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궁으로의 초대! '밤의 석조전'에서 테라스 카페 체험, 뮤지컬까지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10.12. 13:47

수정일 2023.10.12. 13:51

조회 4,230

덕수궁 아간 체험 프로그램 '밤의 석조전'이 한 달간 진행된다. ⓒ박지영
덕수궁 아간 체험 프로그램 '밤의 석조전'이 한 달간 진행된다. ⓒ박지영

서울에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섯 개의 궁이 있다. 1395년 창건된 조선왕조의 법궁 경복궁부터,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이다. 이 궁들은 왕조 시대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한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역사와 문화 교육의 장이자 휴식의 장소로, 일상 가까이에서 숨 쉬고 있다.

국내외 전 연령대가 즐겨 찾는 이곳은 낮의 볼거리와 함께 밤의 볼거리도 제공하는데, 궁궐 대표 야간 프로그램인 창덕궁 ‘달빛 기행’에 필적할 만한 프로그램이 있어 예약 후 다녀왔다.

덕수궁 석조전에서 진행되는 ‘밤의 석조전’ 신청에서 참여까지

창덕궁 ‘달빛 기행’경복궁 ‘별빛 야행’은 시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궁궐 야간 체험 프로그램이다. 각 궁궐의 특색에 맞게 교육적이면서 특별한 문화 체험도 할 수 있어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앞서 두 곳이 조선시대 왕궁을 배경으로 당시 문화를 전통 방식으로 전달한다면, 덕수궁 ‘밤의 석조전’은 대한제국 황궁인 덕수궁 석조전에서 황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현대적 방식으로 전달하는데, 2021년 시범 사업 후 반응이 좋아 2022년 정식 개최되었고, 올해는 상·하반기 연 2회로 회차가 늘어 열려 더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2023 하반기 ‘밤의 석조전’은 9월 14일 오후 2시부터 티켓링크를 통해 추첨제 예매권 사전 접수로 예약이 시작됐다. 현재 대부분의 궁 야간 체험 행사는 신청자가 많아 사전 추첨제로 예매가 진행되는데, 만 65세 이상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회차 별 선착순으로 1인 2매까지 전화로 선착순 예매가 가능하다. 기자도 예약 기간에 맞춰 예약을 했지만 사실 될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다행히 예매권에 당첨되어 송부된 예약 링크를 통해 2인(1인 26,000원)의 체험비를 지불하며 실 예약을 마무리했다.

10월 6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되는 이 행사는 오후 6시 20분, 6시 50분, 7시 25분 일 3회 전문해설사와 함께 석조전 야간 전시 및 역사 해설, 석조전 테라스에서 클래식과 차와 간식을 즐기는 테라스 카페 체험, 접견실에서 창작 뮤지컬 ‘고종-대한의 꿈’을 감상하는 90분 일정으로 구성됐다.

행사 당일 집결 장소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예약 상황과 신분증을 확인한 후 순검을 따라 궁 안으로 들어가 수신기를 받으며 2차 예약 확인까지 마치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밤의 석조전'은 대한문에서 1차 예약 확인을 하고 궁내에서 2차 확인을 거쳤다. ⓒ박지영
'밤의 석조전'은 대한문에서 1차 예약 확인을 하고 궁내에서 2차 확인을 거쳤다. ⓒ박지영

석조전에서 제대로 느낀 가을밤 대한제국 황궁의 운치

참석자 확인을 마치고 잠시 대기를 하니 이내 등을 든 상궁이 등장했다. 관람객들은 상궁을 따라 ▲광명문을 통과해 ▲고종의 침전인 함녕전, ▲덕수궁의 유일한 목조 중층 건물인 석어당, ▲1897 고종의 경운궁 환궁 후 정전으로 사용한 즉조당과 ▲덕혜옹주 교육을 위한 유치원으로 이용된 준명당을 거쳐 ▲석조전 앞에 이르렀다. 건축물만 스치는 것이 아니라 꼭 기억해야 할 내용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사진 찍을 시간도 주기에 기초 지식 없이도 건축물의 의미와 쓰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참여자를 마중나온 상궁의 안내로 '밤의 석조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박지영
참여자를 마중나온 상궁의 안내로 '밤의 석조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박지영
광명문을 통해 즉조당에 이르기까지 상궁을 통해 주변 건축물의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박지영
광명문을 통해 즉조당에 이르기까지 상궁을 통해 주변 건축물의 간략한 설명을 들었다. ⓒ박지영

