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갈아요~" 옛 추억이 새록새록! 서대문구 찾아가는 '칼갈이 봉사단'

시민기자 조한상

발행일 2024.02.06. 10:30

수정일 2024.02.06. 18:01

조회 863

오늘은 우리동네 칼 가는 날~ ©조한상
오늘은 우리동네 칼 가는 날~ ©조한상

아침부터 아파트 안내방송이 목소리를 낸다. 각 집마다 무뎌진 칼들이 있으면 갖고 나오라는 이야기다. 문득 옛 동네 골목길의 정겨웠던 목소리가 떠오른다. "칼이요~ 칼 갈아~" 한적한 일요일 오전이면 들려오던 목소리, 사실은 그리 경쾌하고 매끄럽지는 않고, 처음 들으면 오히려 뭔가 고막에 거슬리는 듯한 목소리는 어린시절의 끝자락에 익숙해질 무렵 사라졌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리집은 지금껏 어떻게 칼을 갈아왔을까. 잘 생각해보면 베란다에 숫돌이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칼을 가는 사람은 없는데..., 어머니께 물었더니 씽크대에 대충 갈아서 사용하셨다고 한다.
아침부터 동네 노인정 앞에는 칼을 들고 나온 주민들이 줄을 섰다. ©조한상
아침부터 동네 노인정 앞에는 칼을 들고 나온 주민들이 줄을 섰다. ©조한상

각 집마다 2개씩 갈아준다는 말에 큰 것 2개를 갖고 동네 노인정 건물로 갔다. 벌써 여러분이 칼을 들고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이 명부에 번호와 이름, 전화번호를 기록하면 봉사자분들이 옆에서 칼을 받고 번호에 맞는 스티커를 칼에 붙인 후 주민들에게 번호가 적힌 쿠폰을 나눠준다. 그리고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면, 칼이 갈려지는 대로 전화로 알려주고 그렇게 칼을 다시 받는 방식이었다.

이웃의 여러 집들에서 들려나온 칼들이 그렇게 번호를 받고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생각해본다. 다양한 칼들이 보통 집에 4~5개는 될 듯 한데, 과연 어떻게 관리되며 사용되고 있을까. 여전히 숫돌을 이용해서 갈려지고 있는 것인지, 보통 얼마 만에 버려지고 또 새로 사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나란히 차례를 기다리는 칼들 ©조한상
나란히 차례를 기다리는 칼들 ©조한상
숫돌을 사용하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전기 기계를 이용해 칼을 갈아준다. ©조한상
숫돌을 사용하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전기 기계를 이용해 칼을 갈아준다. ©조한상

건물 3층에 올라가니 본격적인 칼갈이가 진행되고 있었다. 3대의 기계가 잔잔한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고, 또 각각의 돌아가는 기계 돌에 예리한 칼을 가져가 작업을 진행하는 세 분의 봉사자가 있었다.

기계를 보며 어렴풋이 옛 동네 골목을 주름잡던 아저씨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한쪽 어깨에 구두닦이 아저씨가 짊어지고 다니던 나무상자가 있었고, 그 안에 작은 크기의 손으로 돌리면 돌아가던 원형 숫돌이 있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전기를 이용해 돌아가는 지금의 숫돌이 훨씬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서대문주민대회 칼갈이 봉사단 모집 안내문 ©조한상
서대문주민대회 칼갈이 봉사단 모집 안내문 ©조한상

이번 칼갈이 봉사단'서대문주민대회'란 모임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모임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안내 문구를 보면, 매주 주말 11시부터 17시 사이에 진행되고, 주로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 장소는 서대문구 아파트 관리사무소 및 노인정 등이 중심이 되는 것 같다.

서대문주민대회는 뭉친 주민의 힘으로 서대문구를 바꿔나가고자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실천으로 칼갈이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대문구에 있는 아파트 주민이라면 필요에 따라 칼갈이 봉사를 신청할 수 있고, 칼갈이 봉사단원도 모집 중이니 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아파트에 살게 되었을 때는 옛 동네 골목처럼 칼갈이 아저씨나, 찹쌀떡 아저씨의 목소리도 들렸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이런 목소리들도 민원 등을 통해 사라졌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런 모습들을 보면 자꾸만 옛 생각이 떠오르고 그때의 풍경과 사람들이 스쳐간다. 칼날이 새로워지는 만큼 그때에 대한 그리움도 예리하게 파고 든다.
서대문구주민대회에서 찾아가는 칼갈이 봉사단을 진행하고 있다. ©조한상
서대문구주민대회에서 찾아가는 칼갈이 봉사단을 진행하고 있다. ©조한상

서대문주민대회 칼갈이 봉사단

○ 진행시간 : 매주 주말 11:00~17:00
○ 진행장소 : 신청이 들어온 서대문구 아파트 관리사무소, 노인정, 마당 등
○ 문의 : 칼갈이 희망 아파트 신청 & 봉사단원 지원 010-2325-2566(봉사단장 김용)

시민기자 조한상

미디어아트작업을 해보고 있습니다. 예술을 통해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결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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