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돈화문국악당의 재발견! 소름 돋는 우리 소리의 매력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8.28. 13:45

수정일 2024.08.28. 17:58

조회 1,343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창덕궁과 가까이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있다. ⓒ윤혜숙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창덕궁과 가까이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있다. ⓒ윤혜숙

서울우리소리박물관, 창덕궁과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곳에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있다. 국악당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국악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최근 이곳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통합형 창작 음악 아카데미 '내일을 위한 음악'이다. 서울돈화문국악당 누리집에 8월의 공연 포스터로 올라왔기에 예매했다. 전석 무료이지만, 관람 인원이 한정돼 있어서 예매 절차를 거쳐야 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이번 공연이 ‘2024 예비예술인 최초발표 지원사업’으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일을 위한 음악' 공연에서 예비 예술인이 연주하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내일을 위한 음악' 공연에서 예비 예술인이 연주하고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2024 예비예술인 최초발표 지원사업’예비예술인이 무대에서 곡을 연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러 공연장이 있을 텐데,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공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박하나 실장으로부터 사업에 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의 사업 중에 ‘공동 기획 프로젝트’가 있다. 예술가(혹은 단체)와 협업하는 프로젝트다. '내일을 위한 음악'이란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 미래 음악계를 주도해 나갈 청년 예술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통합형 창작 음악 아카데미를 약 6주 동안 진행했다. 이때 예비 예술인들은 테크닉 분석, 곡 해석, 멘토링, 악기 워크숍, 특강 등의 커리큘럼에 참여했다. 이번 무대는 그 결과를 공연의 형태로 발표하는 시간이다. 본 과정을 거치면서 예비 예술인들은 음악가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짧아 연주 장면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윤혜숙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짧아 연주 장면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윤혜숙

예비 예술인들이 무대에 나와서 공연했다. 내가 관람했던 공연은 <손>, <음의 연속성>, <Stop, Hold your breath and... Snatch!>, <심(Heart)>, <센터(Centre)> 연주곡의 순으로 이루어졌다. 곡의 제목이 짧지만 강렬했다. 무대에 등장하는 연주자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 곡이기도 했다. 국악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곡,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결합 등 실험적인 곡이었다. 

연주자들의 연주 장면을 무대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에 연주자들이 무대에 등장할 때 행동이 조심스럽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곡을 연주할 때면 초보자의 티를 벗은 채 신들린 듯 열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자연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윤혜숙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자연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윤혜숙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이번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함께했다. 공연 전, 약 6주간 아카데미 마스터클래스를 영등포문화재단과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진행하였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아카데미 공간을 제공하고, 아카데미에 참여할 예비 예술인 선정 및 진행 과정에도 함께했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자연음향으로 전통음악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공연장이다. 마이크를 통해 확성되거나 변질되지 않은 국악기 고유의 소리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창덕궁과 종묘 사이에 있고, 국악기의 역사, 한복집, 옛 명인들의 생가 등이 밀집해 있는 국악로에 있어서 지리적인 이점도 많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서울에서도 특히 우리의 전통문화가 즐비한 공간에 위치하고 있다.
예비 예술인들은 6주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음악적 기량을 선보였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예비 예술인들은 6주간의 준비 과정을 거친 음악적 기량을 선보였다. ⓒ서울돈화문국악당

긴장감 가득했던 공연이 무사히 끝났다. 관객들도 오늘따라 아낌없이 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이 끝난 뒤 예비 예술인을 만나서 그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거문고를 연주했던 민영진 씨는 한양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서양 악기보다 국악기는 대부분 나무로 제작해서 자연의 소리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그래서 울림이 깊어요.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거문고 앞에 마이크를 대지 않아도 거문고 소리가 오롯이 전달되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한다. 무대가 넓고 객석이 많은 대극장에서는 무대에서 마이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소극장이라서 마이크 없이 공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자 악기가 가진 소리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작곡을 담당하고 지휘했던 김상진 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석사를 수료했다. 그는 “'내일을 위한 음악'의 취지 자체가 악기의 구분 없이 예술인들이 모여서 미래에 대한 예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그런 프로젝트였고, 예술인들이 다른 전공자들과 어울려서 소통하는 의미가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방향성과 잘 맞는 사업인 것 같아서 공모 사업을 접하자마자 지원했어요.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습니다. 자신감도 얻었고 이론에서 나아가 실제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에 대한 믿음이 생겼어요.”라고 말한다.
공연이 끝난 뒤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내일을 위한 음악' 발표 공연이 있었던 서울돈화문국악당은 문턱이 낮다. 그만큼 공연 관람료가 꽤 저렴하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이번에 서울돈화문국악당 박하나 실장의 말을 듣자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지난 2016년에 개관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서울시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국악 공연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비교적 저렴한 관람료를 책정하고 있다. 또한 다둥이 할인, 기후동행카드 할인 등 다양한 할인제도로 시민들이 부담을 낮추어 국악 공연을 즐길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서양음악에 비해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공연하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산조대전', '실내악축제', '일무일악' 같은 전문적이고 밀도 높은 대표 프로그램, 관객 개발과 국악 저변 확대를 위해 '음악극축제', '낮잠콘서트',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 같은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기획 공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국악을 알리고 국악 공연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공연장을 대관하고 있다. 다른 공연장에 비해 저렴한 대관료가 책정되어 있다. 예술가들의 대관료 부담을 낮추고 적극적인 지원 서비스를 통해 예술가들이 좀 더 편하고 활발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서울남산국악당은 무용, 연희 위주의 공연을 기획하며, 관객 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많다. ⓒ윤혜숙
서울남산국악당은 무용, 연희 위주의 공연을 기획하며, 관객 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많다. ⓒ윤혜숙

서울 시내 국악당은 두 곳이 있다. 서울돈화문국악당, 서울남산국악당이다. 국악 전용 공연장이라는 공통점 외에 두 국악당의 다른 점을 알아봤다. 서울돈화문국악당은 140석, 서울남산국악당은 300석으로 객석의 규모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2022년부터 서울돈화문국악당은 기악, 성악 위주의 공연, 서울남산국악당은 무용, 연희 위주의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즉 공간의 특성에 맞는 장르를 구분하여 기획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 또한 서울돈화문국악당은 심도 있는 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전문적인 공연들이 많지만, 서울남산국악당은 관객 친화적인 프로그램이 많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열광하는 K-문화의 저변에는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이 내재되어 있다. 국악은 오랜 세월 축적되어 온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국악 전용 국악당이 두 곳이나 있어서 다행이다. 이런 장소들은 국악을 연주하는 예술인뿐만 아니라 국악을 즐기는 내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으로 국악당이 더 많아져서 국악이 서울 시민의 일상에 스며들길 바라본다.

서울돈화문국악당

○ 위치 : 서울 종로구 율곡로 102
○ 교통 : 안국역 3번 출구에서 415m
○ 운영시간 : 화 ~ 일요일 09: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누리집
○ 문의 : 0507-1413-7001

서울남산국악당

○ 위치 : 서울 중구 퇴계로34길 28
○ 교통 :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121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 – 21:00 (매주 월요일 휴무)
누리집
○ 문의 : 02-6358-5500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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