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 담그기 딱 좋을 때, 이웃들과 함께 장 담그기 체험했어요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4.02.28. 10:50

수정일 2024.02.28. 13:37

조회 573

성모자애복지관의 ‘마을과 함께하는 세곡 장독대’

오랜 전통 ‘장(醬)’은 다채로운 변화의 산물이다. 가을에 수확한 콩 알갱이가 삶아져 메주가 되고 다시 소금물만 넣어 숙성시키면 반은 간장이, 나머지는 된장이 된다. 어디 그뿐인가? 잘 건조된 장메주를 가루내어 고춧가루와 소금물을 섞어 발효시키면 고추장이 된다. 1년 간 항아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잘 몰랐을 뿐, 이보다 파격적인 식재료가 또 있을까 싶다.
성모자애복지관에서 우리 전통 장 담그기 행사가 진행됐다. ⓒ방금숙
성모자애복지관에서 우리 전통 장 담그기 행사가 진행됐다. ⓒ방금숙

예부터 선조들은 한 해의 시작을 장 담그기로 알렸다. 말날, 손 없는 날을 골라 장을 담갔는데, 그중에서도 정월대보름 무렵에 담는 ‘정월장’을 가장 맛있는 장으로 꼽았다.

지난 2월 24일 정월대보름 아침, 서울시 강남구 율현동에 위치한 성모자애복지관 뒤뜰에서는 ‘2024 마을과 함께하는 세곡 장독대’ 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잊혀져 가는 건강한 먹거리와 전통 식문화를 알리고 있는 강남구 마을기업 ‘바른먹거리학교’가 함께했다.
지난 2월 24일 성모자애복지관에서 우리 전통 발효식품 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방금숙
지난 2월 24일 성모자애복지관에서 우리 전통 발효식품 장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방금숙

성모자애복지관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장 담그기 행사다. 지난해 32가족이 참여하며 가족 단위 주민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는 40가족을 모집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장 담그기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성모자애복지관 정현정 팀장은 “장애인 복지시설이 장애인만 이용하는 시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더불어 참여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 사업이 많다”며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장 담그기 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3대 내림 솜씨 조숙자 명인이 빚은 메주를 이용해 참가자들이 직접 장을 담가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3대 내림 솜씨 조숙자 명인이 장 담그기에 앞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방금숙
3대 내림 솜씨 조숙자 명인이 장 담그기에 앞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방금숙

“우리 아이 먹을 장, 담가 드세요”

“아이가 귀한 사회인데 장 담그기 행사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조숙자 명인은 인사말을 건넸다. 명인은 “메주에 들어가는 콩부터 항아리, 소금, 공기, 정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며 건강한 식재료에 대해 설명했다.

조숙자 명인은 “좋은 재료에서 좋은 콩이 나온다"며 "인증된 콩과 소금으로 장을 담가야 제대로 된 맛이 난다”면서 “장독대는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놓아야 하고 조금이라도 삐뚫어진 항아리에서는 한쪽 면에 하얗게 골마지가 핀다”고 말했다.
국산 콩과 소금으로 빚은 메주와 장 담그기 재료 ⓒ방금숙
국산 콩과 소금으로 빚은 메주와 장 담그기 재료 ⓒ방금숙

설명을 듣고 보니 메주가 조금 달라 보였다. 엄선한 국산 콩으로 7~8년 묵힌 소금을 사용해 명인이 쑨 메주다. 장 담그기가 처음인 초보자의 눈에도 색감이 선명하고 잘 띄운 게 느껴졌다. 아이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온 주민들은 명인의 설명을 듣고 장 만들기를 시작했다. 먼저 물에 메주를 씻고 솔로 먼지를 제거해 깨끗하게 손질했다.
장 담그기는 메주를 깨끗하게 씻고 말리는 일부터 시작한다. ⓒ방금숙
장 담그기는 메주를 깨끗하게 씻고 말리는 일부터 시작한다. ⓒ방금숙

다음은 간수를 만들 차례다. 불순물을 거르기 위해 하얀 면보를 깔고 생수를 부어가며 소금을 천천히 녹였다. 염도계를 18도에 맞췄다. 염도계가 없으면 생달걀을 넣어 500원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면 된다. 날이 추울 때는 18도에, 3월 이후 날이 따뜻해질수록 소금의 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한다.
생수를 천천히 부어가며 소금을 녹였다. ⓒ방금숙
생수를 천천히 부어가며 소금을 녹였다. ⓒ방금숙
마지막 남은 소금은 다 함께 손으로 문질러 녹여 주었다. ⓒ방금숙
마지막 남은 소금은 다 함께 손으로 문질러 녹여 주었다. ⓒ방금숙

깨끗하게 소독한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쌓고 장독의 목까지 준비한 간수를 가득 부었다. 준비된 숯과 고추, 대추, 생깨를 넣은 후 장 담그기가 마무리됐다.
항아리에 씻어둔 메주를 차곡차곡 넣었다. ⓒ방금숙
항아리에 씻어둔 메주를 차곡차곡 넣었다. ⓒ방금숙
염도 18도에 맞춘 간수를 붓고 재료를 넣으면 끝이다. ⓒ방금숙
염도 18도에 맞춘 간수를 붓고 재료를 넣으면 끝이다. ⓒ방금숙

미리 준비된 재료에 손만 잠깐 보태니 장 담그기가 뚝딱 끝났다. 이제부터는 장이 익어가는 기다림의 시작이다. 4월 중순께 간장과 된장을 나누는 장 가르기를 하러 다시 한번 모이고 10월에서야 직접 담근 된장을 맛볼 수 있다.
40가족이 참여해 장을 담근 성모자애복지관 뒤뜰의 장독대 모습 ⓒ방금숙
40가족이 참여해 장을 담근 성모자애복지관 뒤뜰의 장독대 모습 ⓒ방금숙

공은 자연의 몫으로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1년 햇살과 바람이 장을 맛있게 익혀 줄 생각을 하니 올 한 해가 더욱 기대된다. 사실 이곳 복지관 외에도 이맘때 강남구 못골한옥어린이도서관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장 담그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신청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전통 장을 담가볼 기회는 다양하게 열려 있다.

요즘은 밀키트처럼 홈쇼핑이나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전통 장 담그기 세트’도 인기다. 지금이 장 담기 딱 좋은 철이라고 하니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장 담그기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성모자애복지관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헌릉로 757길 35
누리집
○ 문의 : 02-3411-9581~3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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