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를 위한 노란 횡단보도, 빨간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칭찬해!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4.05.31. 14:00

수정일 2024.05.31. 14:00

조회 1,796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넛지(Nudge)’는 경제학 용어로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는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강제하지 않고 부드럽게 개입해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택하는 설계 기법을 ‘넛지 효과(Nudge Effect)’라고 부른다.

생활에서 넛지 효과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옐로 카펫(Yellow Carpet)이 있다. 옐로 카펫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가 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바닥이나 벽면에 노란색으로 색칠한 ‘교통안전 설치물’을 말한다. 어린이들은 옐로 카펫 안에 있어 차량과의 충돌 위험을 낮추고, 운전자는 강렬한 색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쉽게 인지한다.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면 색깔 유도선도 일종의 넛지 효과 사례다. 강렬한 색에 주의하는 사람의 심리를 활용, 색깔 유도선을 통해 차로가 헷갈리는 교차로 등에서 주행 차로를 잃지 않고 계속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서울역 교차로에 노면 색깔 유도선 설치 후 교통사고율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 주는 노란 횡단보도 ⓒ심재혁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 주는 노란 횡단보도 ⓒ심재혁

넛지 효과는 우리 생활에서 ‘교통’과 ‘안전’ 측면에서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어르신 등 교통약자를 위해 넛지 효과를 활용한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책인 ‘약자와의 동행’과도 맞물리는데, 서울교통공사의 ‘1역사 1동선’, 중앙 버스전용차로 양방향 횡단보도와 노란 횡단보도,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등, 생활 속 넛지 효과가 적용된 사례를 둘러보았다.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교통공사의 ‘1역사 1동선’ ⓒ심재혁
교통약자를 위한 서울교통공사의 ‘1역사 1동선’ ⓒ심재혁

교통약자를 위한 ‘1역사 1동선’

서울교통공사는 모든 교통약자가 부담 없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1역사 1동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역사 1동선 사업은 서울 지하철 역사 내 1개 이상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교통약자가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외부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다.

올해 초, 서울교통공사는 5호선 강동역과 7호선 광명사거리역, 6호선 새절역과 봉화산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했다. 이 역들의 특징은 대합실과 외부 간 엘리베이터 이동 동선은 확보됐지만, 승강장 폭이 협소하다는 점이다. 또한 열차 운행 관련 시설물이 밀집돼 공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봉화산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심재혁
봉화산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심재혁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을 찾았다. 광명사거리역은 1역사 1동선 사업으로 도봉산행, 장암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24년 만에 개통됐다. 이번 개통으로 교통약자는 역 외부에서 대합실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이후 다시 대합실에서 도봉산행, 장암행 열차를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 탑승, 편하게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됐다.

봉화산역 엘리베이터의 경우 양방향 모두 설치가 완료됐다. 봉화산역 역시 인근 아파트가 많아 수요가 높은 역이었지만, 역 개통 후 승강장에서 대합실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게다가 봉화산역은 양방향 선로가 놓여 있어, 승강장 폭이 협소해 난공사였다.
광명사거리역에 설치된 도봉산, 장암 방면 엘리베이터 ⓒ심재혁
광명사거리역에 설치된 도봉산, 장암 방면 엘리베이터 ⓒ심재혁

엘리베이터 설치로 인해 서울시는 1∼8호선 275개 역 중 95.2%에 해당하는 262개 역에 엘리베이터 1역사 1동선을 확보하게 됐으며 연말까지 10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1역사 1동선 사업은 작은 관심 속 넛지 효과와 동시에 훌륭한 ‘약자와의 동행’ 사례다.
'약자와의 동행'의 좋은 사례인 1역사 1동선 사업 ⓒ심재혁
'약자와의 동행'의 좋은 사례인 1역사 1동선 사업 ⓒ심재혁

무단횡단 막는 ‘양방향 횡단보도’와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양방향 횡단보도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은 넛지 효과를 활용해 무단횡단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사례다. 무단횡단은 보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였다. 서울 시내 교통사고 사망 원인의 35%가 무단횡단으로,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다. 무단횡단 비율은 일반 버스 정류소에 비해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에서 5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시는 2023년 11월, 강남역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뒤쪽에 횡단보도를 추가 설치했다.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과 보행 인구가 많아 혼잡하여 사고 발생 위험과 무단횡단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일상 속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시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첫 번째 공모에서 선정된 사업으로, 기존 횡단보도 앞뒤로 2개의 횡단보도가 추가 설치됐다.
작년 겨울, 강남역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뒤쪽에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심재혁
작년 겨울, 강남역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 뒤쪽에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심재혁

이를 통해  강남역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에서 2호선 강남역까지의 거리가 150m로, 최대 210m나 단축됐다. 가로변 광역버스 정류소와의 환승 거리도 40m에 불과해 최대 160m 단축됐다. 안전과 함께 시민의 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곳을 작년 겨울에 이용해 본 결과, 중앙 버스전용차로 정류소에서 2호선 강남역까지 300m에 달했던 이전과 달리, 양쪽에 횡단보도가 놓여 강남역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버스정류소에서 신호를 기다리게 돼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버스 정류소와 역 간 거리가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심재혁
버스 정류소와 역 간 거리가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심재혁

창의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된 양방향 횡단보도 설치는 그 효과가 입증돼 서울시는 청량리시장 중앙 버스 정류장 뒤쪽에 추가 횡단보도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처럼 횡단보도를 하나 더 놓았을 뿐인데, 무단횡단이 획기적으로 줄고, 시민 편의는 증대됐다.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역시 무단횡단을 획기적으로 예방했다. 기존 일부 횡단보도에는 녹색신호 횡단 잔여시간만 표기돼 시간을 보고 다음 신호에 건널 수 있도록 했지만, 언제 보행 신호로 바뀌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빨리 길을 건너고자 무단횡단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됐다.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심재혁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심재혁

서울시는 시청과 광화문 일대에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을 시범 설치했다. 이 신호등은 녹색신호 횡단 잔여시간뿐 아니라 적색 잔여시간 역시 같이 표기됐다.

보행자에게는 신호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답답함을 덜어 주고, 정확히 표기된 시간으로 무단횡단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밤에도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잘 보인다. ⓒ심재혁
밤에도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이 잘 보인다. ⓒ심재혁

어린이가 안전한 횡단보도, ‘노란 횡단보도’

노란 횡단보도는 위에서 언급한 옐로 카펫과 같은 개념이다. 노란색으로 시인성(視認性)을 높여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쉽게 인지하고, 주의를 높여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목적이다.

서울시는 2023년 4월 광진구 용곡초등학교 통학로 7개소에 노란 횡단보도를 설치, 지역 주민과 학부모, 아이들에게서 좋은 효과를 얻은 바 있다. 노란 횡단보도는 현재 서울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7월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내 노란 횡단보도 설치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노란 횡단보도 ⓒ심재혁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노란 횡단보도 ⓒ심재혁

이처럼 현장에서 살펴본 넛지 효과는 모두 ‘약자와의 동행’과 연계된다. 쓰임과 설치 지역은 모두 다르지만, 교통약자 이동 편의라는 목적은 같기 때문이다. 모두 교통약자가 대중교통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시설들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안전하게 서울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대중교통의 경제적인 혜택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 보행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소개한 다양한 정책과 시설물들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다. 

교통약자의 지하철 탑승을 위한 1역사 1동선, 무단 횡단과 보행자의 편의성을 높인 양방향 횡단보도, 적색 잔여시간 표시 신호등, 어린이의 보행권을 위한 노란 횡단보도가 시민을 위한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 환경 조성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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