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경의선숲길, 자전거 페달 밟으며 가을산책하기 좋은 길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4.10.08. 16:12

수정일 2024.10.10. 08:48

조회 2,030

홍제천에서 이어지는 '연트럴파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김종성
홍제천에서 이어지는 '연트럴파크' 연남동 경의선 숲길 ©김종성
살면서 가장 길게 느껴졌던 여름철 무더위가 10월이 되어서야 마침내 사라지고 가을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어찌나 반가운지 절로 동네 산책에 나서게 된다. 지난 여름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휴식과 위로를 주었던 홍제천길폭포마당이 새삼 반갑게 다가온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홍제천 인공폭포에 가기도 하는데, 경의선 숲길공원이 천변에 이어져 있어서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효창동 사이에 조성된 서울에서 가장 긴 공원인 경의선 숲길은 총 6.3km 거리로 홍제천과 함께 연계해 자전거 타고 도심 여행하기 좋은 길이기도 하다.
홍제천 인공폭포를 바라보기 좋은 '카페 폭포'와 테라스 ©김종성
홍제천 인공폭포를 바라보기 좋은 '카페 폭포'와 테라스 ©김종성
'폭포책방 아름인도서관'은 카페 폭포 별관에 설립된 서대문구의 열 네 번째 공립 도서관이다. ©김종성
'폭포책방 아름인도서관'은 카페 폭포 별관에 설립된 서대문구의 열 네 번째 공립 도서관이다. ©김종성
홍제천 중류에 조성한 폭포마당은 인공폭포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과 잘 어우러져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높이 25m, 폭 60m에 달하며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미가 아주 잘 살아 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상쾌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살갗을 간지럽힌다. 지난 여름내 답답했던 가슴 한구석이 한순간 뻥 뚫리듯 시원해졌다.

폭포 앞 2층과 3층 높이에 수변테라스와 '카페 폭포'가 생겨 전망 좋은 쉼터가 되고 있다. 커피 한 잔 하며 '폭포멍' 하기에도 좋다. 폭포 일대 풍경이 예뻐 입소문이 났는지 외국인 관광객들도 흔하다.

카페 옆에 자리한 작은 구립 도서관도 놓치면 안 된다. 서대문구는 지난해 9월 카페 폭포 별관을 ‘폭포책방 아름인도서관’으로 만들었다. 통유리 창을 통해 보이는 폭포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책 읽기 좋다. 힐링과 독서가 어우러지는 최고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연희숲속쉼터를 품고 있는 안산 ©김종성
연희숲속쉼터를 품고 있는 안산 ©김종성
사계절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연희숲속쉼터 ©김종성
사계절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연희숲속쉼터 ©김종성
카페에서 보이는 폭포 옆으로 물레방아와 함께 안산과 숲이 희끗희끗 보인다. 폭포 오른쪽에 난 징검다리를 건너면 안산자락에 조성한 ‘연희숲속쉼터’가 방문객을 맞는다. 1만㎡(약 3,000평)의 쉼터는 잘 가꿔진 비밀의 숲속 정원 같다. 가슴을 곧게 펴고 숲의 청량한 공기를 몸안 가득 들였다. 허브정원과 숲속 쉼터, 잔디 마당, 팔각 정자 등이 있어 나무와 꽃구경하며 쉬어가기 좋다.

연희숲속쉼터는 안산으로 가는 들머리로 '안산 자락길'이 이어진다. 산 모양이 안장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한문으로 '안장 안(鞍)'자를 쓴 안산(鞍山), 해발 296m의 나지막한 이 산은 조선시대 인조 임금을 살린 산이기도 하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쫓아내고 즉위한 지 1년 후. 반정을 주도했던 신하들에게 내리는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무장 이괄이 난을 일으킨다. 승승장구한 이괄의 반란군은 곧 한양을 점령했고, 인조는 도성을 버리고 공주까지 파천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때 안산을 탈환하고 진을 친 정충신의 관군이 지형적 이점을 살려 안산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반란군과의 일전을 승리로 이끈다. 반란군은 도주했고, 결국 자중지란으로 궤멸되었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과 이어지는 홍제천길 ©김종성
연남동 경의선 숲길과 이어지는 홍제천길 ©김종성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경의선 숲길 ©김종성
가을 분위기가 물씬한 경의선 숲길 ©김종성
홍제천 폭포에서 한강 방면으로 2.5km 거리에 있는 홍제천 연남교에 닿으면 서대문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공원으로 가는 길이 이어져 있다. 보행로인 경의선 숲길 옆 도로나 인도를 달리다가 쉬거나 걷고 싶을 땐 따릉이와 함께 숲길을 걸었다. 산책로가 철길처럼 길게 조성돼 있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로운 도심 자전거 여행을 했다.

