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전, 눈으로 말고 몸으로 배워요! 차량기지 견학, VR체험까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4.02.06. 15:02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사건 이후로 철도 안전에 대해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각종 철도안전체계도 정립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철도 분야의 안전을 관할하는 철도안전법이 첫 제정된 것이 참사 이듬해인 2004년이었다.
그런데 철도 안전은 정부나 운영사만 하는 게 아니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승객들도 역할이 크다. 우선 위급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당황하면 작은 사고도 크게 번질 수 있다. 또한 철도안전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협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동차 객실 내 화재 발생 시 불을 제일 먼저 끌 수 있는 것은 기관사나 차장이 아니라 승객 자신이다.
협조를 못하겠으면 최소한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위급 상황 시에만 사용해야 할 전동차 인터폰으로 전동차 냉방을 요구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또한 각종 무질서가 늘어날수록 안전 업무에 집중해야 할 직원들의 신경이 분산되어 정작 중요한 안전이 위협 받게 된다.
결국 지하철 안전은 승객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교육이다. 아무리 지하철 안전이 필요해도 모르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관계 기관에서는 지하철 안전에 대한 글이나 그림, 영상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단순히 듣고 보는 것과 체험하며 느끼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서울시 안에서 지하철 안전을 몸으로 직접 배울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 실제 지하철 차량기지 견학하고 안전교육까지!
차량기지 견학에는 전동차 체험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때 각종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소화기와 안전설비 위치 확인, 객실 인터폰 사용 방법, 비상시 출입문 개방 방법 등을 체험과 함께 배울 수 있다. 실제 영업 중인 전동차에서 이런 것을 작동시켜볼 수는 없지만, 차량기지 내에서 정차 중인 전동차에선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차량기지가 11곳 있으며, 각 차량기지에서 한 달에 두 번씩 견학 행사를 열고 있다. 차량기지마다 요일과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견학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만 평일(화·수요일)에만 진행하는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가급적 어린이·청소년 견학(첫째·둘째 주)과 성인 견학(셋째·넷째 주)을 분리하여 견학의 효율을 높이려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어린이에게 성인 대상처럼 어렵게 설명하는 것도 문제이고, 성인에게 어린이 대상처럼 쉽게 알려주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지하철의 차량기지 견학 행사는 서울교통공사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참고로 차량기지의 정식 명칭은 차량사업소다.
② 실감나는 VR로 체험한다! 서울교통공사 시민안전체험관
차량기지는 대부분 시외곽에 있기 때문에 찾아가기가 까다로운 문제가 있다. 특히 전동차가 들어가는 곳임에도 역설적으로 역에서 떨어진 곳들도 많다. 차량기지에 붙어 있는 역은 장암역, 용답역, 양천구청역, 신내역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시민들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7호선 반포역 구내에 디지털 시민안전체험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시민안전체험관에서도 지하철 안전에 대한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실제 전동차가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VR(가상현실) 체험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견학생들은 VR안경을 착용하고 화재가 발생한 열차와 승강장, 터널 등에서 탈출하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이밖에도 화재마스크 착용 체험도 가능하다. 차량기지 내 견학이 전동차에 집중하는 방식이었다면, 이곳은 지하철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좀 더 폭넓은 상황에 대한 안전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심폐소생술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승무원이 오기 전까지 곁에 있던 승객이 응급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승객이 스스로 만드는 안전 교육'이라는 취지에 걸맞다고 할 수 있다.
③ 소방관에게 배운다! 소방재난본부 시민안전체험관
한강 남북에 하나씩 있는데 첫 번째는 보라매공원 안에 있는 보라매안전체험관이고, 두 번째는 어린이대공원 안에 있는 광나루안전체험관이다. 둘 다 공원 안에 있는 게 이색적이다. 둘 다 7호선 역 앞에 있는 것도 공통점인데, 다만 신림선 개통으로 인해 보라매안전체험관은 보라매공원역에서 내리는 게 더 가깝다.
이곳 두 시민안전체험관 안에는 다양한 안전 체험 시설들이 있는데, 그 중에 재난 체험 부문에서 지하철 안전 체험이 가능하다. 지하철 체험장의 규모는 광나루안전체험관이 대체로 큰 편이다. 시민안전체험관은 지하철 안전만 전문으로 하는 체험관은 아니지만, 안전의 전문가인 소방관들로부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하다.
특히 재난이란 단독으로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이어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재난 상황에 대해 한꺼번에 교육 받을 수 있는 안전체험관의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지진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서 지하철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민안전체험관은 주말에도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광나루안전체험관은 어린이대공원이라는 위치상 보라매안전체험관보다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더 많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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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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