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의 상징 '구령대'가 트리하우스 놀이터로 파격 변신
지정우 건축가
발행일 2024.01.19. 15:30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20) 다음세대 놀이터 짓기
아무것도 없는, 하얀 눈이 덮인 들판에서도 아이들은 즐겁다. 아이들의 놀이는 이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을 통해서 더욱 발전된다. 그 설계의 과정에 진정한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건축가와 같이 상상을 발전시키고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설계에 참여한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모든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놀이풍경이 될 수 있다.
나뭇가지, 돌멩이 등으로 기지를 만들고 놀이규칙을 만든다.
그 기억들이 남아있는 건
그것들을 스스로 직접 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공간과 놀이를 창작하는 어린이들
놀이의 여정 놀이풍경
요즘엔 전교생을 모아놓고 하는 조회 같은 것이 사라졌기 때문에 구령대는 운동기구들을 넣어두는 창고 역할만 하고 있었다. 놀이공간에 어떤 것이 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키즈카페나 전형적인 놀이터를 떠올리며 트램펄린·볼풀·미끄럼틀·시소 등을 원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옛 구령대를 넘나들며 트리하우스를 향해 계단과 경사로를 자유롭게 오른다. 아이들은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술래잡기’ 등 새로운 규칙을 공간에 맞게 추가해 놀이를 창작했다.
놀이공간이지만 전형적인 놀이기구 하나 없이 추상적인 공간의 틀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더욱 창의적으로 놀이를 할 수 있게 하였고, 기존 운동장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오르면서 다양한 놀이를 통하여 가장 높은 공간인 ‘놀이집’에 올라 운동장을 바라볼 수 있고 친구들과 아늑한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다시 계단을 통해 내려오며 기존 구령대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체험과 놀이를 한다는 점에서 ‘놀이의 여정’이라는 프로젝트 제목이 붙여졌고 어린이들은 ‘놀이놀이팡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좋은 놀이터 설계’는 건축가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물리적 놀이터 환경 자체만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어른들,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다음세대 놀이터 짓기의 중요한 건축가 역할을 하지 않을까.
어린이 참여디자인 워크을 통한 놀이풍경 상상
나무는 나무답게, 철은 철답게
재료의 물성을 정직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재료, 가짜 재료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세상을 배우고 놀이기구 또한 세상의 일부다. 놀이기구와 놀이터에서 힘이 전달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구조물이 구축된 방식을 잠재적으로 건강하게 깨닫는다. 그래야 어른이 된 후 세상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처하는 상식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그러나 지금의 어린이 놀이터들은 관리와 안전이라는 명목하에 여전히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재료들 일색이다. 그것도 돌인 척하는, 나무판인 척하는 플라스틱들 말이다. 나는 이런 것을 ‘가짜 재료’라고 부른다. 어린이들이 따뜻한 재료는 따뜻하게, 무른 재료는 무르게, 단단한 재료는 단단하게 느낄 수 없이 형태만 성형해 놓은 가짜 재료의 놀이터에서 놀이를 하더라도 무엇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
동네 주민들의 열열한 지지는 물론이거니와 동네 아이들의 특별한 놀이 경험이 시작되었고 이 해의 많은 소규모 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필자가 방문해서 본 이 놀이터, ‘파이브필드 놀이구조물’은 목재로 지어져 지역과도 잘 어울리고 아이들과 공간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다.
다른 나라들도 다음세대를 위한 놀이풍경 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의 ‘놀이의 여정’ 놀이풍경도 그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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