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묵묵하게~ 시간을 간직한 계동 골목 산책
서울사랑
발행일 2024.01.19. 15:32
계동의 매력은 시간을 앞서기보다는 시간을 간직하려는 데 있다.
묵묵히 지켜온 세월의 흔적
마치 계동의 꼭대기와도 같은 중앙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아래로 길게 뻗은 계동길에는 오래된 슈퍼와 방앗간, 분식집 등이 자리해 있다. 가게들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나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새롭게 문을 연 가게들도 오래된 흔적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바꾸지 않고, 시간을 간직한 채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 그것이 이 동네의 매력이다.
북촌한옥마을의 오른쪽 귀퉁이를 담당하는 계동은 그렇게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며 스스로를 지킨다. 이것이 계동을 지탱하는 자긍심은 아닐까.
지나간 시간을 돌보려는 마음
또한 계동에는 동네의 의미를 한 층 드높이는 곳들이 자리해 있다. 수묵화가 제당 배렴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계동배렴가옥’, 독립운동과 민족 계몽의 뜻이 깃든 ‘김성수선생옛집’, 오래전 북촌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석정보름우물’, 그리고 우리 고유의 주거 양식을 지키고자 했던 기농 정세권 선생의 뜻을 배우는 ‘북촌한옥역사관’까지. 지금의 계동을 만든 역사를 모두에게 오롯이 전하고 있는 중이다.
전통과 역사는 그저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보존되는 것이 아니다. 돌보지 않으면 모든 것은 무색해진다. 지나간 것을 지나간 대로 두지 않고 돌아보는 그 마음이 오늘의 계동을 만든 셈이다.
전시관과 문화재, 문화 공간 그리고 식당과 카페까지 계동 골목은 참 알차다.
발길 닿는 곳 모두 남다른 계동에서 동네의 매력을 마력으로 만드는 곳곳을 살펴본다.
한옥에 깃든 민속과 예술의 숨 ‘계동배렴가옥’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으며, 대청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쉬어 가도 좋다. 한쪽은 창작 실험실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창작자들이 한옥에서 머무르며 작업에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1월에는 지난해 젊은 건축가와 예비 건축가(학생 건축가)들이 참여한 ‘티키타카 내집짓기’ 디자인 챌린지에서 탄생한 작품 전시도 열린다. 이처럼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니 이곳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보자.
살아있는 역사 현장 ‘김성수선생옛집’
교육자이며 경제인이자 언론인으로서 민족 계몽운동에 주력한 인촌 김성수 선생이 거주하던 집이다. 이곳은 2·8독립선언과 3·1운동을 준비하기 위해 항일 독립투사들이 모였던 밀회 장소였다. 또한 일제강점기에 중앙고등보통학교(현 중앙고등학교)와 동아일보 설립을 구상하는 등 민족 교육과 문화 보급을 위해 노력했던 뜻깊은 곳이다. 역사의 현장에서 잠시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역사가 깃든 한옥을 공부하는 시간 ‘북촌한옥역사관’
계동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가에 자리한 ‘석정보름우물’을 마주하게 된다. 북촌 주민들의 중요한 음수원이었던 이 우물은 이제 살아 있는 역사의 흔적이 되었다. 석정보름우물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바로 ‘북촌한옥역사관’이다.북촌한옥역사관은 근대도시형 한옥(조선집)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북촌 일대에 조성된 조선집들은 일제가 잠식해 들어오는 일상침탈에 맞선 거대한 문화 방파제였다. 이곳에서는 그 중심에 있던 기농 정세권 선생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역사와 함께 한옥의 공간을 느껴보길 바란다.