홍대 부근에서 한적한 용산 일대까지 이어진 경의선 숲길은 크게 연남동~와우교~신수·대흥·염리동~새창고개·원효로 4구간으로 나뉘며 구간마다 시민들에게 서로 다른 풍경과 쉼을 선사한다.

철길을 따라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숲길은 서울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경성의 ‘경’과 신의주의 ‘의’를 따서 이름 지은 경의선은 일제가 한반도 지배를 위해 1904년도부터 2년에 걸쳐 건설한 철로다. 한반도의 남북을 관통하는 가장 많은 노선을 운행했지만, 1950년 남북이 분단되면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되었다.
경의선 숲길에서 버스킹하는 청년들 ©김종성
경의선 숲길에서 버스킹하는 청년들 ©김종성
열차 모양으로 꾸민 책방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볼거리들로 동네 풍경이 정겹다. ©김종성
열차 모양으로 꾸민 책방을 비롯해 아기자기한 볼거리들로 동네 풍경이 정겹다. ©김종성
도심 속 숲길이다 보니 길가에 특색 있는 카페와 맛집이 자리하고 있어 들르기 좋다. 빨래와 화분이 놓여 있는 정다운 동네 풍경도 마주한다.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는 나무숲과 꽃밭은 경의선 숲길의 숨길을 터주는 존재다. 저절로 감성을 충만하게 해주는 버스킹하는 청년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기차 여행을 좋아해서 그런지 과거 경의선 열차가 오가던 철길이 남아 있고 물길이 흐르던 흔적을 되살린 곳들에 오래 발길이 머물렀다. 경의선 열차 모양을 본떠 만든 서점들과 전시 공간, 소품 가게 등은 눈길과 발길이 절로 머무는 곳이다. 도서 관련 행사나 문화 관련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철길 쉼터 ©김종성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하는 철길 쉼터 ©김종성
경의선 숲길 자락에 자리 잡은 이색적인 가게들 ©김종성
경의선 숲길 자락에 자리 잡은 이색적인 가게들 ©김종성
기찻길, 간이역과 플랫폼을 본뜬 쉼터도 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길 가운데 친근함과 향수를 부르는 길이 있는데, 철로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지 싶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나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도 철길은 흥미로운 존재인가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궤도 위에 올라 양팔을 벌리고 중심을 잡으며 걷는 어른 한 분이 철로의 반도 못가 떨어지면서 "아~ 옛날이여!"를 외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가 하면, 징검다리 건너듯 침목을 밟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레트로 혹은 뉴 클래식이라 불릴 만한 느낌의 상점들이 기찻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도 정겹다.
경의선 숲길을 끊김 없이 이어주는 '서강하늘다리' ©김종성
경의선 숲길을 끊김 없이 이어주는 '서강하늘다리' ©김종성
해가 갈수록 울창한 숲이 되어가는 경의선 숲길 ©김종성
해가 갈수록 울창한 숲이 되어가는 경의선 숲길 ©김종성
경의선 숲길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원이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중간중간 끊어져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어 공중다리 등의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는 가운데 ‘서강하늘다리(마포구 노고산동)’가 생겨 경의선 숲길을 편안하게 지날 수 있었다. 전에는 큰 차도인 서강로에 들어선 뒤 횡단보도를 통해서 건너야 했다.

마포구 구간을 지나면 주변 아파트 풍경과 어우러진 산책로, 새창고개·원효로 구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선시대 선혜청의 창고를 이곳에 새로 지으면서 '새창고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벼운 언덕과 산책로에 해가 갈수록 울창해지는 나무숲이 하이킹을 즐겁게 해주는 구간이다. 경의선 숲길의 시종점인 효창공원앞역 곁에 있는 용산 용문시장을 둘러보고 뜨끈한 부산 어묵탕을 먹으며 여행의 마무리를 해도 좋겠다.

시민기자 김종성

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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