석조전 앞에선 대한제국 총관이 관람객을 맞아줬다. 우렁찬 목소리로 환영해주는 총관과 순검을 따라 석조전 계단을 오른 후 열린 문을 통해 석조전 내부로 들어가니 개화기 복식을 갖춘 전문 해설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수신기를 통해 해설을 들으며 석조전 1층, 2층에 있는 황제의 생활공간을 둘러봤는데, 정해진 프로그램들이 있어 낮에 진행하는 전문 해설만큼 긴 시간이 할애되진 않았지만, 밤에 들으니 같은 내용이라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석조전 앞에 이르니 대한제국 총관이 관람객을 맞아줬다. ⓒ박지영
석조전 앞에 이르니 대한제국 총관이 관람객을 맞아줬다. ⓒ박지영
전문 해설사가 석조전 내 주요 공간들을 해설해줬다. ⓒ박지영
전문 해설사가 석조전 내 주요 공간들을 해설해줬다. ⓒ박지영

해설 중반쯤 찾아온 휴식시간은 더 특별했다. 휴식시간 역시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 시간엔 석조전 테라스에서 눈으로는 덕수궁의 야경을 보고 귀로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입으로는 가배차와 서양식 후식(까눌레와 휘낭시에)을 맛보는 ‘테라스 카페 체험’이 진행됐다.

가배차(咖啡茶)는 당시 커피의 영어 발음에서 따온 말로 ‘가배차’ ,‘가비차’, ‘양탕국’으로도 불렸는데, 당일 예쁜 찻잔에 제공된 커피는 후식과 잘 어울리며 참여자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또 커피를 못 마시는 관람객들을 위해 새콤달콤한 상심자차(桑椹子茶, 오디)도 준비되었는데, 쌀쌀한 날씨에 달짝지근한 풍미가 부담스럽지 않게 입안을 가득 채워, ‘한잔 더’를 외치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옷을 잘 챙겨 입고 왔지만, 혹시나 추위를 느끼는 관람객들을 위해 무릎 담요와 핫팩도 구비되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석조전 테라스에서 즐긴 카페체험. 사전 예매시 선택한 음료와 후식을 맛봤다. ⓒ박지영
석조전 테라스에서 즐긴 카페체험. 사전 예매시 선택한 음료와 후식을 맛봤다. ⓒ박지영
차를 마시는 동안 익숙한 클래식 연주가 진행되었고, 야경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박지영
차를 마시는 동안 익숙한 클래식 연주가 진행되었고, 야경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박지영
석조전 테라스에서 바라본 덕수궁 전경. 전통 건축과 현대 건축이 조화롭게 다가왔다. ⓒ박지영
석조전 테라스에서 바라본 덕수궁 전경. 전통 건축과 현대 건축이 조화롭게 다가왔다. ⓒ박지영

차를 마신 후엔 다시 전문 해설사의 내부 해설이 이어졌다.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며 나머지 공간들을 둘러봤고, 마지막 장소인 접견실에서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고종-대한의 꿈>의 대표 넘버 3곡을 1열에서 관람했다.