계동의 매력을 함께 느끼는 기획 전시 ‘컴바인웍스 아트스페이스’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개성 있는 전시를 선보이는 ‘컴바인웍스 아트스페이스’.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는 데도 열성을 다하며, 대관이 아닌 기획 전시만을 진행한다. 그래서 갤러리 공간은 늘 이곳만의 철학으로 꾸며진다. 때로 낯설고 신선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전시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바로 통창으로 보이는 계동의 풍경. 옹기종기 모인 한옥 지붕이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어낸다. 전시가 없을 때는 컬러 테라피, 명상 등의 힐링 클래스를 운영한다.섬세함이 묻어나는 책방 ‘비화림’
가회동과 원서동 사이, 계동의 언덕길에 자리한 ‘비화림(秘花林)’은 ‘비밀의 숲’이란 뜻의 책방이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작은 숲에서 반가운 꽃 같은, 나만의 책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구석구석 섬세하게 비치된 책들 때문이다. 문학과 비문학, 독립 출판물 위주로 운영하며, 때로 작가들을 초청해 낭독회나 북 토크, 글쓰기 모임 등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다정한 공간에서 누리는 티타임 ‘델픽 안국 플래그십 스토어’
창밖으로는 한옥의 고즈넉한 풍경이 감싸고 내부는 갤러리처럼 우아한 ‘델픽 안국 플래그십 스토어’. 이곳은 따뜻한 차 한잔으로 잔잔한 위로를 주는 공간이다. 여러 종류의 차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접근하기도 어렵지 않다. 향긋한 차 향기를 맡으며 혼자서 여유를 즐기기에도, 친구와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기에도 좋다. 3층에서는 하나의 작품인 계동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손을 멈출 수 없는 화덕 피자 ‘계동피자’
김기웅 사장
계동을 표현하기에는 ‘올드 타운’이라는 말이 적합한 것 같아요.
소박한 식당, 카페, 문화 공간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결코 어수선하지 않죠.
문화재도 곳곳에 자리해 있고요. 그러니 매력적일 수밖에요.
마음을 담은 정성의 맛 ‘정애쿠키’
우리 통밀에 아몬드와 해바라기씨를 듬뿍 다져 넣고 버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건강하고 깊은 맛을 내는 쿠키. 여기에 핸드드립으로 내려주는 커피까지 어떤 메뉴든 정성이 가득하다. 좋은 재료를 양껏 사용함에도 가격은 저렴해 넉넉한 인심도 느껴진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누구나 단골이 되는 ‘정애쿠키’는 10년째 변함없는 마음으로 손님을 환대한다. 4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을 채우는 주인장의 마음은 결코 가늠할 수 없다.그윽하게 자아내는 옛 정취 ‘법원’
헌법재판소 근처에서 버번위스키를 판매하는 위스키 바 ‘법원’. 본래 건물의 다다미방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바(bar)가 없는 바를 연 것이 독특하다. 옛것을 살려 꾸민 아늑한 분위기에서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한 쑥·목밀(헛개나무 열매) 위스키 등 특별한 위스키도 판매한다. 와인, 칵테일, 맥주 등 다양한 주종에 무알코올 칵테일도 준비돼 있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다. 한겨울에는 이 공간만이 주는 따스함에 몸이 녹는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배수경 시민
계동은 신기한 곳이에요. 분명 서울 안에 있는데도
도시적이기보다는 이 동네만의 푸근한 옛 정취가 골목을 채우고 있지요.
그래서 종종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힐링을 하고 싶어서 책 한 권 들고 왔어요.
학교
6·10만세운동의 출발지 중앙고등학교 전시관 & 문화재
북촌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북촌한옥역사관
시민들을 위한 예술 쉼터 계동배렴가
역사의 현장에서 느끼는 의미 김성수선생옛집
북촌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석정보름우물
독립운동가 여운형 선생의 뜻이 깃든 여운형집 터 문화 공간
계동 전경과 작품의 멋을 한 번에 컴바인웍스 아트스페이스
소박한 서점에서 발견하는 나만의 책 비화림
작은 내부에 큰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방 각자의 삶
차분한 공간에서의 차 한잔 델픽 안국 플래그십 스토어 식당 & 카페
기본을 중시하는 진짜 화덕 피자 계동피자
소문난 만두 맛집 밀양손만두
변함없는 맛을 선사하는 식당 왕짱구식당
고즈넉한 한옥이 매력적인 카페 더한옥
따뜻함을 담은 건강한 맛 정애쿠키
아늑한 분위기의 위스키 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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