05. 13:42
홍제천 상류부터 홍지문까지 이어지는 ‘홍제락길’이 완공되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이선미
지난 7월 ‘홍제락길’을 조성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홍제천 하면 서대문구를 떠올렸는데 알고 보니 홍제천은 북한산에서 발원해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물길이었다. 홍제락길은 ‘단절된 홍제천 상류 하천길 잇기 사업’ 등을 통해 낡은 옹벽을 정비하고 끊어진 수변 산책로를 연결하는 등 걷기 좋은 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
홍제락길 곳곳에는 ‘홍제천 산책로’라는 표지가 보이고 파란색 돌이 박혀 있었다. ©이선미
홍제천 상류 시점에서 홍지문까지 약 3km를 걸었다. 길이 쭉 이어지는 게 아니어서 말 그대로 숨은 그림 찾기 같았다. 홍제천 곳곳이 막히고 가려져 끊어졌다 이어지곤 했다. 도로로 나와 걷기도 하고 다리 아래 새로 단장한 데크길을 걷기도 했다.
늘 지나다니는 도로인데 조금 비켜 들어간 곳에 물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검정 쪽은 백사실계곡이 있어서 물길의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평창동은 사실 뜻밖이었다.
늘 지나다니는 도로인데 조금 비켜 들어간 곳에 물길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세검정 쪽은 백사실계곡이 있어서 물길의 흐름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지만, 평창동은 사실 뜻밖이었다.
‘화정박물관’ 뒤쪽으로도 홍제천이 흐르고 있다. ©이선미
홍제천을 사이에 두고 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선미
예로부터 홍제천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는 뜻의 이요동(二樂洞)이라고 불릴 만큼 멋진 풍광을 자랑했다. 선조들의 글과 그림의 배경으로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지만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동안 주변에 들어선 건물과 옹벽 때문에 시민들의 접근이 어려운 구간들이 많았다.
평창2교에서 평창7교 구간에도 산책로를 말끔하게 조성했다. ©이선미
서울시는 홍제천 상류 계곡 복원을 시작하면서 계류정원처럼 자연스럽게 물길을 정비한다는 구상이었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린 여름날 처음 찾았던 홍제락길에서 그 옛날의 정취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다. 거센 물길이 돌길을 휘몰아 흘러내리는 풍광이 예사롭지 않았다. 지금은 양쪽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지만, 거세게 흐르는 물길은 아련하게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흘렀다.
홍제천 상류 계곡 복원은 시냇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계류정원으로 구상됐다. ©이선미
‘이요동(二樂洞)’이라고 적힌 바위를 지났다. 홍제천 상류 계곡 복원을 시작하면서 발견했다는데, 이곳이 그만큼 아름다운 경관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흔적이었다.
홍제락길에는 몇 곳의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지금도 곳곳이 정비 중이어서 포토존이라고 하기에는 좀 적절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이 자리를 잡아가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멋진 곳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홍제락길에는 몇 곳의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지금도 곳곳이 정비 중이어서 포토존이라고 하기에는 좀 적절하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이 자리를 잡아가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멋진 곳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길을 따라 데크길이 자연스럽게 조성돼 있다. ©이선미
다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신영교에 닿으니 홍제천 너머로 북한산 보현봉이 그림처럼 바라다 보인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던 계곡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신영교 주변에서는 세검정 골짜기 물로 종이를 만들던 관청 ‘조지서’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종이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 한 그루도 서 있었다.
신영교 주변에서는 세검정 골짜기 물로 종이를 만들던 관청 ‘조지서’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종이의 재료가 되는 닥나무 한 그루도 서 있었다.
신영교에 서면 북한산 보현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선미
곳곳에 ‘홍제락길’ 안내 표지가 세워져 있다. ©이선미
홍제천을 걷기가 어려운 신영교에서 세검1교 구간에는 상부에 보행로를 만들었다. 보행로에 ‘포토존’이라는 표시가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멋진 공간으로 변신해 가면 좋겠다.
홍제천을 따라 걷기가 어려운 구간에는 상부에 보행로를 만들었다. ©이선미
홍제락길에는 포토존이 여러 곳 있다. ©이선미
보행로를 따라 걷다 보니 세검정이 내다보였다. 1623년 인조반정 때 광해군 폐위를 결의하고 칼을 갈아 날을 세웠다고 한데서 세검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정자는 1941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겸재 정선의 그림을 자료로 복원한 것이다.
인조반정이라는 역사가 배어 있는 세검정은 지금은 자하문 밖의 명소로 남아 있다. ©이선미
세검정 아래 놓인 징검다리를 걸어 홍지문 쪽으로 향했다. 아직 고운 단풍 너머로 홍지문 풍경이 더 분위기 있게 보였다. 홍지문을 경계로 종로구와 서대문구가 나뉜다는 표석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홍제락길’ 시점 표지는 보이지 않았다.
탕춘대성의 성문인 홍지문은 1921년 홍수로 허물어진 것을 1977년 복원했다. ©이선미
홍지문을 경계로 종로구와 서대문구가 나뉜다. ©이선미
단풍 고운 오간대수문 ©이선미
홍지문과 탕춘대성은 서울시가 ‘수변감성도시’ 조성 사업 가운데 수력활력거점의 한 곳으로 조성하기도 하다. 오간대수문 아래쪽에서 건너 다닐 수 있는 다리가 생기고 곳곳에 돌의자도 놓였다. 탕춘대성 성곽을 따라 작은 공원이 꾸며져 있어 밤에는 멋진 야경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홍지문에서 건너 다닐 수 있는 다리도 놓였다. ©이선미
홍제락길 조성으로 종로에서 시작해 서대문구를 지나 한강까지 쭉 홍제천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홍제천은 아름다운 풍광만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이야기가 켜켜이 흘러내리는 곳이다. ‘홍제락길’을 걷는 일은 숨은 그림 찾듯이 길을 찾으며 많은 이야기를 만나는 일이기도 했다. 역사와 자연, 야경이 공존하는 ‘일상 속 역사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홍제천 상류가 더욱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면 좋겠다.
홍제락길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홍지동 99-7, 홍지문 및 탕춘대성~홍제천 상류까지 약 2.5km
○ 이용시간 : 연중 24시간 상시개방
○ 이용시간 : 연중 24시간 상시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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