극 중 고종과 명성황후로 분한 두 배우가 등장해 부르는 <다시 품은 꿈>, <안부>, <대한의 꿈> 3곡은 석조전이 완공되었지만 망국의 길로 접어든 나라를 보며 느낀 무력함과 좌절감, 명성황후에 대한 그리움, 대한의 이름으로 다시 역사를 이어갈 의지를 드러내는 고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석조전에서 들으니 그 내용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며 감동도 배가 되었다.
석조전 접견실에서 실연된 창작 뮤지컬 <고종-대한의 꿈> ⓒ박지영
석조전 접견실에서 실연된 창작 뮤지컬 <고종-대한의 꿈> ⓒ박지영

공연까지 보고 난 후 공식 행사는 마무리 되었지만 재미있는 체험은 뒤에 더 남아 있었다. 우선 수신기를 반납하면서 커피 티백이 든 기념품을 받았고, 그 바로 옆에는 개화기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품들이 준비되어 이를 활용해 추억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게다가 함께 온 동반자와 추억이 담긴 사진을 나눠 가질 수 있게 현상해주는 인생 두컷 사진 체험도 진행되었는데, 현상 사진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도 원본 파일도 보내줘서 얻는 게 쏠쏠했다. 유료 프로그램이지만 그 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문화체험들이 많아,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준비된 소품으로 개화기 분위기를 내본 관람객 ⓒ박지영
준비된 소품으로 개화기 분위기를 내본 관람객 ⓒ박지영
참가자들에겐 각각 커피 티백이 담긴 기념품과 인생 두컷 기념사진이 제공됐다. ⓒ박지영
참가자들에겐 각각 커피 티백이 담긴 기념품과 인생 두컷 기념사진이 제공됐다. ⓒ박지영

밤 9시까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덕수궁 야간 관람

행사에 참여하진 않더라도 덕수궁은 궁궐 중 유일하게 저녁 9시까지 관람이 가능해 개별적으로 방문해 궁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덕수궁 매표 마감시간인 오후 8시까지만 입장하면 한 시간 동안 여유롭게 궁을 돌아볼 수 있는데, 관람료도 1,000원으로 저렴해 가을밤 차 한 잔 들고 혼자만의 사색이나 지인과의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도 좋다.

낮과 다르게 내부 공간을 두루 둘러볼 순 없지만 조명이 멋들어져 낮과는 또 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고, 야간에 봐도 건축물의 아우라가 줄어들지 않아 더 좋다. 게다가 최근에 고종의 즉위 40주년(1902년) 기념 칭경예식의 서양식 연회를 위한 건물인 돈덕전(惇德殿)이 복원, 개방되어 특별한 즐거움도 선사한다. 낮에만 내부 관람이 가능한 관계로 저녁엔 외관만 봐야 하지만, 조명이 비춰주는 돈덕전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얼마 전 시민들에게 개방된 돈덕전. 야간에 봐도 조명이 더해져 아름답다. ⓒ박지영
얼마 전 시민들에게 개방된 돈덕전. 야간에 봐도 조명이 더해져 아름답다. ⓒ박지영
구세군 중앙회관 앞길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돈덕전이 보인다. ⓒ박지영
구세군 중앙회관 앞길에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방향으로 걷다 보면 돈덕전이 보인다. ⓒ박지영

정관헌 역시 밤에 봐도 예쁜 궁궐 내 전각이다. 조선 역대 왕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했던 장소로, 팔작지붕에 서양식의 차양칸과 난간이 있고 난간에는 사슴, 소나무, 당초, 박쥐 등의 전통 문양이 조각되어 있어 언제 봐도 새롭고 멋있다. 정관헌에서는 명사초청 강연이나 공연 등이 종종 진행되는데, 관련 행사 정보는 덕수궁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관헌. 명사 초청 강연이나 공연이 진행될 땐 내부에 착석해서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박지영
정관헌. 명사 초청 강연이나 공연이 진행될 땐 내부에 착석해서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박지영

꼭 유료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궁을 즐길 수 있는 상시 무료 해설 및 참여프로그램도 많다. 게다가 '2023 가을 궁중문화축전'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에서 열릴 예정이니, 깊어가는 가을밤 궁 문화 축제를 즐기고 싶은 시민이라면, 궁중문화축전 누리집을 참고해 꼭 이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향유하길 바란다.

덕수궁 '밤의 석조전'

2023 가을 궁중문화축전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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