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라길 간다면 여기도 꼭!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공방 체험

시민기자 김아름

발행일 2024.08.22. 08:13

수정일 2024.08.22. 08:13

조회 628

창덕궁 돈화문 앞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김아름
창덕궁 돈화문 앞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김아름

요즘 핫 플레이스로 인기 많은 ‘서순라길’. 감성적인 카페와 음식점이 많기로 소문난 곳이지만, 서순라길 끝자락에는 우리의 문화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바로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이다.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은 서울특별시가 지정한 무형유산 기능분야 전승자들의 작품과 역량을 미래 세대에게 전승하기 위한 문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매달 2~3개 종목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전통 자수 작품 만들기, 민화 그리기 등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8월에는 ‘황모필’‘전통민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공간은 아담했지만 전시 내용은 너무 알차고 볼거리가 많아서 눈이 풍요로운 경험이었다. 서순라길 탐방 겸 방문한 곳이었는데 음식점과 카페만 다녀왔더라면 너무 아쉬울 뻔했다.

장인의 섬세한 손길이 담긴 우리 붓을 만나다!

‘황모필’ 전시에서는 서울특별시무형유산 필장(筆匠) 정해창 보유자가 제작한 붓들을 볼 수 있었다. 필장은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먹, 벼루, 종이, 붓을 가리키는 문방사우 중 하나인 붓을 만드는 기술이나 사람을 뜻한다. 붓은 털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는데 그중에서 누런 족제비털로 만든 붓을 ‘황모필’이라고 한다.

길이가 짧고 탄력이 좋은 족제비털은 예로부터 기록 문서를 작성하는 행정 업무에서 주로 쓰였다고 한다. 모필 제작은 굉장히 수고로운 작업인데 털을 고르고 빗질하고 일정한 양만큼 모를 잡고 묶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지금이야 쉽게 붓을 접할 수 있지만, 옛날에 사용됐던 전통 붓은 이렇게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니 붓이 새삼 고귀하게 느껴진다.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정해창 필장이 제작한 붓들이 전시돼 있다. ©김아름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정해창 필장이 제작한 붓들이 전시돼 있다. ©김아름
산수화, 인물화, 문인화 등에 쓰이는 ‘겸호필’ ©김아름
산수화, 인물화, 문인화 등에 쓰이는 ‘겸호필’ ©김아름
명주실로 묶어서 만들어 도장을 팔 때 사용했던 전통 붓 ‘전통필’ ©김아름
명주실로 묶어서 만들어 도장을 팔 때 사용했던 전통 붓 ‘전통필’ ©김아름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정해창 필장은 지난 2018년 1월 보유자로 인정됐다. 무려 열세 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붓을 만드는 법을 배운 후 60여 년간 붓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전시장에서는 필장의 그 오랜 세월이 담긴 여러 종류의 붓을 감상할 수 있다.

명주실로 묶어서 만들어 도장을 팔 때 사용했던 전통 붓인 ‘전통필’ 등 용도와 생김새가 각기 다른 붓이 전시돼 있다. 용도가 다양해서 생각보다 많은 곳에 붓이 사용돼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과거 정해창 필장이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크기와 용도에 따라 만든 붓이 600여 가지라고 하니 그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민족의 해학과 익살이 담긴 ‘전통민화’

황모필 전시를 다 관람했다면 이제 붓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전통민화를 감상할 차례다. 전시장 안쪽에서는 서울특별시 무형유산 제18호 민화장 정귀자 보유자전통민화 작품 40여 점이 펼쳐진다. 사진 촬영은 불가해 아쉽게도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형형색색의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우리 전통민화는 눈으로 충분히 담았다.

민화는 선사시대 바위그림이나 청동기 시대의 공예품에서부터 나타나 그 역사가 매우 깊다. 주로 생활공간 장식을 위해 그린 민화는 생활과 밀접하게 발전해 그림에서도 우리 정서가 잘 배어 있다. 세련되기보다는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것이 특징이다.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진행 중인 전통민화전 ‘옛 그림에 멋을 담다’ 팸플릿 ©김아름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진행 중인 전통민화전 ‘옛 그림에 멋을 담다’ 팸플릿 ©김아름

이번 전통민화전 ‘옛 그림에 멋을 담다’에서는 민화의 여러 장르 중 ‘책거리’가 특히 눈에 띈다. 책거리는 책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건을 그린 그림인데 왕부터 서민까지 전 계층에서 향유한 민화다. 굉장히 화려한 색채와 문양이 인상 깊었다.

책거리 작품들 외에도 ‘갓 쓴 담배피우는 호랑이’ 등 익살스러우면서도 우리 민족의 정서가 듬뿍 담긴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곰방대를 물고 갓을 쓴 호랑이와 이를 바라보는 토끼 두 마리와 까치의 모습이 재미있다.

전시 관람뿐만 아니라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진행하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열리는 야간 특별 체험 ‘달빛공방’ 안내문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에서 열리는 야간 특별 체험 ‘달빛공방’ 안내문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오는 9월 5일부터 27일까지 매주 목‧금요일 저녁에는 야간 특별 체험 ‘달빛공방’ ▴전통 붓 만들기 ▴은입사 연필꽂이 만들기 ▴오죽 악세서리 만들기가 열린다. 이달 22일부터 누리집 내 신청 링크를 통해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하니 프로그램에 참여해 달빛공방에서 가을밤 정취와 함께 우리 무형유산에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무형유산교육전시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0길 13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에서 창덕궁 방향 5분 거리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17:00
○ 휴무 : 월요일
○ 입장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742-6444

시민기자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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